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학생들은 내년부터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내용의 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 일본 문부성의 검정을 통과한 18종 가운데 12종의 교과서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리 교과서와 일반 사회인 공민 교과서는 모두 해당된다.

일본은 그동안 ‘독도’를 기술치 않았던 역사교과서에도 이번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포함시키는 등 독도 침략 야욕을 더욱 노골화했다. 검정을 통과한 일부 교과서에는 일본의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 즉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일본의 이번 폭거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문제 등에 대해 불투명한 태도를 취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은 태평양 침략 전쟁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커녕 침략을 미화하는 작업과 맥을 같이 한다. 일본이 미래의 한반도 침략전쟁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행위다. 일본은 2차 대전 당시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한 인정과 사과 등을 외면한 채 세계의 손가락질을 받아왔음에도 이번에 다시 침략의 야욕이 얼마나 지독한지를 스스로 드러냈다.

과거 전쟁 범죄의 원죄 씻기도 전에 다시 드러낸 침략 야욕

일본 교과서 문제는 대지진 이후 뜨겁게 달아올랐던 한국의 일본 지원 열기를 급냉시킬 전망이다. 이 뿐 아니다. 동아시아를 포함한 전세계의 일본에 대한 지원과 동정의 분위기를 깨뜨리는 결정적인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가운데는 1905년 1월28일에 독도를 일본에 편입시킨 것 등이 포함된다. 일제가 대한제국을 겁박해 독도를 편입시킨 상황은 1904년 2월 시작된 러일 전쟁이 한창이었던 시기다. 당시 상황은 일제가 명성황후를 암살한데 에 이어 1895년 청일전쟁 승리이후 대한 제국에 대한 실질적 지배권을 장악한 상태였다. 일제가 이완용 등 매국노들이 포진해있던 대한제국 집권층을 배후조종해서 독도를 일본에 편입시킨 것은 한반도 침략정책의 한 부분이었다.

   
일본이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표기한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한 30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에서 김성환 장관이 초치돼 기다리고 있던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 옆을 지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일본은 독도를 강탈한 그 해 11월 을사보호조약을 강제로 조인토록 만들어 대한제국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결국 1910년 조선반도를 집어 삼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일본의 독도 강탈은 일본제국주의가 한반도에 대한 침략을 한창 진행시킨 과정의 한 부분이었다. 그런데도 일본은 독도의 영유권 이전은 1910년 일본의 대한제국 강점이전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국제법상 문제가 없다는 식의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해서 깊이 살펴야 할 역사적 사실은 미국과 일본간에 1905년 7월 맺어진 가쓰라·태프트 협정이다. 미국 전쟁 장관 윌리암 하워드 태프트와 일본 수상 가쓰라 타로간에 맺어진 비밀 협정은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미국이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20세기 초 제국주의 침략에 혈안이 된 미국과 일본이 침략 지역을 놓고 흥정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부인키 어렵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1997년에 발족하고, 침략과 전쟁을 미화하는 이른바 '자학사관 탈피' 주장이 대두하면서 2000년대 들어 본격화했다. 1998년, 1999년에 개정된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서에는 독도를 명기하지는 않았지만 북방영토 관련 교육을 한층 강화하라는 지침이 들어있다. 일본은 시마네현 의회의 2005년 '다케시마의 날' 제정과 2006년 교육기본법 개정 등을 거치면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더욱 노골화했다. 일본은 2008년 3월에 나온 초등.중학교 학습지도요령에 '기미가요(일본 국가)를 부르게 하라'고 명시했고, 영토교육 강화 요구를 담았다. 2009년 7월에 나온 해설서에서는 "다케시마에 대해 일본과 한국 사이에 주장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가르치라"고 요구했다(연합뉴스 31일).

이명박 정부의 미온적 대응과 2008년 독도 발언 의혹

일본의 이번과 같은 후안무치한 행위는 이명박 정부의 독도에 대한 미온적 태도와 무관치 않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 2009년 12월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 주장 관련 내용을 일본 고교 교과서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것과 일제 시대의 한국인 강제 노동 피해자에 대해 99엔(1천300원)의 보상금을 지급키로 결정한 것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치 않았었다. 이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3·1운동 당시를 회고하는 표현만 사용했는데 이는 역대 대통령들의 3·1절 기념사와 다른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왼쪽)과 후쿠다 전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이 대통령의 2008년 ‘독도 발언’ 의혹은 더욱 심각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8년 7월15일 당시 일본 후쿠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과정에서서 후쿠다 수상이 “(독도의 일본명인) 다케시마를 (교과서 해설서에)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통보하자 이 대통령은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해 논란이 발생했었다. 당시 청와대가 사실무근이라해 했지만 요미우리는 당시 보도는 정확했다는 입장을 지금도 굽히지 않고 있다.

   
고승우 전문위원.
 
일본이 대지진과 원자력 발전소 사태 등으로 엄청난 고통을 당하면서도 독도문제를 부각시킨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일본은 미래세대가 독도를 문제삼아 한반도를 재침할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을 꾸준히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이명박 정권은 깊이 새겨 독도 문제에서 북한과의 공조를 통해 합리적인 대응방안을 도출토록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남한과 거의 동일한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남북은 언젠가 통일이 될 필연적 관계라는 점에서 일본의 침략 야욕에 공동대처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백두산 화산 문제에 남북이 힘을 합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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