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의 엄기영 MBC 사장 사퇴압박 등 MBC 흔들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11일 돌연 보도국의 주요 부장들을 교체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내 일각에서는 최근 방문진이 엄 사장에 대해 해임안 강행 보다 일단 엄 사장의 MBC 개혁안을 지켜보자는 '조건부 유임론'으로 가닥을 잡자 애초 사장 교체 뒤 단행하려던 인사를 앞당긴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MBC의 대정부 뉴스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들어 MBC 뉴스가 이명박 대통령 행보에 대한 무비판적인 접근과 함께 정부정책 비판에도 소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안팎의 우려도 나온 바 있다.

방문진 MBC 경영진 흔들기 속 정치·사회·문화·편집 등 보도국 부장단 교체

   
  ▲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MBC는 이날 오후 발표한 인사발령을 통해 3명 가운데 한 명이 공석이었던 보도국 부국장에 조동엽 사회1부장을 임명했고, 보도국장과 함께 뉴스선정과 배치 등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보도국 편집1부장(<뉴스데스크> 편집)에 김세용 문화부장(전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를 기용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임명됐던 현 김성환 편집1부장은 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KBS <뉴스9>의 시청율을 세차례 앞지르도록 하는 등 편집에 있어 근래 들어 이례적인 성과를 낳기도 했다. 김 부장은 이번 인사로 6개월 만에 <뉴스데스크> 편집에 손을 놓고 네트워크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밖에 지난해 3월 임명돼 1년6개월 동안 국회·정당팀을 지휘해온 최명길 정치2부장도 전격 교체됐다. 새 정치2부장에 LA특파원을 지내도 돌아온 김원태 부장이 기용됐다.

<뉴스데스크> 편집당당 부장 교체…정책·법조담당 사회1부장 교체

   
  ▲ 새 MBC 보도국 편집1부장에 기용된 김세용(왼쪽) 문화부장(전 <뉴스데스크> 주말앵커).  
 
이와 함께 조동엽 부장의 부국장 승진으로 공석이 된 사회1부장엔 김장겸 네트워크부장이 임명됐다. MBC 보도국 사회1부는 정책과 검찰·법원 쪽 뉴스를 담당해 정치1·2부 만큼 정부정책이나 정부에 민감한 뉴스를 다뤄온 곳이다. 보도국 기자들에 따르면 사회1부(당시 사회1팀)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태 때 수입의 문제점 등에 대해 집중기획 등의 역할을 했던 부서이기도 하다.

새 문화부장엔 조상휘 문화부 기자가, 보도제작국 보도제작1부장엔 문철호 선임기자가 기용됐다.

이번 인사에 대해 한 보도국의 중견기자는 "부장이 누구냐에 따라 뉴스가 확 달라지진 않지만 이번 인사로 뉴스에 영향이 생길지 주목해봐야 할 것"이라며 "아무리 보도국 지휘부가 달라져도 기자들은 그와 무관하게 뉴스생산을 하고, MBC가 기본은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방문진 사장유임 판단돼 단행'? 보도국장 "특파원·연수 등 인사수요 많아 실시"

차경호 보도국장은 이날 밤 '비상한 시기에 인사를 한 이유가 뭔지'를 묻자 "비상한 시기가 아니고, 9월에 인사수요가 많기 때문"이라며 "특파원과 연수를 다녀온 사람이 10명이나 되는데 그동안 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 김장겸 새 MBC 보도국 사회1부장.  
 
사장 교체 이후에 하려다 방문진이 사장유임 쪽으로 가닥을 잡으니 곧바로 인사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선 차 국장은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한 달 가까이 특파원 연수를 다녀온 인사들을 보직없이 놔둘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사장문제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인사를 했다는 그런 것과 이번 인사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뉴스데스크 편집을 맡는 편집1부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차 국장은 "원래 편집부장은 가장 수석(부장)이나 좌장이 하는 것"이라며 "김세용 부장이 주말앵커를 하면서 그동안 주요 보직을 못맡았는데, 이번에 자리를 찾은 것이다. 평소 반듯한 사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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