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충청권 숙원사업으로 떠오른 과학벨트 입지 선정과 관련해 ‘방송 거짓말’ 논란으로 입방아를 자초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오전 KBS MBC SBS 등 방송 3사가 생방송으로 내보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민감한 현안인 과학벨트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사회자는 “대통령 공약은 그냥 어느 지역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기초단체 몇 군데 찍어서 연결시키는 이런 과학벨트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대로 가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과학벨트는 그 당시 여러 가지 정치상황이 있었고, 지난번 대국민 발표문에서 얘기했지만 내가 거기에선 혼선을 일으킬 수 있는 공약이 선거 과정에서 있었다고 밝혔다. 거기에 얽매이는 것은 아니고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대선공약집.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 유세에서는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제가 관심이 많았겠죠. 이것은 국가 백년대계니까 과학자들이 모여서 과학자들 입장에서 하는 것이 맞다”면서 “위원회가 발족하니까. 그런 입장(백지상태에서 출발)에서 생각하면 아주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발언은 과학벨트를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한 발언이라는 주장은 유권자에 표를 얻으려고 책임지지 못할 약속을 했다는 것을 시인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사회자가 백지상태 출발과 관련해 “그 말만으로도 충청권이 반발할 듯한데”라고 말하자 “반발이다, 아니다, 그런 뜻보다는 위원회가 공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청도도 믿어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더욱 문제는 이 대통령이 이날 주장했던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는 발언이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인터넷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제17대 대선 한나라당 권역별 정책공약집’을 확인할 수 있다.

대전 충남 충북권 대선공약집을 살펴보면 <과학기술비즈니스의 메타 대전광역시편>에서 <첨단 과학기술테마벨트 조성>이라는 제목의 공약을 설명하면서 “동북아 최대의 첨단과학기술 체험과 과학교육의 테마파크를 조성하여 동북아 최대의 첨단과학기술 연구 집적지로 랜드마크화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충청남도 대선공약집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이라는 제목으로 "연구단지와 산업단지를 한곳에 집적화하여 세계지식 유통의 중심으로 육성해야 한다"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하여 기초과학센터를 건설하고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를 유치하겠습니다"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한나라당 대선 공약집.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제 와서 ‘4월 5일 이후 구성될 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 결정하고, 정치적으로 말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말로 했을 뿐 공약집에 없으니 공약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공약집에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충청권에 내보내겠다는 공약을 뒤집어엎었다.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충청권 도민들을 얕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명박 대통령께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대통령의 공약으로 되어있다. 어떻게 대통령께서 공약한 내용을 공약집에 없다고 할 수 있는지 정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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