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피격 현장에서 수거한 포탄 잔해에서 발견된 손으로 쓴 숫자 ①이 천안함 '1번 어뢰' 표기와 유사해 천안함 어뢰조작설은 근거를 잃었다는 국방부 주장에 이어 언론까지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나서는 등 연평도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군과 언론의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언론검증위)는 29일 발표한 성명에서 극도의 안보 비상 상황에서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국방부가 연평도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 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 지난 27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 지난 27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 지난 27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우선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각종 의혹을 지엽적이라고 했던 국방부가 연평도 사태 이후 수거된 포탄을 들이대며 천안함 1번 어뢰와 맞비교한 이중성이 지적됐다.

언론검증위는 "국방부가 천안함에 관한 각종 과학적 의문 제기에 대해 '지엽적인 논란'으로 규정하고 '과학자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날이 11월 18일"이라며 "조사결과 뿐 아니라 조사과정에서의 부당함까지 드러나 궁지에 몰리다 논쟁에 대해 일방 종료선언을 했던 국방부가 일주일도 안돼 연평도 참변의 현장에서 찾아낸 숫자 ①을 들고 논란 재개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평도 사태 발발 이후 군과 정부를 향해 쏟아지던 비난을 '천안함 음모론자'에게로 분산시키는 효과까지 노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검증위는 "지금 천안함 논란에 불을 지펴야 할 시기인가"라고 물었다.

또한 언론검증위는 '1번 표기 논란'도 수많은 검증 대상 중 하나이고, 검증 결과 어떤 결론이 나든 그것은 '1번 표기 논란'과 관련한 결론일 뿐인데도 국방부 일각과 일부 언론은 '1번이 타지 않으면 국방부가 전부 맞다'는 식의 해괴한 논리를 유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역으로 과학 논쟁의 중심에 있던 '흡착물질'이 국방부가 그토록 주장해온 '알루미늄산화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국방부가 전부 틀렸다'는 결론에도 도달할 수 있다. 언론검증위는 "국방부가 이 결론에 동의할 것이냐"며 "일부를 전부로 환치하는 왜곡과 오류를 경계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국방부가 주장하는 연평도 포탄 숫자 ①이 곧 천안함 1번 어뢰와 등치시킬 수도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언론검증위는 천안함 1번 어뢰 표기 논쟁의 핵심은 표기의 주체와 시점이라고 밝혔다. 1번이라는 표기는 누구든 할 수 있고, 어뢰가 터지기 전이나 후에 표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작의 가능성은 사라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검증위는 "이번 연평도 포탄 숫자 ①이 갖는 의미는 '북한이 무기에 손으로도 숫자를 쓰는구나'라는 것까지"라며 "북한을 지목하는 심증의 근거가 될 수 있을 뿐, 새로운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미 지난 5월 공개된 '4호'(2003년 수거된 북한 훈련용경어뢰) 표기와 연평도 포탄의 숫자 ①은 그 의미가 조금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 폭발의 환경도 따져봐야 할 변수로 제기됐다. 언론검증위는 1번 표기를 둘러싼 쟁점으로 잉크가 폭발에 타느냐 마느냐를 들어 "이는 연평도 포탄 발견을 계기로 과학적 검증을 해야 할 부분"이라며 "그러나 검증도 안하고, 지상과 수중이라는 폭발환경과 폭발력의 차이 등도 무시한 채 단순 비교해 국방부가 낸 입장은 '정치적 접근'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연평도 포탄 ①이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한 증거'라고 보도한 언론에 대해 언론검증위는 "이 같은 논리비약은 고의적 왜곡이거나 무지의 소치"라고 질타했다.

언론검증위는 "국방부가 이른바 어뢰에 붙은 조개를 일방적으로 떼어내고, 공개하겠다던 천안함의 유실무기를 피폭처리 했을 때조차 철저히 침묵했던 언론들이 연평도 포탄의 숫자 ①에는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명백한 증거' '천안함 사건 조작 논란에 종지부'라며 열광하고 있다"며 "반론이 있음에도 전혀 취재하지 않거나, 반론을 과격한 주장의 하나로 묶어 과학적 논쟁을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시킨 행태는 언론의 자격을 의심케한다"고 비난했다.

언론검증위는 "국방부와 일부 언론의 자숙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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