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에 당초 손해 금액 2508억원을 변제했으나 재판이 끝난 뒤 이 가운데 2281억원을 돌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은 이에 대해 당초 법원에서 손해액이 최종 확정되면 사후 정산하기로 한 것이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회장이 법원에 제출한 양형 참고 자료에는 '공소장 기재 손해액 전액을 변제한다'고 명시한 바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 YTN은 경제개혁연대가 이 회장이 손해 변제금 가운데 2281억원을 돌려받은 것과 관련해 이들 삼성 계열사가 이 회장으로부터 받은 손해 변제금을 회계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이들 두 회사의 전현직 대표이사들을 지난 4월 배임 및 분식 회계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이 최근 무혐의 처분했다고 보도했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가 이건희 회장의 손해변제금 가운데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확정된 손해액 227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281억원을 이회장에게 되돌려 준 것은 배임 및 분식 회계 혐의가 있다며 이들 두 회사의 전현직 대표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애초에 법원에서 손해 금액이 결정되면 정산하기로 했었던 것"이라며 "이에 따라 무죄 판결이 난 삼성에버랜드는 받은 돈의 전액을, 유죄를 받은 삼성SDS는 법원에서 확정한 손해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이 회장에게 돌려줬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당초 이 회장이 법원에 제출한 양형 참고 자료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주주들의 손해액이 공소장 기재 금액보다 훨씬 적을 수도 있으나, 피고인 이건희는 더 이상 이 사건으로 인한 논란이 계속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고심을 거듭한 끝에 적정 가치를 따지지 않고 공소장 기재 손해액 전액을 지급한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만약 이 회장과 이를 수령한 두 회사 대표이사들 사이에 사후정산 조건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는 삼성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이 회장 등은 당시 재판부에 사실과 전혀 다른 허위 자료를 제출한 셈”이라며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재판부에 알렸는지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YTN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이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두 회사가 받은 이 회장 돈을 확정적인 수입으로 보기 어려우며 분식회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8월 삼성 비자금 사건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이 회장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발행해 손해를 끼친 점이 인정된다며 이 전 회장 등이 이 회사에 미친 손해 금액이 227억원이라고 판결했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1999년 주당 5만5천원에 거래되던 삼성SDS BW를 7150원에 인수하는 등의 수법으로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지만 납부한 세금은 20억원이 채 안 됐다. 이 사건에 관련된 삼성그룹 임원들은 대부분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났으며, 이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 주요 인사들은 모두 사면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손해 유무를 떠나 회사에 지급했다는 돈이 알고 보니 재판이 끝나면 다시 회수할 돈이었다면, 이는 법원과 두 회사의 주주들, 나아가 전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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