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몽고메리 동국대 영문학과 교수는 한국 문학에 관심이 많다. 그는 "Korean modern literature in translation(번역된 한국 현대 문학)"이라는 영문 블로그(www.ktlit.com)를 운영하고 있다. 2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외국인 블로거들 모임에서 만난 그는 이문열의 '시인(The poet)' 영문판 문고본을 들고 있었다. 우리말을 거의 못하는 그는 메모지에 '김삿갓'이라는 단어를 그림처럼 그려 넣으면서 활짝 웃었다.

몽고메리 교수는 "한국 문학은 노벨상을 받을만한 작품이 많다"면서 "특히 고은과 박완서, 이문열, 고 박경리 등은 세계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작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번역된 작품이 많지 않아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블로그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친구와 함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우리 문학을 세계에 소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www.ktlit.com  
 
몽고메리 교수는 "내 블로그는 52개국에 독자를 두고 있는데 55%의 독자가 미국과 캐나다, 영국에 거주한다"면서 "한국에서 열리는 컨퍼런스를 소개하면 자세한 정보를 알려달라는 댓글이 올라오곤 한다"고 자랑했다. 그는 오는 9월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참석해서 한국문학을 주제로 발표할 계획이다. 그와 함께 한국문학을 주제로 발표하는 사람들도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몽고메리 교수처럼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블로거들이 많다. 주제도 문학과 패션, 요리, 건축, 야구, 경마, 여행 등 다양하다. 이들은 부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는데 최근에는 블로그 마케팅 회사 태터앤미디어와 함께 '나누미'라는 블로그 웹진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셜 번역 플랫폼 '루아'를 이용해 국내 콘텐츠를 영어로 번역해 소개하는 작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 www.feetmanseoul.com  
 
'Feetman Seoul(핏맨 서울)'이라는 블로그(www.feetmanseoul.com)는 7명의 사진작가들이 운영하는 팀블로그인데 한국의 스트리트 패션에 대한 글이 올라온다. 이들은 한국의 여느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한국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멋을 읽어낸다. 피곤에 찌든 회사원, 불량스러운 고등학생, 이제 막 시작한 발랄한 커플,  짧은 핫팬츠를 입은 아가씨 등등 길거리에서 붙잡아서 허락을 받고 찍을 때도 있고 몰래 찍을 때도 있다.

언뜻 촌스러워 보이지만 개성이 살아있고 당당한 한국 사람들의 사진은 패션 잡지에 실리는 화려한 사진들과 다르다.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마이클 허트는 "한국 사람들은 대충 걸쳐 입는 것 같아도 멋쟁이들이 많다"면서 "강남이나, 신촌, 홍대 뿐만 아니라 강북이나 영등포에서도 깜짝 놀랄만한 컬러와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블로그는 일본이나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 아시아 전역에 걸쳐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 찰스 몽고메리(왼쪽)과 마이클 허트.  
 
"Marmot’s Hole(마못의 구멍)"이라는 블로그(www.rjkoehler.com)를 운영하는 로버트 쾰러도 국내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대표적인 파워 블로거로 꼽힌다. 외국인 대상의 잡지 'Seoul(서울)'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쾰러의 블로그에서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가 이방인의 시각으로 풀이된다.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을 이해하는 허브 사이트 같은 곳으로 처음 오는 사람을 위해 '한국 정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곳'이라는 안내가 달려 있을 정도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의 에반 람스타드 기자의 욕설 파문으로 기획재정부가 공보 서비스를 중단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쾰러의 블로그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기획재정부 대변인이 해명을 하자 람스타드 기자가 장문의 댓글을 남겨서 "공무원들은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만 알려지기를 바라겠지만 껄끄러운 질문을 던지는 것은 기자의 권리고 서로의 말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 아니냐"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Six in Seoul(sixinseoul.weebly.com)'이나 'Brian in Jeollanam-do (briandeutsch.blogspot.com)', 'Eat Your Kimchi(eatyourkimchi.com)', 'Korean Rum Diary(koreanrumdiary.blogspot.com)' 등도 이들 사이에서는 인기 블로그로 꼽힌다. 이들 블로그에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측면만 올라오는 건 아니다. 이들이 외국인으로서 겪는 차별과 혼란, 온갖 불만이 쏟아지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 외국인 블로거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포스팅을 썼다가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했고 사이트 접속이 3개월 이상 차단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민감한 외교 이슈가 터졌을 때는 블로그스팟 같은 해외 사이트들이 통째로 접속이 안 되기도 했다. 이들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이해하는 통로가 되는 일부 국내 영자신문의 부실한 문장과 왜곡 보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한 신문은 불매운동까지 거론되고 있다.

태터앤미디어 신시아 유 팀장에 따르면 이들 외국인 블로그 방문자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유입된다. 대부분 해외 사이트에 계정을 두고 있거나 독립 호스팅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구글 검색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고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포털에서는 검색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외국인 블로거는 "한국의 포털 사이트는 너무 폐쇄적"이라면서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우리 블로그를 읽고 함께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몽고메리 교수는 "한국에서 2년 동안 살면서 한국의 문학과 음식, 문화 등 날마다 한국을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렸다"면서 "하지만 이런 즐거움이 나만 아는 즐거움이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몽고메리 교수는 "한국을 소개하는 더 많은 영문 블로그가 생겨나고 한국의 좋은 콘텐츠들이 영어로 번역돼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더 잘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블로거들. ⓒ나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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