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됐다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발표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등이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천안함 사건을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해 대북 제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대북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단계 수위가 낮은 의장 성명조차도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일간지 브즈글랴드(www.vz.ru)는 지난달 20일 잠수정 전문가이자 러시아 해군 예비역 대령인 미하일 보른스키의 인터뷰를 싣고 합조단 조사결과와 관련, "평상시에, 선전포고도 없이 어떤 분명한 이유도 없이 타국의 군함에 어뢰를 쏜 것은 해적조차도 하지 않는, 국제적 테러행위"라면서 "믿기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보른스키는 이 인터뷰에서 "1번이라고 쓰인 어뢰 잔해가 발견됐지만 도대체 무슨 어뢰이며, 언제 쐈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천안함이 침몰하기 전 3∼4개월 동안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보른스키는 또 "대잠용으로 설계된 초계함이 그들 말대로 잠수함이 쏜 어뢰에 맞아 침몰했고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면 그들은 바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 러시아 일간지 브즈글랴드 지난달 20일자 온라인판 기사  
 
보른스키는 천안함 사고에 대해 첫째, 한국 승조원들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능했으며, 둘째 그런 공격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지 않으며, 셋째, 전후 정황을 이해할 만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보른스키는 "사고지역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짐작할 만한 정보가 거의 없다"면서 "합조단이 제시한 어떤 결론도 모두 추측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러시아 일간지 리아노보스티도 지난달 27일자 온라인 영문판 기사에서 러시아의 극동담당 대통령 특사를 지냈던 콘슨탄틴 풀리코브스키와 인터뷰를 통해 "나는 개인적으로 북한이 그 배를 침몰시켰다는 데 대해 심각한 의심을 갖고 있다"며 "왜, 무슨 이유로 그랬는지 나는 어떤 논리로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리아노보스티는 또 북한 지도력에 대한 폭넓게 알고 있는 러시아 전문가의 말을 빌어 "재래식 무기로 그들을 격퇴시키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아노보스티는 8일 관련 기사에서 "러시아 전문가들이 한국에서 천안함 조사를 마친 뒤 서울을 떠났다"면서 "2~3일 안에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에는 리아보노스티 기자가 동행 취재했다.

   
  ▲ 중국 일간지 환구시보 6월2일자 온라인판. '한국 해군은 밥통'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있다.  
 
중국은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최근 관영 신화통신도 미하일 보른스키의 인터뷰(http://mil.huanqiu.com/Observation/2010-06/838611.html)를 게재했다. 보른스키는 이 인터뷰에서 "대잠 초계함인 천안함이 잠수함이 쏜 어뢰에 맞아 침몰했다면 한국 해군은 밥통(饭桶)"이라며 한층 강도 높은 비난과 의혹을 쏟아냈다. 보른스키는 "잠수함이 초계함에 접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어뢰가 발사됐다면 곧바로 잠수함을 반격했어야 했다"면서 "이 사건은 매우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 러시아 일간지 '리아노보스티' 지난달 27일자 온라인 영문판.  
 
보른스키는 "사고 지점에서 발견된 어뢰 추진체에 북한 글씨가 적혀 있고 북한의 표시방식과 일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 어뢰는 천안함 침몰 이전에 가라앉아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면서 "구체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른스키는 "잠수함이 조용히 접근해서 공격하고 떠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불가능하다"면서 "나는 정치적 목적 외에 다른 해석을 찾지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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