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장악 음모, 즉각 중단하라."

언론ㆍ시민단체와 야4당으로 구성된 '언론악법 원천무효와 언론장악 저지 100일 행동'이 7일 오전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청사 앞에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결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공영방송 MBC를 정권의 하수인들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열린 시각 방통위에선 새 방문진 이사 임명장 수여식이 열렸다.

100일 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방통위가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문진 이사진에 정치·이념적으로 편향적인 뉴라이트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켰다"며 "MBC를 식물 방송, 정권의 나팔수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이명박 정권의 야욕을 방통위가 실행에 옮긴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방문진 정관에 MBC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 문화를 진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방문진은 정치적 견해나 이념을 놓고 다투는 투쟁의 장이 돼선 안된다"면서 "그런데 몇몇 인사들은 방문진 이사진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자마자 'MBC의 민영화 논의는 불가피하다'거나 '편파·왜곡 보도에 대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등과 같은 말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충성 경쟁을 시작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권이 몇몇 하수인을 방문진에 투입하는 것으로 MBC를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이는 완전한 오판임을 곧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언론ㆍ시민단체와 야4당으로 구성된 '언론악법 원천무효와 언론장악 저지 100일 행동'이 7일 오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장 수여식이 열리는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청사 앞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방문진 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회견에서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유독 정치·이념적으로 편향된 인사들만 뽑아 방문진 이사 자리에 앉히는 건 MBC를 '손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국민에게 편향된 이념을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격 미달 인사가 오지 못하도록 막고 공영방송 체계를 지키는 싸움을 펴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이근행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새 이사 선임을 기점으로 방문진은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을 지키기 위한 전쟁터가 됐다"며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와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등 여당 추천 이사들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미디어의 자유나 다원주의, 독립 등은 민주주의의 핵심 토대이면서 헌법적 가치에 속한다"며 "새 방문진 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이런 헌법적 가치를 파괴하기 위한 방문진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사회 곳곳에 암세포처럼 침투해 있는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은 그들의 생각이나 역할에 비춰봤을 때 새로운 어둠이란 의미의 '뉴나이트'로 이름 붙일 수 있다"며 "어둠이 새벽을 이길 수 없듯 이들은 역사적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MBC 노조 추천으로 방문진 이사를 지낸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지난 방문진 이사회에선 이사장을 선임할 때 치열한 논의와 투표, 합의 과정을 거쳤다"며 "방문진법에 의하면 첫 회의에서 이사장을 호선해야 하지만 알려진 대로 이번 방문진 이사장은 정권에 의해 원칙과 논리, 아무 것도 없이 이미 결정된 상태"라고 성토했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한나라당 쪽이 추천한 방문진 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방송에 대한 기본 철학이 전무한 데다 국민을 대표한다고 볼 수도 없다"며 "정권이 방송을 자기 뜻대로 개편키 위해 보낸 하수인들을 막아내기 위해 시민사회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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