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MBC 기자는 ‘삼성 X 파일’ 관련 대법원의 유죄 판결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를 짓밟은 판결”이라며 “21세기 초 한반도에 민주공화국이 아닌 이건희 왕조가 있었음을 기록하는 사초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상호 기자는 17일 오후 판결 직후 자신의 홈페이지(www.leesangho.com)에 올린 글 ‘삼성X파일,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변’에서 “삼성 X파일에 보면 검찰은 수뇌부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수가 삼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런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한 재판이라 처음부터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사법부까지 기소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상호 기자는 “X파일에 드러난 쿠데타적 범죄 행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다만 이를 보도한 ‘대한민국 언론 모두가 유죄’라던 2심 재판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6년 8월11일 1심 선고일 이상호 MBC 기자 모습.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대법원의 유죄 판결이 나왔지만, 이 기자는 향후에도 ‘삼성 X 파일’ 등 권력 감시 보도를 계속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똑같은 상황이 와도 순간의 망설임 없이 ‘삼성 X파일’을 보도할 것”이라며 “국민의 알권리와 민주주의를 위해, 7년이든 70년이든 얼마든지 고행을 감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또 “지금은 비록 소수지만 더 많은 기자들이 검찰과 사법부를 비웃으며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할 것”이라며 “정치권력에서 자본권력으로 통치 주체가 이동한 오늘, 대한민국 언론이 감시해야 할 최우선 대상이 바로 자본권력의 정점에 있는 삼성 이건희 일가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 17일 오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MBC 이상호 기자와 김연광 전 월간조선 편집장(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상고 기각 판결을 내려 유죄를 확정했다.

안기부 X파일은 옛 안기부직원들이 지난 1997년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정치권 동향과 대권 후보들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등을 논의한 대화를 도청해 만든 테이프로, 2005년 당시 보도로 ‘안기부 X 파일’-‘삼성 X 파일’ 파문이 인 바 있다. 이상호 기자는 도청 테이프를 입수해 보도한 혐의로, 1심에선 무죄,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한편 이상호 기자는 2009년 7월 한국기자협회 해외연수 프로그램으로 미 조지아대학에서 1년간 박사 후 연수를 한 뒤로 현재는 휴직하고 자비로 계속 연수 중이며, 버클리대 언론대학원저널리즘 스쿨에서 한국취재론을 강의하고 있기도 하다. 오는 7월 귀국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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