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도지사 출마설이 분분한 엄기영 전 MBC 사장이 1일 "(한나라당이나 여권에서)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었다. 한나라당이 언론플레이한 것일 뿐"이라며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실제 출마의사와 관련해 "이광재 지사의 재판이 잘됐으면 한다"면서 "강원도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한다"고 밝혔다.

엄 전 사장은 이날 오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대법원에서 당선무효 판결을 받을 경우 도지사 출마여부에 대해 "답변하지 않겠다. 내가 나간다고 하면 마치 이광재 지사의 낙마를 바라는 것이 되지 않겠느냐. 잘되길 바랄 뿐"이라면서도 "나는 다만 강원도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권의 탄압에 맞서왔던 엄기영 공영방송 MBC 사장이 여당에 기웃거리는 다중인격적 처신으로서 영혼을 파는 행위'라는 등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근거가 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엄 전 사장은 "내가 언제 한나라당 (간판걸고) 나간다고 했느냐. 언론들이 그렇게 몰아가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엄 전 사장은 '그럼 민주당 후보로 나갈 생각은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말 할 필요 있느냐"며 "좀 더 지켜보고, 상황이 어떻게 될지 한 번 보자"고 답했다.

   
  ▲ 엄기영 전 MBC 사장. 이치열 기자.  
 
한편, 7·28 재보선 당시 한나라당이나 여권 쪽으로부터 출마 제안을 받았다는 연합뉴스 보도에 대해 엄 전 사장은 "(한나라당이나 여권에서)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었다. 한나라당이 언론플레이한 것일 뿐"이라며 "기사를 뒤늦게 봐서 (오늘중) 연합뉴스쪽에도 항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훌쩍 정치권으로 갈 경우 30년 일생을 바친 MBC에 누가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엄 전 사장은 "고향에 내려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한 것을 곡해하면 안되지 않느냐"며 "그런 시각으로 보면,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10년 이내까지 어느 당에도 안들어갈 것이냐고 묻는다면 답을 못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엄기영 전 MBC 사장과 1일 두차례에 걸쳐 나눈 일문일답 요지이다.

-여권 관계자가 출마권유했으나 7.28 출마거부 언급했고, 엄 전 사장이 강원도 출마 검토의사 있다는 연합뉴스의 보도에 대한 의견은.
"(한나라당이나 여권에서)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었다. 한나라당이 언론플레이한 것일 뿐이다. 그냥 좀 쉬고 싶다. 기사를 뒤늦게 봐서 (오늘중) 연합뉴스쪽에도 항의하려고 한다."

-그럼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뜻이 뭔가
"사람이 나이 들면 고향에 내려가고 싶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방송사 사장까지 했는데 내가 정치를 하겠느냐. 그저 고향을 위해 일할 수 있으면 한다. 이미 정치권 쪽은 안가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6·2 지방선거도 그렇고, 7·28 재보선도 마찬가지였다."

-7·28 선거운동 당시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 얼굴을 내비친 것은 정치적 의미를 배제할 수 없는 행보가 아니었느냐.
"친구와 후배들 모임에 가봤더니 '너는 어떻게 개소식할 때 꽃도 안보내느냐, 얼굴이라도 내비치라'고 해서 갔던 것이다. 격려도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 과거 후배가 춘천시장 나갔을 때도 간 적이 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봐달라."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대법원에서 당선무효 판결을 받을 경우 도지사 출마를 안하겠다는 뜻인가.
"답변하지 않겠다. 내가 나간다고 하면 마치 이광재 지사의 낙마를 바라는 것이 되지 않겠느냐. 잘되길 바랄 뿐이다. 이 지사가 도지사로 잘 돼야 하지 않겠느냐."

-그럼 안나간다고 해석해도 되는가.
"그렇게 질문하거나 해석하면 안된다. 나는 다만 강원도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한다는 뜻이다."

-그건 나갈 수도 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의 탄압에 맞서왔던 엄기영 공영방송 MBC 사장이 여당에 기웃거리는 다중인격적 처신으로서 영혼을 파는 행위' '종잡을 수 없는 사회적 손실'이라는 정치권 언론계의 비판에 근거가 있는 것 아닌가.
"내가 언제 한나라당 (간판걸고) 나간다고 했느냐. 언론들이 그렇게 몰아가고 있는 것일 뿐이다."

-민주당 후보로 나갈 생각은 있는 건가.
"그런 말 할 필요 있느냐. 좀 더 지켜보고, 상황이 어떻게 될지 한 번 보자."

-자칫 훌쩍 정치권으로 갈 경우 30년 일생을 바친 MBC에 누가 된다는 생각은 안해봤나.
"고향에 내려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한 것을 곡해하면 안되지 않느냐. 그런 시각으로 보면,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편안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10년 이내까지 어느 당에도 안들어갈 것이냐고 묻는다면 답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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