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가 지난해 '미쇠고기 광우병 반대 촛불시위'에 참여한 단체들이 신청한 영화 사업을 대거 탈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단체들의 사업은 내부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최종 단계에선 탈락된 것으로 드러나 '외압'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16일 영진위 국정감사에 앞서 제출받은 '2009년도 영화단체사업지원' 자료에 따르면, 광우병 관련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경찰청이 '2008년 불법시위관련 단체'로 거론된 단체들이 '2009년 영화단체사업 지원 사업'에 신청한 18개 사업 중 지원이 결정된 사업은 8개뿐이었다.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여성의전화, 전북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감독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인권운동사랑방,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등이 신청한 사업은 탈락됐다.

   
  ▲ 지난해 5월31일 촛불집회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조영택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탈락 결과 인권운동사랑방, 스크린쿼터문화연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등은 그동안 수년간 지원되던 사업이 중단됐다. 또 올해 새로 선정된 신규과제에서도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촛불시위에 참가한 단체가 지원한 사업은 모두 배제됐다.

반면, 조 의원은 "광우병 시위 불참 단체인 한국영화인복지재단의 '영화인 명예의 전당 헌액 사업'은 지난해 1900만 원에서 4천만 원, 한국영화인협회의 '대종상영화제'는 2억3120만 원에서 2억 9800만 원, 한국영화감독협회의 '춘사대상영화제'는 5200만 원에서 8천만 원으로 증액됐다"고 전했다.

   
  ▲ ⓒ전병헌 의원실  
 

그러나 탈락된 단체들의 사업이 영진위 내부 심사에선 '지원 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병헌 의원에 따르면,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영화전문인력 양성), 전북독립영화협회(2009 전북독립영화제), 한국영화감독협회(제3회 공주신상옥청년영화제), 한국영화제작가협회(아시아-태평양 프로듀서네트워크), 인권운동사랑방(제13회 인권영화제)의 사업 5개가 '지원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2009년 영화단체지원사업 예비심사합계표'를 공개하며, "예비심사위원회에서 평균 70점 이상을 받아 예비심사 평가점수도 상위권이고, 행사진행경험도 많아서 지원대상으로 분류돼 결정심사위원회로 회부된 전북독립영화협회, 인디포럼 작가회의, 노동자 뉴스 제작단, 인권운동사랑방의 4개 사업은 최종지원목록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은 "예비심사과정에서 평균 70점 이하 점수를 얻었고, 사전 진행경험도 전혀 없어서, 결정심사위원회에 회부되지도 못한 신규사업인 한국영화기획프로듀서협회, 비상업영화기구,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 한국영화인협회 안산지회의 신청사업은 최종지원목록에 대신 이름을 올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영진위 내부 인사로 구성된 결정심사위원회가 외부 인사로 구성된 예비심사위원회의 심사와 다른 판정을 내리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가 영진위에 '외압'을 행사해 이들 단체를 탈락시킨 것이라는 의혹이 여러 의원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 ⓒ김부겸 의원실  
 

조영택 의원은 "2008년 국정감사시 한나라당의 요구로 특정 단체에 편중하여 기금이 지원되지 않도록 공모사업 및 위탁사업의 전반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기획재정부도 '2009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단체에 대해 보조금의 지원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 의원은 "감사원의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가 5월 18일부터 시작되면서, 영진위가 '2009년도 영화단체지원사업'선정과 관련, 강한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감사원 압박'에 대해서 "영진위 관계자는 7월14일 최종 결정심사가 있기 며칠 전 지원단체들에 전화를 걸어 '지난해 촛불집회에 나간 적이 있는지', '광우병 대책위에 소속됐는지'를 물었다"면서 "'2009년도 영화단체지원사업' 관련 영진위의 회의록에서도 위원들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스크린쿼터문화연대에 관한 내용은 감사원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관계로 일단 보류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당시 정황을 보더라도, 촛불시위 단체들에 대한 의도적인 배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의원도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볼 때, 결정심사위원회를  비공개로 고집하여 진행한 이유는 사전에 촛불 단체를 제외하기 위한 수준이었을 가능성 높다"며 "영진위가 산하단체 중 정권 눈치보기에 가장 민감하다. 영화진흥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달라"고 촉구했다.

전병헌 의원도 "이명박 정부는 문화예술단체의 기관장들을 강제로 해임시키는 이른바 좌파 적출을 단행하더니, 이번에는 정부 비판적 문화예술 단체에 까지 명확하지 않은 근거로 소위 '좌파적출'을 단행한 것"이라며 "영진위는 이와 같은 좌우 편가르기 시도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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