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전국부 이상호 기자가 국회 정무위원장인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경기 고양 일산 서구)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기북부 주재기자인 이 기자는 지난해 11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해 고양시청을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보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김 의원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경기 일산경찰서에 고소했다.

이 기자는 고소장에서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4선 국회의원인 김 의원의 보도자료를 본 이후 자신의 기사가 엉터리로 작성됐고 이 과정에서 경향신문 관리자 다수가 관여했다는 인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나에게 ‘무엇을 잘못 썼길래 이렇게 난리냐’는 질문을 던지며 마치 내가 잘못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기자가 문제삼은 김 의원의 보도자료는 지난해 2월에 나온 것이다.

이 기자가 2월26일자 11면 <선거운동장으로 변질된 통장 워크숍> 기사에서 “한나라당 김영선 국회의원은 이날 내빈인사를 통해 자신을 소개한 뒤 국민의례 시간에 애국가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보좌관과 함께 객석을 돌며 일부 통장들과 악수를 나눈 뒤 도중에 회의실 옆문으로 빠져나가 참석자들의 눈총을 샀다”고 보도한 데 이어 27일자 기자칼럼 <김영선 의원, 거짓말, 그리고 사진>에서 ‘김 의원측이 26일자 보도와 관련해 ‘거짓 해명’을 했다’고 비판하자 김 의원은 곧바로 반박성 보도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서 김 의원은 “본인과 보좌관이 함께 객석을 돌면서 다중들과 악수를 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었다”며 “그런데도 경향은 행사에 지장을 주는 바 없이 행사 도중 조용히 나가는 모습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거짓말’이라는 제목 하에 ‘거짓 해명’, ‘뻔한 거짓말’, ‘오리발’, ‘그릇된 모습이 여전히 반복’ 등 악의로 점철된 표현으로 가득찬 기사를 함께 게재하는 등 비방을 계속함에 따라 (정정․사과보도를 비롯한 제반)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 자료를 낸 며칠 뒤 이 기자를 포함해 경향신문 전국부장, 편집국장, 사장을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이 기자 등 피고소인에게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김 의원은 검찰의 처분에 불복해 항고했고, 이 기자는 김 의원의 항고가 ‘전략적 봉쇄 소송’의 의도가 있다고 판단해 뒤늦게 김 의원을 고소했다.

이 기자는 “김 의원의 보도자료가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검찰의 처분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소송을 제기할 생각은 없었다”며 “현장에서 사실을 근거로 공익을 목적으로 보도한 기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자신의 그릇된 행동을 지적한 해당 언론사와 기자를 압박하고 나아가 다른 언론에 파장되는 것을 막겠다는 ‘전략적 봉쇄 소송’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또 “정치인들이 언론 보도내용이 불쾌하다고 이런 식의 소송을 계속한다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중요한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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