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가 29일 영결식을 치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만약 노 전 대통령이 재벌에게 돈을 받았다면 검찰이 이렇게까지 그를 괴롭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해 눈길을 끈다.

   
  ▲ 뉴욕타임즈 5월29일 온라인판.  
 
이 신문은 "한국인들은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현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South Koreans Mourn a Former President and Rebuke the Current One)"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수억달러를 챙겼고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2년 만에 풀려났고 노 전 대통령의 두 전임자들, 김대중과 김영삼 전 대통령도 임기 말에 그들의 아들들이 뇌물을 받은 문제로 명성이 추락한 바 있지만 검찰은 두 전직 대통령을 소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경제계의 거물들도 거액의 횡령을 하거나 뇌물을 준 혐의가 입증됐지만 감옥에서 보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를 하러 단상에 올랐을 때 몇몇 지지자들이 그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면서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장례 행렬을 따르는 수많은 시민들이 '정치적 살인을 사과하라', '이명박을 끌어내려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했지만 그가 죽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용서했고 현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확산됐다"면서 "상당수 국민들은 이번 검찰 수사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한 시민의 말을 인용해 "그동안 검찰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핑계로 재벌에게 관대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재벌에게 돈을 받았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이밖에도 영국의 BBC는 노 전 대통령의 유서 전문을 소개하면서 "일부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 때문에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믿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AP통신은 "한명숙 전 총리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대목에서 많은 추모객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CNN도 인터넷판 기사에서 "한국 언론과 인터넷 공간에서는 검찰 수사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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