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장본인입니다. 자유 빼앗고 툭하면 방송 제재합니다. 꼭 이 사람이 후보로 올라갔으면 합니다."

4일 밤 서울 여의도. 한 시민이 일어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을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한 시민은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사진을 가리키며 그 옆에 섰다. 앉아있던 50여 명의 시민들은 '언론악법 위법확인'이라는 피켓으로 거수하며 박수를 보냈고, 순식간에 최 위원장이 최종 선택됐다.

올 한해 언론을 달궜던 인물 16명(최시중 이동관 유인촌 김인규 고흥길 나경원 정병국 김형오 이윤성 배석규 박형준 김우룡 조갑제 이상득 진성호 이병순) 중 1순위가 꼽힌 순간이었다. 시민들은 '언론악법 폐기'라고 쓰인 노란 풍선에 이명박 대통령과 최 위원장의 사진을 함께 걸고 하늘로 올렸고 박수로 환송했다. '지구를 떠나라' 이벤트였다.

   
  ▲ 이명박 대통령,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언론노조 문화제에서 '지구를 떠나라' 이벤트에 최종 당첨됐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지구를 떠나라' 이벤트, MB·최시중 꼽혀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이날 국회 앞에서 '언론악법 완전폐기 천정배 최문순 장세환 농성지지' 문화제를 열었다. 시민들은 영하에 가까운 쌀쌀한 날씨에도 현재 국회에서 미디어법 재논의 농성 중인 민주당 천정배 최문순 장세환 의원을 격려하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

   
  ▲ 이 대통령과 최 위원장 사진과 함께 '언론악법 폐기'라고 쓰인 풍선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문화제는 세 의원이 미리 준비된 영상물에서 인사를 건네면서 시작됐다. 천 의원은 "사랑하는 민주 시민분들 반갑다. 부득이 하게 영상으로 인사드리게 됐다"며 "참으로 억울하지만 국민들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고 여러분들이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승리 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문순 의원은 "날씨가 추운데 많이 나왔다"며 '예지'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최 의원은 "제1 야당인 민주당이 언론자유를 잘 지켜내지 못해 다시 한번 이 자리 빌어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김형오 의장에게 즉시 시정하라고 요구하면서 농성하고 있다. 시민 여러분이 함께 해서 재논의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세환 의원은 "이명박 정권은 독재 체제 구축을 위해 모든 힘을 쏟고 있다"며 "가장 클 걸림돌이 언론자유라 언론의 목을 비틀고 질식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이"끝까지 싸우겠다"며 약 5분간의 영상 메시지가 끝나자 시민들은 '국회 재논의 실시하라'는 피켓을 들며 박수 갈채를 보냈다.

천정배 "국민 지지로 승리 확신", 최문순 "김형오 의장, 시정하라", 장세환 "MB 독재 체제"

   
  ▲ 국회 농성중이라 참석 못한 천정배 민주당 의원의 영상 편지. 이치열 기자 truth710@  
 

영상물이 끝나자 초청 가수들이 문화제를 달궜다. '진실을 알리는 시민'(진알시) 회원인 이상화씨가 선발 주자였다. 홍대 앞에서 '탕아들'이란 밴드를 운영하는 이씨는 "음악하는 사람인데 지금 시대가 진알시 활동을 하게 만들었다"며 "앞으로 모두가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으면 한다"며 인사말을 건넸다.

이씨는 전인권씨의 '돌고 돌고 돌고'를 부르기 앞서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지만 앞으로는 좋은 상황으로 될 것"이라고 인사한 뒤 "어두운 곳 밝은 곳도 앞서다가 뒤서다가 다시 돌고, 돌고, 돌고"라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부산에서 온 '사이'씨의 공연, 조영주 강원민방 조합원의 섹스폰 연주에도 "앵콜"을 연발하며 호응을 보였다.

 

이어 '지구를 떠나라' 이벤트까지 진행한 시민들은 최상재 위원장으로부터 목도리를 선물받았다. 올 한해 각종 언론 현장을 비롯해 최근 프레스센터 앞에서 진행된 최 위원장의 단식 농성까지, 언론 운동에 힘을 북돋아 준 시민들에 대한 감사의 뜻이었다. 최 위원장은 다섯 분의 시민들에게 직접 목도리를 둘러줬다.

"음악인인데, 시대가 이런 활동하게 만들었다"…언론노조 "끝까지 싸워나갈 것"

   
  ▲ 최상재 위원장이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목도리를 둘러주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최상재 위원장은 "사실 세 분(천정배 최문순 장세환)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지만 "문화제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세 분 지지하자고 문화제 했는데 실컷 잘 논 것 같다. 그래도 투쟁은 이렇게 해야 한다"며 시민들의 호응에 고마움을 전했다.

최 위원장은 YTN KBS SBS 경향신문 등의 고충을 언급하며 "옥천신문 풀뿌리 신문 젊은 기자들이 이 자리에 왔다. 때묻지 않은 기자들"이라며 "이런 친구들처럼 제대로 된 보도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보도 이외에도 "작지만 힘있는 문화제로 모일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며 "내년 봄에는 민주주의 촛불을 꽃피우는 날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중년의 한 시민은 "춥다고 말씀하시는데 저 추운 만주 벌판에서 조국 위해 투쟁했을 때 영하 40도였다"며 "애국자 생각할 때 이 추위쯤이야"라고 화답했다.

이날 언론노조 관계자는 문화제를 마무리하며 밝힌 성명서에서 "최근 한 언론인은 '문제는 어느 때부터인가 이명박 정권과 싸우기보다는 이명박 정권과 싸우는 이들에게 훈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데 있다'고 일갈했다"며 "직접 전선에 서서 몸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입만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말 많은 사람들을 향한 뼈있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 문화제에 참석한 한 시민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언론노조는 또 "이제까지 그래왔듯 국민과 함께 또 이들(천정배 최문순 장세환)처럼 국민의 뜻을 존중하며 받드는 의로운 정치인들과 함께 언론악법을 폐기하고 원점 재논의를 이끌어내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을 심판할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밤 9시께 국회를 바라보며 함성과 박수로 이날 문화제를 마무리했다.

"천정배 힘내라. 최문순 힘내라. 장세환 힘내라. 언론자유 지켜내자. 민주주의 지켜내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