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고를 둘러싼 의혹을 집중 조명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화제다. 시청률 조사업체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17일 방영된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전국 기준으로 11.1%, 주말 저녁이라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이날 프로그램에서는 민관 합동조사단 발표와 달리 기뢰나 어뢰, 또는 수중 폭발의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방부가 진실을 은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다각도로 제기됐다.

첫 번째 의문, 어뢰라면 왜 화상 환자가 없을까.

우선 어뢰에 직접 맞았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어뢰가 천안함을 공격했다면 승조원 모두가 엄청난 화염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나 생존자들 가운데 화상 환자가 전혀 없었고 시신들도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죽은 물고기 떼도 없었다. 열상감시장비(TOD)에도 전혀 열기가 감지되지 않았다. 음파 탐지기에서도 어뢰를 감지하지 못했다. 지진파가 발생했다고 하지만 천안함의 침몰과의 상관관계는 밝혀진 바 없다.

   
  ▲ 지진파와 천안함의 침몰이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지도 밝혀진 바 없다. SBS 화면 캡춰.  
 
두 번째 의문, 수중 기뢰라면 왜 물에 젖지 않았을까.

직접 부딪히지 않는 버블 제트, 이른바 수중 기뢰에 맞았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신영식 교수에 따르면 수중 기뢰의 경우 1초에 8천km의 엄청난 충격파가 발생한다. 이 경우 엄청난 물기둥이 솟구쳐 올라 배 전체를 뒤덮게 되는데 천안함에서는 갑판에 있던 두 명의 견시병들이 물 한 방울 젖지 않은 채 구조됐다. 이들은 물기둥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고 이들을 구조한 해양경찰청도 물을 뒤집어 쓴 사람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 사고 지점은 어선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이다. 하필이면 천안함이 기뢰에 부딪힐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SBS 화면 캡춰.  
 
세 번째 의문, 왜 고막 파열도 없었을까.

생존자들은 꽝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지만 수중 기뢰의 경우 훨씬 더 엄청난 충격이 있었을 거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 소장은 "함실 내부에 있던 승조원들은 거의 고막이 나갔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선박 구조전문가인 미국 버클리대 알라 만수르 교수도 "수중 폭발인데 물기둥을 보지 못했고 젖지도 않았다는 건 모순"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 천안함(왼쪽)은 절단면 위 구조물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다. 어뢰나 기뢰에 맞을 경우(오른쪽 자료화면) 구조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SBS 화면 캡춰.  
 
네 번째 의문, 전단 파괴 가능성은 전혀 없나.

외부 공격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전단 파괴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만수르 교수는 "폭발 이외의 다른 원인으로 배가 반파될 때도 큰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서 "피로 파괴나 전단 파괴가 일어날 때도 아주 큰 소리가 난다"고 지적했다. 절단면 위의 구조물이 멀쩡하게 남아있다는 것도 석연치 않다. 어뢰 공격을 받은 다른 배들을 보면 구조물이 갈기갈기 찢겨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 국방부가 KNTDS(해양전술지휘시스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천안함 미스터리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BS 화면 캡춰.  
 
다섯 번째 의문, 국방부는 왜 TOD 영상을 숨기나.

국방부는 계속해서 천안함 사고 발생 시각을 바꿨고 그때마다 추가로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9시3분에 천안함을 찍은 TOD 영상은 있는데 그 다음 영상은 사고 발생 이후인 9시23분, 그때는 이미 함미가 가라앉고 있을 때였다. TOD 운영병이었던 한 예비역은 "(사고 발생 직후 3분이나 늦게 촬영을 시작했다면) 다 영창감"라고 말한다. 선박이 발견되면 사라질 때까지 관측을 하게 돼 있는데 국방부는 이 영상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여섯 번째 의문, 비상상황이라던 전화 정말 없었나.

사고 시각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는데 9시16분 무렵 "비상상황이 발생해서 전화를 끊어야겠다"는 전화가 있었다는 한 실종자 가족의 증언을 합동조사단은 "확인 결과 통화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정국 실종자가족협의회 대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엄청나게 시달려서 말하기 곤란하지만 그런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은 확인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일곱 번째 의문, 해경과 국방부, 왜 말이 다른가.

해경 관계자는 "우리는 9시15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국방부가 아니라고 하니까 아닌 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 상황일지에도 9시15분에 최초 상황이 발생했다고 적혀 있지만 국방부는 "9시16분의 백령도 인근에서 발생한 미상의 소음이 천안함과 관련된 것으로 착각해 잘못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사건과 관계없는 미상 소음인데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절묘하다.

여덟 번째 의문, 왜 국제상선망으로 교신을 했나.

국방부가 9시22분 이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뒤늦게 밝힌 국제상선망 교신 기록도 의문을 남긴다. 왜 군 통신망을 두고 보안도 안 되는 상선망으로 감도 체크를 한단 말인가. 한 해군 전역 장교는 "전력이 끊긴 엄청난 비상상황이 아니면 상선망을 쓰는 일은 거의 없고 평상시라면 결코 있어서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작 천안함의 교신기록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왜 엉뚱한 상선망 교신 기록을 공개한 것일까.

   
  ▲ 해군은 무려 48시간이나 걸려서 경남 진해에 있는 옹진함을 불러왔는데 그때는 이미 생존 가능 시간이 거의 다 지난 뒤였다. SBS 화면 캡춰.  
 
아홉 번째 의문, 일부러 실종자 구조 늦췄던 것 아닌가.

국방부는 사고 이틀이 되던 날까지 함수와 함미의 위치조차 찾지 못했다. 기뢰 탐지 설비를 갖춘 옹진함이 경남 진해에서 백령도까지 오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 함미를 발견한 것은 해군이 아니라 백령도 어민들이었다. 해경도 해군보다 먼저 함미의 위치를 찾아서 해군에 통보했다. 최첨단 장비를 갖춘 해군은 그때까지 뭘 하고 있었을까. 한 민간 해양탐사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가면 한 번에 찾을 수 있는데 아무런 지원 요청이 없었다"고 말했다.

   
  ▲ 국방부는 최대 69시간 생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나중에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SBS 화면 캡춰.  
 
열 번째 의문, 생존 가능성 희박, 국방부는 알고 있었다.

국방부는 사고 직후 "격실을 차단할 경우 최대 69시간까지 생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중에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천안함은 잠수함이 아니기 때문에 완벽하게 생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인 김상중씨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잔인한 '희망 고문'이었던 69시간, 국방부는 언론의 관심을 애초부터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구조작업에 돌리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문은 모두 지극히 상식적인 의문이다. 국방부는 외부 공격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북한을 지목하고 있지만 북한의 잠수함이 어떻게 수많은 경계망을 뚫고 백령도 근해까지 접근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돌아갈 수 있었는지가 가장 큰 의문이다. 군사 전문가 김병기씨는 기뢰에 의한 공격은 어뢰보다 확률이 훨씬 더 낮다고 지적한다. 이 지역을 매일 오가는 어선들은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어떻게 천안함만 공격을 당했을까.

국방부 발표는 의문투성이다. 사고 순간의 TOD 동영상이 없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백령도 어민들은 왜 천안함 같은 대형 초계함이 수심 45m 근해까지 접근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인근의 속초함이 새 떼들을 향해 10분 동안 함포 사격을 한 이유도 여전히 의문이다. 결국 열쇠는 국방부가 쥐고 있다. 해양전술지휘시스템(KNTDS)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무엇인가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에서 국방부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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