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공공성포럼 제10차 토론회가 4일 오후 3시30분 서울 신촌 서강대학교 가브리엘관에서 열렸다. '헌재 판결과 미디어 공공성의 위기'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언론학자들은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이 초래할 위기상황들에 대한 다양한 우려들을 쏟아냈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언론정치학부)는 미디어법이 그대로 실행된다면 신문계 분파주의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형미디어그룹, 일반신문사, 종교미디어그룹 등으로 신문계가 나뉘고 본격적 자본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면서 이는 "저널리즘의 위기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렙 도입으로 광고주가 직접 미디어를 선택하는 상황에서는 자본의 영향력이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이며 이는 자본주의 눈치를 보는 일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공공성 개념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신문들이 방송사업 진입에 성공했을 경우 '정파적 방송', '사주의 이익을 위한 방송', '광고를 위한 시청률 확보 경쟁'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됐다. 이들 신문이 방송 비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가 하는 점도 문제다. 다시 말해 이종매체사이 견제기능이 약화되고 '제 식구 편들기' 식의 담합현상이 일반화될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우려다.

김 교수는 또 권력과 언론계의 이전투구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컨대 종편 진출에 실패한 신문사가 정부에 대한 극렬한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명박정부를 향해 '방송허가 빌미로 정치게임 말라'고 했던 지난달 23일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이 한 예가 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정상윤 경남대 교수(신문방송정치외교학부)는 "종편 채널이 가시화돼도 어떻게든 KBS, MBC는 살아남지만 지역 지상파 방송은 생존 자체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지난달 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한 데 대해 시행령의 가장 큰 문제는 "형평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종편채널의 의무재송신은 로컬리즘 보호 육성 차원의 방송권역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자체로 특혜 시비를 부르는 것은 물론 지역커뮤니케이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민영미디어렙에 대한 우려도 밝혔다. 시장주의에 근간한 이 제도가 지역방송 등 군소매체의 생존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지역방송·종교방송 등 취약매체들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광고매출 의무할당제나 연계판매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또 지난 정부에서 지역신문발전법을 만들었던 것처럼 지역 미디어가 지역사회의 공적 커뮤니케이션 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역방송발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인숙 경원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미디어공공성을 견지하는 정책적 역할을 궁극적으로 정부가 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 정부에 비판적 견해를 표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미디어공공성은 국가커뮤니케이션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사업자의 책무성을 따질 것이 아니라 정부 스스로 책무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에선 정부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었을 뿐 이용자·시청자·소비자의 권익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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