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의 최초 상황발생시각이 9시15분이라는 MBC의 군상황일지 폭로를 군 당국이 부인하자 MBC가 4일 뉴스에서 상황일지 원본을 공개해 파장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 세 번째 리포트를 통해 'MBC가 공개한 상황일지가 군에서 사용하는 양식과 다르다'는 군의 주장에 대해 원본을 보여주면서 "이것이 군 당국 작성 최초 상황일지"라며 "사고 당일인 26일 △2함대와 해군사령부 간의 교신내용에 최초 상황발생 보고 9시15분으로 △9시16분엔 백령도 방공 진지에서 폭음이 청취된 것으로 △20분엔 지진파가 발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보도했다.

MBC는 "특히 외부기관과 언론에 보도된 상황까지 기록돼 있었다"고 전했다.

"최초상황발생 9시15분·16분 폭음탐지"

   
  ▲ 지난 3일밤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MBC는 이어진 리포트 '9시15분 발생 세가지 근거'에서 함대사령관과 작전처장이 통화했다는 것은 평상시엔 벌어지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과 9시22분 KNTDS에서 천안함의 궤적이 사라졌다는 점, 백령도에서 상황을 TOD로 녹화한 시각과 천안함의 함미가 없어진 시각 등을 종합하면 9시15분이 최초 상황시간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MBC는 또 군이 이 같은 보고에도 불구하고 9시22분으로 결론내린 이유에 대해 '9시22분 결론내린 이유는?'에서 △15분으로 판단한 관할 부대장이 사고 발생지점에서 이격돼있고 △20분께 폭음을 청취한 초소 장병이 침몰지점과 가까우며 △상황전파 직후 녹화가 시작됐다고 제시했다.

MBC는 이를 두고 "이런 설명에도 9시15분이 아니라는 결정적 증거가 없다"며 한 승조원이 부친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다가 끊어진 시각이 16분이라는 점 등 여러 제기된 정황과 의혹에 대해 군이 보다 과학적 합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MBC는 또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사고발생 시각에 대한 숱한 번복 사례를 짚었다. MBC는 '진술 번복 풀리지 않는 의문'에서 최원일 천안함 함장이 사고 당시 'KNTDS'를 보고 있었다고 말했지만 함장은 한 번도 9시15분에 최초 상황을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함장이 당시 상황 알지 못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9시15분이 아니라는 결정적 증거없어"

MBC는 사고발생 시각에 대해서도 함장이 27일엔 9시25분이라고 했다가, 28일엔 22분으로 바뀌었는데도 계속 25분을 계속 고수하기도 했다며 29일 국회에 출석한 김태영 국방장관이 25분이라고 말하는 영상을 제시했다. 그러다 국방부는 지진파 발생 자료가 나온 뒤에서야 22분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MBC는 또 '천안함 보고 왜 없었나?'에서 사고 발생 직후에 천안함에서 왜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MBC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천안함은 26분에야 핸드폰으로 최초 통화를 했지만 '비상'이라는 말을 듣고 승조원이 부친과의 연락을 끊은 것은 9시16분이라는 것이다. MBC는 그럼에도 이 문건에는 함대사령부가 천안함과 교신을 시도했다는 기록이 나와있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최초 상황시간에 대해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거나 중대한 상황인지 판단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는 이같이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이런 의혹을 푸는 길은 KNTDS를 공개하는 길이라고 거듭 촉구했다. MBC는 리포트 '의혹 푸는 열쇠 KNTDS'에서 "KNTDS는 해상상황을 손바닥 보듯 드러나 있고, 해군 함대사령부, 작전사령부, 합동사령부의 상황이 점으로 표기돼 있으며 MBC가 입수한 상황일지에도 KNTDS 상 천안함이 (9시22분 이후) 완전히 소실됐다는 사실도 나와 있다"며 "KNTDS엔 15분에서 22분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기록돼 있다"고 제시했다.

"KNTDS에 7분간 무슨 일 있었는지 다 나와"

천안함이 이 시각이 어디에 있었는지, 움직였는지 서있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해군도 이미 "(K)NTDS 상으로 봤을 때 천안함이 정상적으로 기동하고 있었다"(이기식 작전처장)고 밝힌 것처럼 KNTDS를 다 봤다는 게 MBC의 지적이다.

국방부가 3일 발표에서 사고 당일 9시19분 교신한 사실이 있으나 통상적이고 평온한 교신활동이었다고 밝힌 것에 대해 MBC는 납득이 잘 되질 않는다고 반박했다. 군 당국이 '16분 병사들이 받아적는 과정에서 정밀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 '20분까지 승조원이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 것에 대해 MBC는 "승조원의 부모는 '20분까지 문자를 받은 일이 전혀 없다'고 했다"며 "군 당국이 계속 해명하고 있지만 그 사실관계가 달라 오히려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KBS는 이날 <뉴스9> 톱뉴스부터 두건의 리포트로 전날 MBC 보도에 대해 군이 부인한 내용으로 채웠다. KBS는 '"9시19분 통상교신…22분 침몰 맞다"'에서 군과 정부 당국자가 사고 당일 밤 9시 22분 이전에 천안함과 해군 2함대 사이에는 특이한 교신은 없었다고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 4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KBS는 "15분쯤 사고가 발생했을 거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승조원 어머니가 9시20분까지 통화했다는 증언도 있다면서 이 내용을 공개적으로 증언해 주면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며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9시 16분에 폭음을 감지했다는 것과 해경 보고서의 내용차이는 잘못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KBS "군 허술한 대응, 성급한 보도가 의혹 증폭" MBC 비판

KBS는 이어진 두 번째 리포트 '침몰 직전 혼선 일단 해소'에서는 MBC 보도를 두고 성급한 보도라며 비판에 나섰다. KBS는 국방부가 지난 1일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들어 "합참과 해군작전사령부, 제2함대 사령부 3곳의 상황일지에 사고 발생시각이 공통적으로 지난 26일 밤 9시15분으로 기록돼 있다"며 "해작사가 합참에 보고한 사고 발생시각은 최초 9시 5분에서 사흘간 세 차례의 수정 끝에 밤 9시 15분으로 결론지었다"고 보도했다.

KBS는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고 발생 시각인 밤 9시22분과 7분이나 차이가 난다"며 "여기에다 가족과 통화하던 승조원이 밤 9시16분쯤 비상이 걸렸다며 전화를 끊었고 다른 실종자의 휴대전화 문자전송이 갑자기 중단됐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사고시각을 둘러싼 각종 추측과 억측이 난무했다"고 전했다. KBS는 "오늘 정부와 군의 교신내용 일부 공개는 이같은 논란을 일거에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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