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감소 효과는 미미하거나 전혀 없고 오히려 개인정보 보호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다음커뮤니케이션 대외협력실 정혜승 실장은 15일 인터넷 실명제 컨퍼런스에서 "포털 사이트 입장에서는 사용자들의 주민등록번호 뒷 7자리는 아무런 필요가 없다"면서 "우리도 인터넷 실명제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인터넷 실명제가 적용되지 않은 구글 같은 해외 사이트와 경쟁할 때 역차별을 당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인터넷 초창기에는 인터넷 사업자들이 앞 다퉈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개인정보 보호가 심각한 이슈로 떠올랐다"면서 "사용자들은 흔히 포털 사이트들이 개인정보로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를 활용해 어느 지역 어느 연령대의 사용자들이 어떤 뉴스를 많이 봤는지 등을 분석하기도 하지만 이때도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한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정 실장에 따르면 업계에서도 실명제가 과연 악플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 실장은 "오히려 전체 댓글이 크게 줄어들어 여론수렴이 위축되는 부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또 "완전 실명제를 실시하는 사이트도 많지만 과연 악플이 사라졌느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비실명 회원 가입이 가능한데 메일과 카페, 블로그 등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아고라나 뉴스 댓글 등을 쓰려면 본인확인을 해야 한다.

정 실장은 "개똥녀 사건 이후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문제의식이 확산됐던 걸로 아는데 문제의 게시물은 실명제 사이트에서 먼저 올랐고 오히려 개똥녀의 개인정보 유출이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익명 표현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이 더 큰 문제라는 이야기다. 정 실장은 "실명제가 개인정보 유출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보안이 취약한 중소 사이트들까지 관행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이메일과 비밀번호만으로 회원가입 가능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실명제가 폐지될 경우 역기능을 우려하는데 처음 도입할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과 NHN, SK커뮤니케이션즈 등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들은 수백명 규모의 모니터링 센터를 운영하면서 악성 댓글과 권리침해 게시물 등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설명이다.

정 실장은 또 "불법행위 저지르는 사람들은 본인확인을 하지 않는다"면서 "주민등록번호 도용이 만연돼 있어 본인확인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 범죄수사의 경우는 아이피 추적 등의 다른 대안도 많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해외 사이트들이 실명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언론사의 선택에 따라 실명을 쓰는 경우 댓글을 더 잘 보이도록 해준다든가 하는 정도일 뿐 우리처럼 강제적으로 실명확인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또 유튜브가 인기를 끌면서 다음의 동영상 서비스가 크게 위축된 것과 관련, "우리 사이트가 부실해서 뒤쳐진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게 과도한 규제로 인한 역차별이라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유튜브는 익명 가입이 가입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나 저작권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정 실장은 "같이 규제해 달라고 떼를 쓰는 건 우습지만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트위터와 아고라를 비교해 보라"면서 "트위터는 개인 공간이라서 실명제가 필요없다고 하지만 트위터도 미디어 기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 처벌받지 않고 아고라는 처벌받고 이거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 입장에서는 속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다행히 방송통신위원회도 고민을 시작했고 사회적으로 문제의식도 확산되고 있어 변화가 가능할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생 벤처 유저스토리랩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토드 태커는 "인터넷 실명제가 한국 인터넷 사이트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커는 "외국인의 관점에서 볼 때 인터넷 실명제는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네트워크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막고 한국을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며 후진적인 나라라는 인상을 줄 수 있어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할 경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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