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권이 시발이 된 MBC발 투쟁은 여의도 MBC 사옥의 지붕 뚫고 솟구쳐 언론을 장악하려는 모든 빵구똥구들의 관자놀이에 거침없는 하이킥을 작렬시키리라!"

노종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전 지부장(현 언론노조 공정선거보도특위 위원장)은 11일 MBC노보 기고문에서 "권력은 MBC를 향해 시청자의 평가보다 권력의 평가에 고개를 조아리라고 요구한다"며 "부당하다. 저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지부장은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YTN에서 목도했던 상황과 많이 닮았다"며 "언론장악이라는 하나의 본질에서 출발했으니 드러나는 현상도 당연히 같은 모양입니다만, 얼마나 국민을 무시했으면 이토록 뻔뻔하게 똑같은 방식을 사용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노 전 지부장은 "(권력은)부당함을 알고도 저항하지 못하도록 두려움을 서서히, 그리고 집요하게 주입"하겠지만 "(MBC는)피하지 않을 싸움이라면 신소리를 동원해서라도 두려움을 이겨 내시길 시청자의 한사람으로 당부 드린다"고 강조했다.

   
  ▲ 노종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전 지부장. 사진은 지난 2008년 10월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편, 박주린 MBC 보도국 기자도 노보에 "입사한 지 이제 갓 3년 넘겼지만, 어느새 '언론 독립'이니 '투쟁'이니 하는 단어가 일상이 되어 버렸다"며 "자칫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도 이 싸움을 제가 계속할 수밖에 없는 건, 이것이 '몰상식'에 대항하는 '상식'의 싸움이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엄기영 사장이 사퇴를 선언한 현장 취재를 맡은 박 기자는 그 당시 소회를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박 기자는 "'언론의 사명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는 부정할 수 없는 명제를 멋대로 바꿀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을 가진 이들을 향해 '아니다'라고 말하는 데, '상식' 이상의 자각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제 저는 다시 한번 몰상식에 저항하는 싸움을 준비하려 한다"고 밝혔다.

현재 MBC노조는 11일부터 부재자를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시작했으며, 18일 오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노조는 나흘째 황희만 보도본부장·윤혁 TV 제작본부장의 출근을 저지 중이며, 내일 오전 10시 서울역 등지에서 'MBC 사태' 관련 홍보전을 벌일 예정이다.

다음은 노종면 전 지부장과 박주린 기자의 기고문 전문이다.

<‘MBC의 힘’을 믿습니다>
노종면 전국언론노조 공정선거보도특위 위원장(전 YTN 지부장)

“MBC에 가 계시죠? 몸조심 하세요.”

엄기영 사장의 사퇴 소식을 접한 후배가 놀라서 보내온 문자메시지입니다. 제가 YTN 노조위원장을 그만두고 요즘 언론노조에서 일한다니까 당연히 MBC에 갔을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걱정이 담긴 물음이었기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니야, 내가 거길 왜...”

한참 속이 좋지 않았습니다. 적절치 않고, 솔직하지도 않은 답을 했기 때문입니다. 후배의 걱정을 단지 제 신상에 대한 염려쯤으로 눙쳤던 것이지요. 후배는 저보다 MBC노조, 아니 MBC라는 공영방송을 걱정하고 있을 겁니다. 저 역시 달려가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후배도, 저도 해직기자로서 여전히 싸우고 있다고 믿고 있으니까요.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YTN에서 목도했던 상황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특정 프로그램과 보도를 손보겠다는 권력의 의도가 방망이질 비웃는 재빠른 두더지처럼 거침없이 튀어 오르고, 임기 멀쩡히 남은 사장 사퇴시키고, 말 안 들으면 민영화시킨다고 협박하고...곧 낙하산 탄 사장님도 오시겠지요. 그러고 보니 노조의 대척점에 간부 조직이 결성돼 있는 것, 심지어 방송사업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있는 것까지도 같군요.

지금 대한민국 방송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1990년대 초와 참 많이 닮았습니다. 그때도 PD수첩이 탄압 받았고, 해고와 체포, 구속이 있었고, 낙하산이 투하되고, 출근저지와 파업 투쟁이 벌어졌지요. 심지어 보도국장 추천제를 사장이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작태(1992년 MBC, 2009년 YTN)까지도 똑같습니다.

언론장악이라는 하나의 본질에서 출발했으니 드러나는 현상도 당연히 같은 모양입니다만,  얼마나 국민을 무시했으면 이토록 뻔뻔하게 똑같은 방식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그러고도 누군가 추궁하면 모르쇠로 방패를 삼겠지요.

오늘 도심 속 매우 고즈넉한 거리에 우연히 들어서서 인상적인 건물 하나를 만났습니다. 고풍스럽고 권위가 느껴지는 건물에는 90이라는 숫자가 큼직하게 걸려 있었습니다. 창간 90주년을 맞은 조선일보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언론 경력 15년에 조선일보 사옥을 처음 본 것이더군요. 도심에 있되 번잡한 대로변이 아닌 골목길 외진 곳을 선택한 조선일보, 문득 ‘밤의 권력’이라는 별칭에 어울리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일부 보수 신문들과 MBC,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언론인들이 모여 있는 곳들인데 평가는 왜 극단적으로 다를까? 생각이 가지를 치더군요. 방송사업 진출이라는 특혜를 기다리고 있는 보수 신문들과 정권이 투하할 낙하산 사장을 기다리고 있는 MBC, 왜 이리 처지가 다를까? 이래저래 들어 알고 있던 이런저런 정치적 배경을 살필 새 없이 문득 ‘매체력의 근원이 다르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전자의 매체력은 경품과 유통망을 앞세운 사업 수완에서 비롯되지만, MBC는 치열한 경쟁과 시청자의 평가를 거쳐야만 살아남는 구조 속에서 매체력을 키워왔다는 생각!

그러나 권력은 MBC를 향해 시청자의 평가보다 권력의 평가에 고개를 조아리라고 요구합니다. 부당하지요. 저들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래서 어쩔 건데?’라고 물으며 ‘별 수 없지.’라는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당함을 알고도 저항하지 못하도록 두려움을 서서히, 그리고 집요하게 주입 합니다. YTN 노조, 출발선에서부터 한없이 두려웠습니다. 저항의 공감대를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승리에 대한 확신은 고사하고 주목조차 받지 못 한 채 패퇴 하지나 않을까 무서웠습니다.

그러나 빛나는 투쟁의 역사를 지닌 MBC는 다를 겁니다. 두려움이 없다 할 수 없겠지만 충분히 극복 가능한, 이미 극복했을 그 두려움은 싸움의 진정성과 깊이를 더할 뿐 결코 장애가 되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YTN 노조가 공부해서 알았던 MBC와 KBS 선배들의 투쟁을 MBC 노조는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체화하고 있다는 점, 사뭇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엄청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엄기영 사장께서 떠나면서 ‘MBC를 지켜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고 들었습니다. YTN 노조게시판에도 불끈 쥔 주먹을 치켜든 채 ‘파이팅’을 외치는 엄사장의 사진이 올라왔더군요. 부러움을 실어 누군가 올려놓은 사진과 글을 보며 저 역시 ‘이것이 MBC의 힘인가’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MBC라 하나 과거 선배들이 그랬듯 많은 아픔이 있겠지요. 사람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는 일도 있을 것이고, 본보기로 피 흘리게 되는 이들도 있겠지요. 가장 큰 두려움이 바로 이것들 아닐까요? 그래도 피하지 않을 싸움이라면 신소리를 동원해서라도 두려움을 이겨 내시길 시청자의 한사람으로 당부 드립니다.

“표정이 왜 그래요? 파업 한번 안 해본 사람처럼?”

MB정권이 始發이 된 MBC發 투쟁은
여의도 MBC 사옥의 지붕 뚫고 솟구쳐
언론을 장악하려는 모든 빵꾸똥꾸들의 관자놀이에
거침없는 하이킥을 작렬시키리라!

2010년 2월 9일

<당신을 기억합니다> 박주린 MBC 보도국 기자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어떤 말을 들어야 할 지 내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사회 장소를 나와 카메라 앞에 선 당신을 보며 저는 그만 말문이 막혀 버렸습니다.
"MBC 사장직을 사퇴하겠습니다."

담담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당신 옆에서 저는 아무 질문도 할 수 없었습니다. 옆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다른 기자들의 목소리만 공명처럼 아득하게 머릿속을 울릴 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MBC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마이크를 당신 앞에서 거두지 못하는 제 역할이 한탄스럽고 또 잔인할 뿐이었습니다.

한때 당신을 많이 원망한 적도 있었습니다. 자리에 연연해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며 어쭙잖게 평가한 적도 있었습니다. 당신이 갖고 있는 생각이 어떤 것이든, 당신이 보여준 행보가 그랬습니다. 누구보다 MBC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을 거란 점, 잘 알고 남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MBC의 모습이 있었을 거란 점도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설사, 그 고민이 깊고 깊은 것이었다 하더라도, 제가 알지 못하는 복잡다단한 현실들을 고려해왔다 하더라도, 당신이 꿈꿨던 'MBC의 미래'와 저들이 생각하는 '그것'은 한참 다르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신 건 아닌지요.

"대체 뭘 하라는 건지..." 그렇습니다. 당신은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상식'을 갖고 있는 당신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사장이 반대하는 인물을 어떻게든 경영진에 들어 앉히려는 저들의 '몰상식'을 수긍하지 못했습니다. 그릇된 의도에서 출발했기에 몰상식한 요구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저들의 간단한 자기합리화를, 이제 당신도 절감하신건지요.

입사한 지 이제 갓 3년 넘겼지만, 어느새 '언론 독립'이니 '투쟁'이니 하는 단어가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자칫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도 있는 이 싸움을 제가 계속할 수밖에 없는 건, 이것이 '몰상식'에 대항하는 '상식'의 싸움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언론의 사명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는 부정할 수 없는 명제를 멋대로 바꿀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을 가진 이들을 향해 '아니다' 라고 말하는 데, '상식' 이상의 자각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뭘 하라는 건지..." 라는 자조에 그칠 수만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는 다시 한 번 몰상식에 저항하는 싸움을 준비하려 합니다.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는 선배들의 말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초라한 자기 위안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싸움의 결과를 두고 한 말이 아니라, 애초에 싸움에 나서는 자들의 정당성을 두고 한 말임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싸워야 할 때 싸움에 나서는 자들이 가진 '상식'의 위대함을 두고 한 말임을 이제야 느낍니다.

부쩍 수척해진 얼굴로 사퇴 의사를 밝히던 당신의 떨리는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낭만이 넘치는 프랑스 파리가 아니라 '몰상식'이 난무하는 한 회의장에서 걸어 나올 때 당신이 입었던 트렌치 코트를 기억합니다. 자신의 존재 이유마저 부정하는 한 무리 앞에서 무력함과 자조를 느꼈을 한 인간을 기억합니다. 그 과정이 어떠했든, 누구나 자신의 '자리'를 내어놓을 때, 가슴에 품어야 하는 상상하기 힘든 '결의'를 기억합니다.
 
그것이 MBC의 미래를 고민해 온 조직의 수장이자 대선배로서 당신이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말줄임표 속에서 전하려고 했던 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신을 기억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 박주린 기자는 2006년에 입사한 보도국 사회부 기자로 지난 8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방문진 이사회와 엄기영 사장의 사의 표명 현장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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