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출신 김용철 변호사가 낸 책 '삼성을 생각한다'가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가운데 주요 일간지들이 이 책의 신간 안내 광고를 거부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3일 이 책을 출간한 사회평론 관계자에 따르면 이 출판사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에 광고 문의를 했으나 광고단가가 맞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사회평론 관계자는 "광고단가가 안 맞는다면서 어느 정도면 되느냐는 질문에는 답도 없고 구두 약속까지 했다가 시안을 받아보고 취소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료 신문인 메트로에도 문의했으나 역시 광고를 게재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삼성의 압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좀처럼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사회평론이 일간지에 내려고 했던 광고에는 검정 바탕에 "이건희 회장 보다는 삼성이, 삼성보다는 대한민국이 중요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나에게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라고 가르쳤다"는 문구와 함께 책 표지 사진이 실려 있다. 9단21 크기의 이 광고는 현재 어느 신문에도 실리지 못한 상태다. 한겨레에는 다음주 중 실릴 예정이다.

   
  ▲ 사회평론이 만든 '삼성을 생각한다' 광고시안. 주요 신문사들이 광고 게재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누리꾼들이 이 파일을 옮겨 나르면서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2일 저녁 "김용철 변호사가 쓴 책의 홍보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트위터를 통해 알렸고 누리꾼들이 잇달아 이 사실을 옮겨 나르면서 밤사이에 폭발적인 트윗 폭탄을 쏟아냈다. 사회평론이 일간지에 게재하려고 했던 광고 원본 파일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독후감도 속속 올라오고 트위터에서 이 책을 공동구매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언론사들에 압력을 넣은 사실이 없다"고 단호하게 부정했다. 광고 게재를 거부한 한 신문사 광고 담당자는 광고가 게재되지 않은 이유를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번 사건은 주류 언론들이 삼성의 눈치를 보면서 마케팅 통로가 차단된 가운데 소비자들이 직접 입소문 마케팅으로 판매를 독려하는 주목할 만한 사례다.

이 관계자는 3일 트위터에 "이렇게 많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일간지 광고 일정을 하나도 잡을 수 없다"면서 "저희가 준비한, 그렇지만 싣지 못한 일간지 광고, 여러분이 트윗에서 하고 계십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김용철 변호사가 이 사실을 안다면 트위터에도 새로 얻을 친구들이 많음에 얼마나 기뻐할까요"라고 덧붙였다.

'삼성을 생각한다'는 삼성 비자금 사건을 폭로한 김 변호사가 1997년부터 삼성 구조본에서 일하면서 7년 동안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와 2007년 기자회견 직후부터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뒷 이야기를 담았다. 김 변호사는 이 책에서 "정의가 패배했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일부 인터넷 신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일간지들이 책 소개 조차 싣지 않았지만 사회평론 관계자에 따르면 발간 초기부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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