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언론노조 위원장을 27일 전격 체포한 가운데, 역대 위원장 출신 의원들은 군사 정권시절에도 없었던 위원장 체포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권의 공안몰이식 탄압이 여론의 역풍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에 입을 모았다.

초대 언론노조 위원장인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최상재 위원장과의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언론노조가)88년 결성된 이후 언론노조 위원장의 체포는 없었다. 처음"이라며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권영길 의원은 "제1야당 총재가 의원직을 던졌다. 야당이 모든 힘을 다해서 대외 투쟁을 선언했다. 쌍용차는 전쟁터 같은 상황"이라며 "실제적으로 정치 비상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언론노조 위원장을 사람 취급 않고 끌고 갔다. 뭔가 큰 일 저지르겠다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 민주당 천정배 최문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27일 오후 영등포경찰서를 방문해 최상재 위원장을 면담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번 체포의 배후로 권 의원은 청와대의 '꼼수'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경찰 책임자 판단으로 이뤄졌겠나. 검찰 판단으로 구속했다는 게 납득이 안 간다. 누가 그랬겠나"며 "권력 핵심부가 결정한 것이다. 저는 청와대의 판단, 정치적 계산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민노총 산하에 있는 언론노조위원장을 구속시키겠다는 것은 민주노총에 대한 공개적인 전쟁선포"라며 "(민노총이)정권 퇴진 투쟁하겠다고 했는데 그걸 더 높은 강도로 하라고 도발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더 몰아서 차제에 민주노총에 책임을 넘기고 정국을 돌파하려는 것이지만 그것은 오판이고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위원장 출신인 최문순 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언론노조가 88년 결성됐다. 21년 됐다. 언론노조 위원장 체포는 처음"이라며 "수갑 채워서 가는 체포는 언론에 대한 모독이다. 즉각 석방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최상재 위원장과의 공개 면담에서도 최 의원은 수사과장에게 "언론인 구속은 국제적 문제다. 이제껏 사례 없는 것이다. 소신껏 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한 바 있다.

   
  ▲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25일 오전 7시30분께 경찰에 의해 체포되고 있다. 경찰은 언론노조가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벌인 언론악법 폐기 3차 총파업이 MBC 업무를 방해했다며 최 위원장을 연행했다. 이 사진은 최 위원장 초등학생 막내 딸이 촬영한 것이다. (사진제공=언론노조)  
 

천정배 의원도 면담에서 "국민들이 이렇게 반대하고 저항하는데 공권력을 사용해서 끝까지 제압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힌 신호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천 의원은 "이명박 정권이 엊그제는 언론악법을 강행 처리함으로써 언론 독재를 시작했다"며 "항의하는 최상재 위원장을 겁주고 공안 독재하는 게 참으로 통탄스럽다. 이명박 정권이 무덤을 파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도 면담 이후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는 쪽으로 악수를 두고 스스로 공분을 사고 무덤을 파는 것이다. 국민 분노를 자극하는 것"이라며 "미디어법 투쟁을 불법으로 해서 언론노조의 발을 묶자는 심산이다. 그런 의미로 갑자기 체포했는데 이런 행태는 반드시 국민 심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최상재 위원장은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경찰이 영장 신청을 했지만)언론노조 수색 영장은 기각된 것 같다"며 정권의 전방위 수사를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옷 좀 입고 (경찰서)가자고 하니 (이 제안을)들어주지 못할 만큼 경찰이 여유가 없었다. 수갑 채이고 (정진후)위원장님 끌려갈 때도 개 끌려가듯이 했는데 처자식 보는 앞에서 나도 그랬다"며 "무리하게 잡아들인 것은 경찰을 동원해서 언론악법(저지와) 관련된 활동 자체를 위축시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