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 이탈리아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거리시위가 지난 5일(현지시각) 10만 명(경찰추산9만 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로마에서 열렸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가 소유한 미디어그룹과 관련한 부패 의혹이 제기되는 과정에서 마피아와 밀약을 맺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오면서 그에 대한 반발이 대규모 시위로 이어진 것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는 이날 로마역에서 성 요한 바실리카 성당까지 행진했으며 시위대는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상징하는 이니셜 'B'를 따 이날을 'NO B Day(베를루스코니 반대의 날) 로 정했다. 이들은 이탈리아 정당이 사용하지 않는 보라색을 상징으로 정하고 보라색 스카프와 셔츠를 입고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지난 달 한 인터넷 블로거 모임의 제안으로 시작됐으며, 36만명이 페이스북(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참여해 실현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끊임 없이 성 추문 의혹 등에 시달리면서도 지난해 총리 3연임에 성공하는 등 지지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그가 소유한 언론사의 편파 보도 때문이었다는 지적은 계속 돼 왔다. 이번 시위는 이탈리아 시민의 인내가 극에 달해 폭발하고 말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텔레비전 채널권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탈세와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변호사에게 돈을 주고 위증을 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4일에는 한 마피아 조직원이 법정에서 "베를루스코니가 정치적 후원을 받는 대가로 마피아 조직에 혜택을 주기로 했다"고 증언하면서 이탈리아 여론이 더욱 격화됐다. 언론은 이번 시위가 실제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퇴진으로 이어질 지 주목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3대 민영방송과 인터넷 미디어그룹, 영화제작 및 배급사인 메두사 등 거대 미디어그룹과 전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과 프로축구단 AC밀란을 소유한 이탈리아 최대 재벌 총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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