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권위지 르몽드가 팔렸다.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독립적인 신문으로 꼽히는 르몽드가 좌파 성향의 기업인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사르코지 정부의 외압에 맞서 ‘편집권 독립’을 지켰다는 평가도 있지만, 지난 1944년 창간한 이래 자본과 권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독립 언론의 자존심을 지켜온 반세기 르몽드의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르제-피가스-니엘 컨소시엄이 르몽드의 회생을 위해 부채청산과 재투자 비용 등 총 1억1000만 유로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29일 보도했다. 르몽드는 28일 이 컨소시엄에 회사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승인했으며, 임직원과 기자들은 앞서 지난 26일 투표에서 90%의 찬성률로 이 컨소시엄을 대대주로 결정했다. 

베르제는 이브생로랑 패션하우스 공동창업자로, 지난 대선 당시 사르코지와 경쟁했던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의 후원자이다. 라자르 투자은행 최고경영자인 피가스 역시 친 사회당 인사로 2년 후 대통령 선거에서 사르코지의 경쟁자로 부각된 현 IMF 총재 스트로스 칸과 가까운 인물이다. 인터넷 사업가 니엘로 사르코지 반대파다.

컨소시엄은 편집권 독립뿐 아니라 신문사의 중요한 경영 및 편집 관련 결정에 거부권을 갖고 있던 기자회의 권한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 프랑스 르몽드 인터넷 사이트.  
 
르몽드가 고수해온 사원지주제를 포기하게 된 것은 1990년대부터 누적된 적자로 인한 경영난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르몽드 경영진이 공표한 공식 부채는 6000만 유로. 회계감사 결과 부채가 8000만 유로에서 1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몽드 매각에 앞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에릭 포테리노 르몽드 그룹 회장을 궁으로 불러 좌파 컨소시엄에 지분이 팔릴 경우 정부 대출을 해 주지 않겠다며 압력을 넣은 사실이 보도되면서 비판을 받기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르몽드가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문의 편집권과 독립을 약속한 이들을 새 대주주로 영입하면서 향후 정부와의 갈등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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