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분양이 20만호를 넘어섰을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고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눈에 띄게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다. 건설회사 최고경영자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이 집값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놀랍게도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부동산 규제를 거의 대부분 풀었는데도 부동산 경기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이유가 뭘까.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 단장은 "부동산 정책은 이명박이 노무현보다 훨씬 낫다"고 평가한다. "노무현이 띄운 집값을 이명박이 잡을 것"이라는 도발적인 전망도 내놓는다. 노 전 대통령이 부동산 규제를 남발하다가 보수 기득권 세력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권을 뺏겼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전혀 다른 분석이다. 토건주의의 원조면서 이른바 강부자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 대통령이 집값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뜻밖이다.

- 최근 집값이 떨어지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했던 말 기억 하나. '집 없는 서민들이 집을 가질 수 있도록 획기적인 주택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한 마디도 없고 광복절까지 건설경기 활성화만 부르짖는다고 비판이 많았지만 이 대통령은 약속을 지켰다. 이 대통령은 반값도 안 되는 보금자리 주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좌파 정부라고 불렸던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도 하지 못했던 획기적인 부동산 해법이다."

- 보금자리 주택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보는 건가.
"생각해 봐라. 이건 말 그대로 반값 폭탄이다. 서울 강남 평균 집값이 평당 3500만원이다. 송파와 강동은 3천만원이다. 그런데 그 옆에 보금자리 주택을 평당 1100만원짜리를 분양하겠다고 한다. 당신 같으면 헌 아파트를 3500만원 주고 사고 싶겠는가. 강북은 평당 2천~2500만원인데 800만~900만원짜리를 짓겠다고 한다. 파주 교하는 2006년에 1500만원에 분양을 했는데 이번에 분양할 보금자리는 700만~800만원이다. 인천 송도? 갯벌 메워서 허허벌판에 지은 아파트가 1700만원이다. 그런데 보금자리는 800만원이다. 이런 반값 아파트를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60만호를 채우겠다고 했다. 폭탄이 계속 쏟아진다는 이야기다. 집값이 견뎌낼 수가 없다."

   
  ▲ 1999년 타워팰리스 평당 분양가가 950만원, 그래도 미분양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강남 분양가 평균은 3500만원, 강북은 2500만원에 이른다. 건설회사들은 지난 10년 동안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연합뉴스.  
 
- 사실 믿기 어려운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건설회사들을 죽이는 정책을 쓸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그건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게 얼마나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약속대로 보금자리 주택 60만호를 지을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건설회사 출신인 그도 아마 알 거라고 생각한다. 건설회사들이 얼마나 엄청난 폭리를 챙기는지 그리고 그게 얼마나 한국 경제를 좀 먹고 있는지. 만약 그가 적당히 건설회사들 이익 좀 늘려주고 부동산 부자들 행복하게 해주려고 대통령을 한 거라면 모르겠지만 일단 당선되고 난 이상 뭔가 성과를 남기고 싶을 거라고 본다. 적어도 경제를 살린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을 거라고 본다."

- 부동산을 잡아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 그 말인가.
"하나마나 한 소리 아닌가.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정부 통계로 4800조원이다. 경실련 조사로는 7500조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1년에 아파트를 50만개씩 지었다. 부동산 가격이 1년에 500조원씩 폭등을 했다. 국내총생산의 절반 규모다. 우리나라 가처분소득의 10배다. 그 결과는 어떤가. 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놓고 있으면서 투자도 하지 않고 당연히 일자리도 줄어들고 성장잠재력도 급격히 위축됐다. 그런데 국민들은 산더미 같은 빚을 짊어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700조원이나 된다. 안타깝지만 이게 모두 김대중과 노무현, 지난 10년 동안 벌어진 일이다.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이 그렇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은 왜 하지 못했을까. 종합부동산세를 때리면서 강남 부동산 부자들과 한바탕 전쟁을 벌이지 않았나.
"부동산 보유세는 필요한 세금이다. 다만 노무현의 종부세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었다. 이를테면 강북의 성북동이나 평창동 20억원짜리 단독주택은 종부세를 안 내고 강남의 10억짜리 아파트는 내고, 당연히 반발이 없을 수가 없다. 투기를 막겠다는 명분은 좋았지만 조선일보가 반발했던 것처럼 집 한 채 있는 실 수요자들까지 적으로 만들었다. 종부세가 성공하려면 강남을 타깃으로 할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공평한 기준을 적용했어야 했다. 집 가진 사람들의 부담을 늘릴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투기적 거래를 뿌리 뽑을 고민을 했어야 했다. 나는 노무현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과연 집값을 잡을 의지가 있었던 것일까."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나.
"실패한 정도가 아니라 역대 모든 대통령을 통틀어 최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선 공약이었던 분양원가 공개를 끝내 거부했고 분양가 상한제 규제도 계속 풀어줬다. 평당 건축비가 2003년에는 220만원 정도였는데 이듬해에는 285만원으로 뛰었고 그 다음해에는 385만원으로 뛰었다. 그 다음해에는 450만원에 가산비용을 더해 플러스 알파까지 허용했다. 그 결과 어떻게 됐나. 최근에는 평당 건축비가 800만원까지 뛰었다. 네 배가 뛴 셈이다. 뚝섬은 평당 건축비가 2500만원까지 했다. 아파트에 금이라도 발랐나. 이처럼 건설회사들이 마음 놓고 가격을 부풀리라고 길을 열어준 셈이다. 그러면서 세금만 많이 때리면 집값이 잡히나."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그런 자충수를 뒀다고 보나. 노 전 대통령이라고 부동산 거품을 키운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남기고 싶었겠나.
"일단 경제를 너무 몰랐고 관료들에게 휘둘렸다. 그게 노무현과 386 정치인의 한계였다고 본다. 공급을 늘려서 집값을 잡는다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분양원가를 공개해서 집값 거품을 잡고 공공은 영구임대, 민간은 후분양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는데 들은 척도 안 했다.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물러섰고 심지어 '공기업도 이윤을 남겨야 된다'는 말까지 했다. 그 결과 노무현 집권 5년 동안 건설회사들은 200만채를 팔아 200조원 이상 폭리를 챙겼다. 정부는 100조원, 민간은 300조원의 토지 보상비를 챙겼다. 한 마디로 부동산 투기꾼들의 천국이었다. 단군 이래 최대의 거품이고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됐던 5년이었다."

- 공급을 늘려서 집값을 잡는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가.
"박정희가 강남 신도시를 만들었다. 전두환이 목동과 상계 신도시를 만들었다. 노태우는 분당과 일산, 평촌, 산본, 중동 신도시를 만들었다. 그런데 노무현은 파주 교하와 운정, 검단, 한강, 김포, 영종, 청라, 송도, 동탄 1, 동탄 2, 송파 등 신도시를 10개나 만들었다. 그렇게 공급을 늘려서 집값이 잡혔나. 웃기는 소리다. 노 전 대통령이 지은 아파트는 사람이 살기 위한 아파트가 아니라 시세차익을 노리고 사고 팔기 위한 아파트였다. 집값은 계속 뛰고 일단 짓기만 하면 무조건 팔리니까 겉만 번지르르하게 만들어 놓고 해마다 200조원을 나눠먹기 해왔던 거다."

- 지금 집값이 주춤한 게 공급 과잉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 않나.
"지방은 이미 공급 과잉 상태지만 서울과 수도권은 좀 다르다. 서울과 수도권 주택이 모두 600만채다. 그런데 집 있는 사람은 350만가구 밖에 안 된다. 나머지 250만채는 투기적 목적으로 집을 두 채 이상 갖고 있는 사람들 것이다. 집을 사고 파는 게 최고의 재테크였으니까. 집값을 충분히 낮추지 않으면 공급을 아무리 많이 늘려도 집 없는 사람은 줄지 않는다. 세금을 때리면 뭐하나. 노 전 대통령은 집값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냥 시장에 맡겨두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군 이래 최고의 부동산 거품을 방치하고 건설회사들이 국민들 등골을 빼 먹고 있는데도 마냥 방관했다."

- 그래서 이명박은 노무현과 다르다는 이야기인가.
"이명박을 믿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보수와 진보로 갈려서 친 이명박 반 이명박으로 싸울 게 아니라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해 보자는 거다. 나는 민주당을 얼치기 진보라고 생각한다. 사이비 짝퉁 진보라고 생각한다. 정권을 뺏겼으면서도 왜 뺏겼는지도 모르고 되찾아 올 생각도 없는 것 같다. 봐라, 이명박이 집값을 잡고 있다. 노무현이 못 했던 반값 아파트를 쏟아내고 있다. 맘만 먹으면 반의 반값 아파트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 조금만 노력하면 집을 살 수 있는 그런 때가 올지도 모른다. 집을 사고 팔아서 연봉의 수십배를 버는 그런 시대가 끝날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대안이 있나. 우리가 진짜 진보라고 주장하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어떤가. 제대로 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적 있나.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이명박을 압박해야 한다. 반값 아파트를 더 늘리고 모든 집값을 반값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그래야 한국 경제가 살아난다. 오세훈이 하고 있는 서울시 장기 임대주택을 봐라. 얼치기 진보가 못한 걸 보수가 하고 있다. 부끄럽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실패를 바로 보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정권을 되찾아 오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 이명박을 지지했던 보수 기득권 세력이 부동산 폭락을 가만 두고 볼 것 같은가. 과연 이 정부가 자신들의 지지 계급과 계층을 배반하는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을까.
"사실 아직까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최근 집값이 떨어지는 게 공급 과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이런저런 연구소에서 나오는 보고서 나오는 거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소득 대비 집값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는데 그건 노무현 때도 마찬가지였고 김대중 때도 마찬가지였다. 집값이 떨어지는 건 더 이상 오를 거라는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이 지금 그걸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보금자리 주택 60만호 건설 계획이 시장에서는 부동산 거품 붕괴의 신호로 받아 들여진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조선일보는 이런 위험을 감지하고 있는 것 같다. 집값을 띄우라고 뽑아줬던 이명박이 집값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조선일보는 알고 벌써부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다른 신문들은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보금자리 주택이 서민들이 사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둥 정신나간 소리만 하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나는 경향신문이나 한겨레가 노무현의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비판한 걸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시세의 반값도 안 되는 보금자리 주택이 비싸다고?"

- 일단 시장에 신호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야기인가.
"그렇다. 보금자리 주택 평당 1100만원은 앞으로 강남 집값의 기준이 될 것이다. 만약 이명박이 약속대로 보금자리 주택 60만호를 쏟아내면 3500만원 하던 집값이 1100만원까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강북은 2500만원짜리가 800만원까지 떨어지게 된다. 여기에다 토지임대부 건물분양을 하게 되면, 사실 이건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한나라당 당론이기도 한데, 반의 반값 이하까지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누가 집을 사려고 하겠는가. 시장은 이미 알고 있다. 빚내서 집 산 사람들은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부실한 건설회사들은 망할 수밖에 없고 이들에게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도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노무현이 말로만 떠들고 손도 못 댔던 부동산 시장 개혁을 이명박이 하고 있다는 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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