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비가 내리고, 전국의 날씨가 맑아진 뒤에도 연일 대기중에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되고 있다. 성인 한 사람의 방사능물질 연간 피폭선량 및 X-레이 1회 촬영시 받는 선량과 비교해 극미량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지만 방사능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른 여러 나가들은 각각 피폭허용치(연간방사선노출한도)를 정해두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도 (리터당) 방사성물질의 노출양 한도를 권고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피폭허용량 또는 방사성물질의 양에 대한 적용과 해석이 각기 다르다는 점에 있다(4월8일자 미디어오늘 온라인판 <방사능 빗물 안전? “자식들에 먹일 수 있나”> 참조).

또한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폭 피해에 대한 국내외 사례연구나, 그 상관관계에 대한 조사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실제 위험성을 두고 불신과 이견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체르노빌 원전사고 후 3년 만인 지난 1989년 일본의 원전전문가이자 반핵운동가 히로세 다카시 씨가 펴내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위험한 이야기’(‘원전을 멈춰라 - 체르노빌이 예언한 후쿠시마’로 재출간)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히로세 씨가 1950년대 핵실험과 1979년 스리마일 원전사고,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방대한 피해사례를 수집 분석해 제시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그의 이런 피해사례 분석은 방사능 피해를 실제 이상으로 과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또 엄격한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수집 분석한 사례와 기록들이 대부분 언론 보도나 각종 보고서 등 나름대로 분명한 ‘출처’에 입각한 것들이라는 점에서 각국 정부와 언론이 말해주지 않는 방사능 피해의 실제를 이해하는 데 참고할 만하다. 그가 제시한 피해 사례를 요약 소개한다.<편집자 주>

히로세 다카시씨는 체르노빌 사고 당시 TV와 신문에서 거의 보도되지 않은 부분으로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식품 속에는 체르노빌 사고 때 확산된 방사능 물질(죽음의 재)이 대량 들어 있으며, 우리가 그것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시) 소련이나 유럽은 예를 들어 쇠고기 등에 대해 계속해서 위험한 세슘(Cs)이 들어가서 이제 도망칠 수 없는 데까지 오염이 전파됐다”고 우려했다.

체르노빌 땐 어떤 물질들이 공포에 떨게 했을까. 히로세씨는 “당시 체르노빌에서 북서쪽으로 1200~1600km 떨어진 스웨덴에는 루테늄, 세륨, 넵투늄 등 비휘발성 방사능 물질의 함량이 놀랄 정도로 많았다”며 “모두 14종의 핵물질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이 세가지 물질은 모두 끓는점이 섭씨 3000도 이상이다. 사고 당시 엄청난 고온이 발생해 이런 물질까지 대기 중으로 방출됐다는 것이다. 사고 시각이 1986년 4월 26일 밤 1시23분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한밤중에 이런 열기가 우크라이나 상공으로 치솟았다면 금세 냉각돼 물(비 또는 눈)이 돼 다시 지상으로 떨어졌을 것(낙진)으로 분석했다.

누출된 방사성 물질 등을 분석 유추해 원전 사고의 형태와 원자로 손상 정도, 피해 정도를 예측하는 기법은 이후 각국 원자력규제당국이 앞다퉈 개발한 ‘원전사고 예상 시뮬레이션’과 같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원전사고 예상 시뮬레이션’은 원전 관계자들에게는 이른바 ‘안전코드(Safety Codes)’로 알려진 것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미국이나 프랑스 등이 후쿠시마 원전 상태에 대해 일본이나 후쿠시마 원전을 운용하고 있는 도쿄전력 보다 더 ‘상세한 정보’를 제시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히로세씨는 이 가운데 ‘스트론튬(Sr90)’은 안전지대로 분류됐던 (당시) 일본에서도 검출됐으며 이는 몸 안에 들어가면 척추에 쌓여서 백혈병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06년 권고한 기준치에 따르면 스트론튬90은 1리터당 10베크렐을 초과해선 안된다.

   
방사성물질이 체내 어디로 유입되고 그 반감기. ⓒ히로세다카시 저서 '원전을멈춰라'에서
 
1986년 말 유럽 전역을 공포로 몰아 넣은 ‘세슘 137’은 근육에 들어가면 육종(근육에 일어나는 종양)을 일으킨다. 세슘 137은 체르노빌 사고 직후 각국의 쇠고기 등 가축에서 다량 검출됐다. 갑상선에 암이나 종양을 일으키는 방사성 요오드 역시 유럽 전역에서 검출됐다. WHO의 권고기준은 두 물질 모두 1리터당 10베크렐을 초과해선 안된다.

히로세씨는 “이런 물질이 나오는 과정은 온도와 관계가 있는데, 스트론튬은 섭씨 1600도씨, 세슘 760도씨, 요오드 185도씨에서 가스가 된다”며 “방사성 요오드의 경우 거의 물의 끓는점(100도씨)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원자로 내에서 처음부터 가스 상태인 방사성 물질도 있다. 크립톤(Kr), 제논(Xe)은 상온에서 가스 상태이며, 원자로 내에 대량 들어있었다. 이들은 모두 백혈병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이같은 방사성물질이 무서운 이유에 대해 히로세 씨는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해서 생물이나 우리 체세포에 ‘절대로 완전히 회복될 수 없는 무서운 영향’을 주고, 또 이로 인해 손상된 염색체가 유전자에 남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히로세 씨는 후쿠시마원전 사고로 가장 많이 유출된 방사성 요오드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우리 목에 있는 갑상선의 호르몬 생성과 분비에 필요한 요오드는 체내에 정량이 차게 되면 더 이상의 요오드를 흡수하지 않는다. 요오드는 바다에서 나는 해초에 많이 함유돼 있다. 다시마나 김, 미역, 파래, 멸치, 천일염 등을 많이 먹으면 방사성 요오드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신체에 조금이라도 요오드가 부족하게 되면 방사성 요오드의 구분 없이 신체가 바로 요오드를 흡수한다는 점이다. 특히 성장 호르몬 분비가 많은 어린이의 경우 요오드의 흡수력이 월등히 높아 방사성 요오드가 치명적일 수 있다.

히로세 씨는 요오드의 반감기가 8일 밖에 안돼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과학자들의 주장도 ‘맞지 않는 논리’라고 반박한다. 방사성 요오드의 반감기가 비록 8일 밖에 안되고 신체에 흡수되더라도 3개월이 지나면 대부분 안전한 것으로 변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주장이지만, “일단 갑상선에 흡수된 방사성 요오드는 유전자에 상처를 입히고, 이것이 어린이들의 몸 안에서 소리없이 성장해 (세월이 지난 다음) 커다란 암세포 덩어리가 됐을 때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감기가 긴 방사성 물질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스트론튬90이나 세슘137은 반감기가 각각 28년과 30년으로 대충 잡아도 100년간은 위험하다. 플루토늄의 반감기는 2만4000년, 거의 반영구적이다.

스트론튬은 등뼈에 농축돼 근육종을 일으킨다. 플루토늄은 더 치명적이다. 여성의 난소에 들어가 태아에 영향을 주고, 남성의 정자에 영향을 준다. 폐에 들어가면 폐암을 일으키고, 골수에 들어가면 백혈구를 파괴해 백혈병을 일으킨다.

히로세 씨는 “플루토늄이 몸안에 들어갔을 때 폐의 전체에 고루 퍼지는 것이 아니라 극히 조그마한 부분에 착 달라붙어 주위에 있는 5~6개 세포를 완전히 파괴해버린다”며 “플루토늄이 방출하는 방사선은 멀리 (날아)가지는 않는 대신 가까이 있는 세포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 정상적 세포 기능을 완전히 파괴하고 거기에 암세포를 만든다”고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마치 정밀타격 미사일 같이 ‘집중적’으로 세포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는 (치사량을 넘지 않을 경우) 당장 폐암이 되는 게 아니라 몇 해 지나서 폐암이 돼 인과관계를 도저히 밝혀낼 수 없다는 점에 있다”며 “원전이 ‘안전하다’고 뇌까리는 학자들이나 박사님들의 가면을 벗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에게 그들이 정한 플루토늄을 마시게 해보는 것”이라며 과연 그들이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헐리우드 서부영화 주인공들과 스텝들의 암 사망률 조사를 통해 핵실험과의 연관성에 주목하기도 했다. 1950년대 미국이 네바다 사막에서 지상핵실험을 한 것과 관련해 그는 네바다 사막 인근에서 서부영화를 많이 찍었던 존 웨인 등 헐리우드 관계자의 암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 1978년~83년까지 이들 영화 관계자 10명 중 평균 4.35명이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당시 미국의 평균 암 사망률이 10명 중 2명 꼴 이었다는 점에서 이 역시 핵실험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론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1954년 비키니섬 핵실험과 관련해서도 9년이 지난 다음 주변 지역주민들 가운데 방사성 요오드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갑상선 장애가 급증했으며, 핵실험 장소에서 180km나 떨어져 안전지대로 분류됐던 롱겔라프섬에서도 29년이 지난 1983년 자료에 따르면 섬 주민의 28%가 암이나 백혈병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제시했다.

히로세 다카시(68) 씨는 와세다 공대를 졸업해 대기업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의학기술서적 전문 번역가로 변신해 활발한 집필활동을 벌이면서 대기업들의 ‘기밀문서’를 다수 번역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은폐된 진실’과 ‘핵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 줄곧 원전 등의 위험 등을 알리는 데 노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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