전남 순천에서 호남의 진보 국회의원 1호가 탄생하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순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국회 제1당과 제2당이 모두 후보를 내지 않은 독특한 지역이다. 한나라당은 당선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민주당은 야권연대 진정성을 보여야한다는 이유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가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 단일후보로 추대됐다는 점이다. 진보정치가 뿌리내리기에는 척박하기만 했던 한국의 정치 현실은 진보정당 정치인들이 각종 선거에서 선전을 벌이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울산 북구와 경남 창원 등 영남권에서는 진보정당(민주노동당) 소속 국회의원이 탄생한 적이 있지만, 호남에서는 아직 진보정당 간판을 단 국회의원이 당선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호남권에서 진보정당의 정치활동이나 기반이 약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와 이정희 의원.
 
전남 순천 재보궐 선거는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담긴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호남의 첫 진보 국회의원이 탄생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범야권연대에 대한 호남민심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민주노동당은 당 사무총장을 지낸 김선동 후보를 내세웠다. 민주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은 김선동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추대했다. 순천에는 쟁쟁한 경력의 무소속 후보가 6명이나 나왔다.

농림부 장관을 지낸 허상만 후보, 농림수산부 장관을 지낸 허신행 후보,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순용 후보,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인 박상철 후보, 순천지원 판사를 지낸 구희승 후보, 15대 16대 국회의원 출신인 김경재 후보 등이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는 6명의 무소속 후보와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쟁쟁한 여러 명의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은 민주노동당 입장에서 ‘악재’라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거꾸로 선거구도 측면에서는 ‘호재’일 수도 있다.

유력한 무소속 후보 1~2명이 출마하는 것과 비교할 때 표 분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의 지역 기반에 야권연대에 동의하는 유권자가 힘을 모아줄 경우 당선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초반 흐름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호남의 첫 진보국회의원 1호라는 상징적 결과물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무소속 후보가 여러 명 출마하는 구도에서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유리한 상황을 이끌어갈 수 있지만, 유력 무소속 후보들이 연대해서 단일화를 이뤄낼 경우 당선을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순천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무공천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순천에서 진보정당 국회의원이 탄생할 경우 내년 총선까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호남권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속내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민주당 쪽에서 무소속의 다른 후보를 지원하는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야권연대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데다 김선동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민주당 지도부도 정치적 부담을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꾸로 순천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서 당선될 경우 민주당 지도부의 지도력이 공고해지면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연대의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이정희 대표와 강기갑 전 대표 등 당 간판 정치인들을 순천에 집결시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이정희 대표는 지난 13일 야 4당 대표 특별 기자회견에서 “다가올 4.27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과 함께 이기는 것만 남았다. 꼭 이기겠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모인 야당 대표들은 모든 곳의 승리를 위해서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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