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조합원이 분신을 시도해 충격을 줬던 지난 20일 공영방송 저녁 메인뉴스는 아시안게임 뉴스로 도배됐다. KBS ‘뉴스9‘ 메인뉴스는 <골프 전 종목 싹쓸이 ‘적수가 없다!’>로 배치됐고, <사이클 남녀 금빛 레이스…2위 순항>, <양궁 막내 김우진, 세계신기록 쐈다!>, <추신수, 병역 혜택에 ‘실리도 최고!’> 등의 뉴스가 뒤를 이었다.

KBS는 이날 아홉 꼭지에 걸친 아시안게임 뉴스를 차례로 내보내고, 겨울 철새 보도, 서해대교 추돌 보도, 경남 통영 조선소 화재 보도 등을 이어갔다. 노동자 분신 뉴스는 <장동건, LA서 할리우드 진출작 홍보> 기사가 끝난 이후에나 전달됐는데, 이마저도 별도 기사가 아닌 ‘간추린 단신’의 두 번째 뉴스로 처리됐다.
MBC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MBC는 이날 여자 축구의 결승진출 좌절 뉴스를 메인뉴스로 배치했고, 골프 금메달, 태권도 최악 성적, 야구드림팀 우승 그 후 등의  스포츠뉴스에 이어 ‘수능 샤프 불량’ 소식을 전한 이후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 분신 시도>라는 뉴스를 통영 조선소 화재 등과 함께 보도했다.

   
  ▲ 11월20일 KBS '뉴스 9’  
 
다른 점이 있다면 KBS가 통영 조선소 화재를 별도 기사로 처리하고 노동자 분신 시도는 단신 처리했다면 MBC는 노조원 분신 기사를 먼저 보도하고 뒤이어 통영 조선소 화재를 보도했다는 점이다.

현대차 비정규 조합원 파업과 분신사태는 연말 노동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사건이다. 언론의 관심이 필요한 대목이지만, 공영방송은 온통 아시안게임 뉴스로 도배되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현대차 비정규 조합원 가족과 면담 이후 언론에 대한 그들의 답답한 심경을 이렇게 전했다.

“방송에서 이 일을 제대로 보도할 수 있도록 해달라. 보안 용역들과 사측에 맞은 사람이 오히려 가해자가 되고, 절박한 마음으로 몸에 불을 붙인 사람에 대해 목숨이 위험하지 않으니 상관없다는 식의 보도가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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