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1번 어뢰의 추진체에 붙어있는 백색물질에 대한 분석 결과 폭발에 의한 흡착물질이 아니라 화학적 침전물질임이 재확인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해당 물질의 주요성분인 황은 해수로부터 나왔음이 드러났고, 알루미늄은 점토광물로부터 나왔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언론3단체로 구성된 천안함 조사결과·언론보도 검증위원회는 15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검증위의 자체 추가분석(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교수)과 복수의 언론사에 '흡착물질' 시료를 제공해 동시 실시한 추가분석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시료를 제공받은 언론사 가운데 한겨레21은 안동대 지구환경학과 정기영 교수에게 분석을 의뢰해 그 결과를 11월 15일자로 보도했다.

언론검증위는 검증위와 한겨레21의 분석 결과를 종합할 때 정부가 말하는 흡착물질은 흡착이 아니라 화학적 침전물질로 민군합동조사단이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언론검증위는 백색물질에 대한 분석 결과 '비결정질 바스알루미나이트'와 매우 유사한 구성의 물질이라고 발표했다. 언론검증위는 또 민군합동조사단이 실시했던 에너지분광기(EDS) 엑스레이회절(XRD) 분석방식 만으로는 물질의 정체를 규명할 수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언론검증위와 한겨레21의 이같은 조사 결과가 사실일 경우 '1번 어뢰'가 천안함을 폭파시킨 어뢰라는 과학적 근거가 송두리째 부정되는 것이어서 그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 민군 합동조사단이 지난 5월20일 공개한 어뢰추진체 잔해물. 어뢰 스크루(프로펠러)에 허연 물질이 가득 붙어있는데, 군은 이를 폭발에 의한 흡착물질이라 했지만 최근 과학자들의 분석결과 침전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치열 기자  
 
언론검증위와 양판석 박사는 특히 백색물질에 들어있는 주요 성분인 '황'(S)에 대한 동위원소 분석 결과 해수(바닷물)에서 나온 '황'과 일치한다는 한겨레21 조사결과에 "이 판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언론검증위와 양 박사는 이같은 분석 결과에 입각해 '백색물질'이 폭발이 아니라, 천안함에 저장돼 있던 경유가 해수와 섞이고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바스알루미나이트 성분의 침전물을 만들어낸 것이라는 '가설'을 이번에 새롭게 제기했다. 

언론검증위와 양 박사는 이 백색침전물은 △천안함 함미와 함수의 경유 저장탱크(10만 리터 이상 저장돼 있던 상태)에 해수가 유입돼 미생물이 급속하게 번식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미생물이 경유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황화수소 등 산성수용액이 만들어졌으며 △이 산성수용액이 해수에 부유하거나 뻘에 있던 점토광물을 용해시킴으로써 알루미늄 이온이 발생하고 △이것이 해수의 황과 반응해 바스알루미나이트가 생성됐으며 △ 이 바스알루미나이트가 유속이 감소한 곳 등 조류의 영향을 덜 받는 곳에서 지속적으로 침전됐다는 것이다. 

한겨레21의 의뢰를 받아 '흡착물질' 시료를 분석한 정기영 교수는 동위원소 분석 방식으로 '흡착물질' 성분인 '황(S)'의출처가 '해수'임을 밝혀냈다. 

   
  ▲ 천안함 선체와 어뢰에서 검출된 백색물질의 성분분석. 알루미늄. ⓒ양판석 박사 논문  
 
   
  ▲ 천안함 선체와 어뢰에서 검출된 백색물질을 전자현미경으로 성분분석한 결과 바스알루미나이트의 이론적 알루미늄의 양(43.94wt%)과 황(17.25wt%)의 양이 유사하게 나왔다. 사진은 황의 양을 보여주고 있다. ⓒ양판석 박사 논문  
 
언론검증위은 이같은 가설을 제시하면서 "이는 누가 보더라도 과학적 근거가 탄탄하고 검증 가능한 가설"이라며 학계가 검증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하면서 재조사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언론검증위는 국방부 민군합동조사단이 수조폭파실험 결과 황 성분이 높게 나타난 것과 관련해 '폭약 속 알루미늄이 바닷물의 황과 반응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폭발로 폭약 성분인 알루미늄과 해수의 황이 반응(산화)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금까지 제시된 바 없는 '세계 최초의 이론'이라며, 기존의 과학 상식을 뒤엎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판석 박사와 정기영 교수는 이 백색물질은 '산화'된 것이 아니라 '수산화'된 물질이라고 밝혔다. 

언론검증위는 이같은 명백한 과학적 분석 결과에도 불구하고 '백색물질'이 어뢰 폭발에 의한 흡착물질이라고 주장하자면 "공개적이고 투명한 재조사를 통해 민군합동조사단의 분석 결과가 '세계 최초의 발견'임을 입증해야 한다"며 국정조사 등을 통한 전면재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언론검증위는 국방부가 보관 중인 수조폭발 추출 물질을 공개할 것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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