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은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 붕괴로 인한 방사능 공포까지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너무나 무섭고, 큰 재앙을 맞고 있다.

순식간에 터전을 잃고 목숨을 잃은 일본인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선 아직 정확한 집계조차 불가능 하다고 한다. 앞으로도 그 피해가 얼마만큼 더 늘어날지도 예측이 불가능 하다고 한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인 한국이 "사람부터 살리자" 라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전통의식의 발로로 지원, 구호, 성금모금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절망에 빠진 이웃나라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려 하고 있다.

그에 대해 그 누구도 진정성을 의심할 수는 없다. 심지어 10년 이상 일본대사관 앞에서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 규명과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해온 할머니들조차 "사람부터 살리자"라는 위로와 성원을 표했다.

   
블랙홀. ⓒ장대군(http://monopiece.tistory.com)
 
그렇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주위에 무슨 일이 생기면 무의식적으로 달려가 돕는다. 가령 지나가던 아이나 노인이 넘어지면 일으켜 세우고 부축한다. 그 상대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는 전혀 상관없이 말이다.

지난 며칠간 신문과 방송을 통하여 우리는 일본의 참상을 보고 듣고 있다. 시련에 처한 많은 일본인들을 보면서 모두 한결같이 안타까워하며 뭔가 도와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특히 살아남은 아이들과 노인들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면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다른 이유가 어디 있을까? "사람먼저 살려야 한다"는 그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대상이 누구이든 그 지역이 어디이든간에 말이다.

원전 공포로부터 영아를 데리고 한국으로 피난을 오는 일본의 아기엄마들도 우리는 기꺼이 반기고 보호할 것이다. 또한 진정으로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것이 한국사람들의 진심인 것이다. 일본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기꺼이 아픔을 나누고 사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책임 있는 한 집단이나 국가로서의 일본에 대해서는 솔직히 사랑 한다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집단이나 국가로서의 일본은 절대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이다.

단 한 번도 진실성 있게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은폐하려 했으니 말이다. 이번 원전사고에서도 보았듯 위험요소를 처음부터 공개하지 않고 감추려 했다.

방사능 유출이 심각해진다면 그건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중국 등 주변 여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누구를 위해 꽁꽁 감싸고 있는지 모르겠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앞 다퉈 지원하고 성원하는 지금 왜 또 다시 진실을 덮으려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신뢰할 수 없기에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한다. 어떤 이유도 없다. 우리는 같이 사는 사람들이기에, 같이 아파할 줄 아는 사람들이기에 그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 할 수 있다.

물론 그중에 "종교가 달라서 대재앙을 맞았다"라던가, 일본의 대재앙이 우리경제에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는지 '주판알을 굴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대다수는 "사람부터 살려야 한다"의 진심이 있다.

   
블랙홀. ⓒ장대군(http://monopiece.tistory.com)
 
요즘 대통령과 모든 언론이 '일본돕기'에 공개적으로 나섰다. 모금액도 아이티 지진 때의 7배나 된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일본'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일본의 사람들'을 사랑해서가 아닌가 한다.

하루빨리 일본이 대재앙을 극복하고 주변국가, 특히 우리와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길 바란다. 서로가 죽거나 죽여도 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서로 살고 살리는 존재로 다시 인식했으면 한다. 그 쯤 되면 나도 일본을 사랑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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