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종면 YTN 노조 지부장. 이치열 기자@  
 
YTN 노조 조합원 20명의 9개월 치 이메일이 당사자들 몰래 압수수색된 것에 대해 노종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은 6일 “경찰이 노조 파업의 불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무리하게 수사를 한 것”이라며 “현행법은 수사기관이 편의적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메일 압수수색의 맹점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돼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주경복 전 서울시교육감 선거 후보자의 이메일 7년 치가 압수 조사된 데 이어 MBC 김은희 작가와 YTN 노조 조합원 20명의 이메일이 압수수색 되면서 지나치게 포괄적인 수사기관의 수사관행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 이메일 압수수색은 조사가 필요한 기간과 교신의 대상자 범위에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18조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YTN 노조가 조합원 20명의 이메일이 압수수색 된 사실을 안 것은 지난달 11일 열린 1차 공판을 준비하면서다. 압수수색 영장은 노 지부장 등 조합원 4명이 체포되기 하루 전인 3월21일에 발부됐다. 경찰은 파업 이틀째인 24일 회사 실무팀에 조합원 20명의 이메일을 요구했으며 구본홍 사장 선임 전인 지난해 7월 초부터 올해 3월 말까지의 이메일이 당사자 몰래 압수수색 됐다. 노 지부장은 “경찰이 지난 3월22일 나를 포함한 4명의 조합원을 체포한 것은 파업 때문이라고 본다”며 “이메일 압수수색도 그 즈음이라는 점에서 파업의 불법성을 입증하기위한 시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경찰의 압수수색이 부당한 집행이라고 생각했다면 거부할 수도 있었다”며 “회사는 경찰의 수사를 막지 말아야할 의무가 있을 뿐 동조할 필요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줄 수 없다는 의사표현은 공무집행방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회사가 경찰의 요구를 거부했다면 경찰은 YTN 이메일 서버를 떼어가는 무리수를 뒀어야 하는데 영장은 조합원 20명의 이메일 내용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압수수색의 맹점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사가 어떻게 경찰이 달란다고 그냥 줄 수가 있냐”고 비판하며 “적어도 메일 내용을 넘겨줬다면 당사자들에게는 알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영장범위도 논란의 대상이다. 압수수색 영장이 조합원 20명의 이메일에 나온 것이라면 20명 사이에 오간 메일 만이 그 대상이 된다는 것이 노 지부장의 주장이다. 그는 “친구와 메일을 주고받은 경우 내가 압수수색을 받아 그 메일도 대상이 되면 메일의 또 다른 소유권자인 친구도 압수수색을 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불특정다수로부터 받은 모든 메일이 압수수색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 부분은 아직 법적으로 다퉈본 적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으로 YTN 사원 일부는 회사 메일 대신 외부에 메일 계정을 열었다. 노 지부장과 노조 변호인단 일부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지메일(Gmail)로 메일 계정을 바꿨다. 노 지부장은 “현행법으로는 개인의 이메일을 들여다보는 것이 너무 쉬울 뿐 아니라 수사에 필요한 정보 외의 것이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수사기관이 편의적으로 관련법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이메일 압수수색은 매우 소극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사기관이 수집한 개인 정보를 돌려주지 않는 것 역시 문제”라며 “수사가 끝난 뒤 관련 자료를 파기하는 제도가 필요하고 이는 검증 가능한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