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저지 활동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계사 앞마당에 모인 이들은 궂은 날씨에도 바자회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비가 오는 지금도 굴착기로 파헤쳐지고 있을 우리 강을 지키기 위한 바자회가 비가 온다고 주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건강한 우리 강을 되찾기 위한 장터가 열렸다. ‘여성삼국’으로 일컬어지는 카페 소울드레서, 쌍코, 화장발과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가 함께 주최한 4대강 사업 저지 활동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 ‘건강(江)한 장터’가 이날 낮 조계사 앞마당에서 열렸다.

“한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는 털 부츠가 단돈 5000원입니다!” “알파카 코트가 2만 원이래! 진짜 싸다. 이거 주세요.”

시작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화장품코너와 여성의류 도서 판매대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지만 파는 이도, 사는 이도 신이 나 있었다. 이날 바자회에서는 전국의 시민이 기증한 옷, 신발, 책, 기념품, 아기용품, 화장품 등과 지역특산물과 4대강 반대 목소리를 담은 책과 CD가 판매됐다.

   
  ▲ 여성삼국과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가 함께 주최한 '건강(江)한 장터'가 29 낮 조계사 앞마당에서 열렸다. @이치열 기자.  
 
   
  ▲ 여성삼국과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가 함께 주최한 '건강(江)한 장터'가 29 낮 조계사 앞마당에서 열렸다. @이치열 기자.  
 
   
  ▲ 시민이 '건강(江)한 장터'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이치열 기자.  
 
“세일입니다. 66 청바지 새것입니다! 골라보세요.” “어머니 안 작아요. 딱 맞네요! 바지 사셨으니 이건 반값으로 드릴게요.”

82쿡(82COOK) 회원들도 물건을 기증받아 바자회에 참여했다. 한 회원은 “국민이 할 수 있는 게 이런 것밖에 없지 않느냐”며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마음을 담아 절대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자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디자이너가 기증한 독특한 일러스트의 티셔츠는 날개 돋친듯 팔렸다. 1차로 들어왔던 100여 벌이 금세 팔리고 200여 벌이 추가로 들어왔다.

개인판매자도 눈에 띄었다. 쌍코와 소울드레서에서 활동하고 있는 닉네임 ‘고급두뇌’는 아기용품을 들고 바자회를 찾았다. 아기용품은 직접 설명을 해야 해서 개인 판매를 하게 됐다는 고급두뇌는 “전에는 사회적인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카페활동을 하면서 관심이 많아졌다”며 “이번 바자회가 아니면 참여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직접 나왔다”고 말했다.

나눔문화는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책 <나는 반대한다-4대강 토건공사에 대한 진실 보고서>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참여했다. 이상훈 나눔문화 연구원은 “4대강 사업을 꾸준히 반대해 왔는데 개념 있는 분들께서 바자회를 연다기에 함께 나누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비가 와도 지금 4대강 공사 현장에서는 굴착기가 공사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잘못된 사업의 부당성을 알리는데 우리가 나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바자회에서 보기 힘든 물건도 있었다. 고향이 영광이라는 임병환씨는 독도수호 국민 소송 후원을 위해 영광 법성포 굴비를 들고 바자회를 찾았다. 그는 중학교 3학년인 아들과 함께 지난 4월 중순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독도야 사랑해’ 페스티벌과 서명운동을 벌이다 연행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수익금으로 독도소송비를 댈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이하 언소주) 회원인 정환봄씨는 100만 원 상당의 떡을 기증했다. 그는 “조선·중앙·동아일보의 보도를 보며 못마땅했다”며 “언론이 바른길을 가야 사회로 바로 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언소주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연합은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4대강 검증특별위원회 구성에 참여하라는 취지의 편지를 보내는 행사를 이어갔다. 환경연합 신재은 활동가는 “한나라당은 국민의 4대강 반대 목소리에도 검증특위 반대를 당론으로 하고 있다”며 “지역구 주민들이 4대강 사업을 똑바로 검토하라는 내용의 메일을 직접 보내 4대강 검증특위가 국회에 꾸려질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네트워크 홍대앞’ 소속인 닉네임 ‘간이역’은 “홍대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인디들이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이들은 자연적이지 않은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4대강 반대 목소리를 담은 노래를 만들기도 하고, 공연을 하기도 하는 등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이날 바자회에서는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내놓은 가수 김민기씨 LP판이 52만 원에 낙찰됐다. @이치열 기자.  
 
이날 바자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유명인사의 애장품 경매였다. 이날 가장 고가로 낙찰된 경매품은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홍성담 화백 작품이 담긴 4폭 병풍으로 95만 원에 낙찰됐다. 천 의원은 “이포보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등 3명에게 많은 정치인들이 큰 빚을 지고 있다”며 “그들을 내려오게 하기 위해서라도 4대강 사업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내놓은 가수 김민기씨 LP판은 52만 원에 낙찰됐다. 문씨는 “희귀본이라 다치지 않게 하려고 한 번도 틀지 않았던 것”이라며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해 내놓았다”고 말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인도 방문 때 선물 받은 숄은 30만 원에,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송건호 언론상 수상 당시 받은 상과 책 <나는 역사의 길을 걷고 싶다>는 45만 원에 낙찰됐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천호선 국민참여당 최고위원과의 저녁 식사는 각각 22만 원, 16만 원에 낙찰됐다.

   
  ▲ @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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