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 정당성에 일고의 흔들림도 없다."

파업 관련 1심 징계로 해고를 당한 이근행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파업과 관련해 41명이 징계를 받고 이중 2명이 해고를 당한 것은 MBC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번 징계에 대해 이 본부장은 "징계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진정 MBC를 위한 것인가"라고 김재철 사장에게 되물었다.

이근행 본부장은 정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김 사장의 행보를 문제삼았다. 그는 "김재철 사장이 어떻게 사장이 됐고, 사장이 된 이후 권력과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 김우룡의 발언을 통해 드러났다"며 "진정 공영방송 사장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권력기관의 MBC 인사 개입을 폭로한 이른바 '큰집 조인트' 의혹이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고, 진상규명의 한 방법으로 고소를 약속한 김 사장은 현재까지 이행을 하고 있지 않다.

   
  ▲ 이근행 언론노조 MBC 본부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진행된 이번 징계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는 게 이 본부장의 판단이다. 그는 "징계 배후에는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는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했다"며 "청와대가 우리 MBC 문제를 지속적으로 컨트롤하고 있다는 정황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MBC쪽이 징계 결과를 함구한 상황에서 선거 전부터 청와대 등 권력기관으로부터 징계 결과가 흘러 나왔고, 알려진 결과는 지난 4일 MBC쪽의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본주장이 "(경영진)자신들이 권력으로부터 신임 받기 위한 징계"라고 촌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그는 사측이 '노사 관계 재정립'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노조를 죽이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7일부터 해고를 당한 이 본부장과 오행훈 PD는 서울 여의도 MBC 1층 '민주의 터'에서 농성을 시작한다. 노조 집행부는 사장실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조합원들도 내부 게시판 등을 통해 반발하고 있다. 징계 재심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MBC의 향배는 어떻게 될까.

   
  ▲ 사장 출근저지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근행 본부장은 "권력 유지와 통치의 수단으로 언론을 생각하고 있고, 이런 생각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반복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향후에도 MBC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MBC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고난의 길을 갈 수밖에 없지만, 묵묵히 끈질기게 가면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시절도 다 지나간다"며 "결국 심판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 6일 이근행 본부장과의 전화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14년만의 해고이자 중징계다. 이번 징계 결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투쟁의 정당성에 일고의 흔들림도 없다. 징계를 하는 주최인 김재철 황희만 그리고 이 징계 결정을 추인한 경영진은 역사의 죄인이다. 기록으로 남아 평가받을 것이다. 징계의 권위와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김재철 사장이 어떻게 사장이 됐고, 사장이 된 이후 권력과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 김우룡의 발언을 통해 드러났다. 김우룡의 조인트 발언이 공식적으로 터지고 김재철 사장이 거기에 연루돼 있고 의혹이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김재철 사장은 이 문제에 대해 변명과 회피로 일관했고 이것이 파업 투쟁의 원인이 됐다. 김재철 사장은 징계할 자격이 없다. 진정 공영방송 사장인가."

- 사내 내부 게시판에 사장을 비난·비판하는 글을 쓴 조합원도 해고·감봉을 당했다.
"오행운 PD에 대한 해고는 결정적인 사적 보복이다. 회사라는 공조직의 인사권·징계권이 개인의 감정적인 차원에 의한 사적 보복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장의 사적 보복을 따라 그것을 실행한 경영진은 MBC 역사에 오랫동안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다."

- 사측이 지난달 26일 인사위를 마무리하고 9일 만에 징계를 발표했다. 지방선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이나.
"정치적인 어떤 고려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징계 배후에는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는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했다고 본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김재철 개인의 판단 뿐 아니라 권력과 교감한 정황 증거가 있다. 청와대가 우리 MBC 문제를 지속적으로 컨트롤 하고 있다는 정황을 알고 있다. 선거 전에 이미 청와대가 해고 사실을 알았고, MBC 사측이 함구한 상황에서 그쪽에서 징계 소식이 먼저 흘러나온 것이다. 그런 것들이 징계 시점, 징계 수위나 지금까지 진행된 과정에서 작동했다."

   
  ▲ 사장 출근저지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 사측은 불법 파업에 대한 과거 사례를 검토해 적정한 수준의 징계를 내렸다고 주장한다.
"징계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진정 MBC를 위한 것인가. 이번 징계는 자신들의 위치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자신들이 권력으로부터 신임 받기 위한 징계다."

- 사측은 노사 관계 재정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말은 노조를 죽이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노동조합이 파트너로서 공정방송의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들의 걸림돌이라는 차원에서 노조를 죽이겠다는 것이다."

- 현 정권 출범 이후 YTN에 이어 또 언론 해직자가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보나.
"정권의 수준이다. 정권이 자신들을 비판하는 세력을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 정권은 정권 유지를 위해 자신들의 방해가 되는 요소를 다 치우고 있다. 자신들의 영구 집권 내지는 권력 유지의 방해가 되는 집단들을 없애겠다는 것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권력 유지와 통치의 수단으로 언론을 생각하고 있고, 이런 생각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반복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심판 받을 것이라고 본다."

- 향후 어떤 투쟁을 할 것인가.
"MBC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고난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양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묵묵히 가는 수밖에 없다. 누구는 피를 흘리고 누구는 울분을 삼켜가면서 묵묵히 가면 물이 제 길을 찾듯이 사회가 갈 것이다. 이런 시절도 다 지나간다. 길게 보고 멀리 보고 묵묵히 해야할 일을 하면서 가면 된다. 끈질기게 가면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저는 한국 사회와 역사에 대해 낙관하는 사람이다. 우리 조합이 겪는 것들을 충격적이거나 힘들게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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