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SBS 단독중계로 일단락 됐으나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또 한차례 분쟁이 재현될 조짐이 일고 있다.

2일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3사 스포츠중계 책임자들에 따르면 월드컵을 앞두고 방송3사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나 중계권료 분담을 두고 아무런 진척을 이루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협상이 진전되지 못할 경우 월드컵도 동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SBS 단독 중계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안덕기 방통위 방송운영총괄과 사무관은 2일 “남아공 월드컵이 6월이지만 그 전에 해결할 문제가 있기 때문에 중계권 협상이 조기에 완료돼야 하나 방송 3사 책임자들이 만나면 입장차가 커 협상 진척이 잘 안된다”며 “방송3사가 따로따로 이런 식으로 버티게 되면 스스로에게 피해가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지난해 6월17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차전 대한민국 대 이란의 경기에서 후반 박지성이 동점골을 작렬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춘길 KBS 스포츠중계제작팀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월드컵 중계와 관련해 “방송3사의 과거 ‘코리아풀’ 정신을 복원해 합동방송할 수 있는 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이도윤 MBC 스포츠기획제작부장도 “3사가 공동으로 중계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2016년까지 올림픽 등 주요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을 확보한 SBS는 단호한 입장이다. 신지식 SBS 스포츠제작부장은 “우리가 그동안 KBS MBC를 상대로 협상하려고 해왔지만 협상에 응하지 않아 우리가 단독중계하게 된 것인데, 지금와서 요구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현재 (공동중계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송 3사의 입장차는 원칙과 명분 보다도 실질적으로는 돈 문제가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안덕기 방통위 사무관은 “결국 돈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쪽은 중계권료를 사온 만큼 받으려 하고, 다른 한 쪽은 ‘비싸게 계약해놓고 그만큼 더 분담하라는 건 터무니없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안 사무관은 “방통위가 강제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적어도 2016년까지는 방송3사가 서로 타협하고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에 공동중계를 한다고 하더라도 주요경기의 경우엔 중복편성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팀 경기 하나만 포기해도 수십억의 광고수익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중계권 조정과 관련해 KBS와 MBC가 방통위에 분쟁조정신청과 SBS의 방송법 위반 여부 신고건을 접수한 상태다. 이 가운데 분쟁조정신청의 경우 SBS가 불응해 종료됐고, 현재 방통위는 ‘SBS의 가시청권 90% 이상에 해당되는지’ ‘중계권 재판매 노력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중이다. 안 사무관은 “후자의 경우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지만 가시청권의 경우 조간 판별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