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님,

제번하옵고, 무릇 언론이 감시하고 비판해야하는 대상은 살아있는 권력이어야 합니다. 죽어있는 권력을 향해 짖고 까부는 것은 하이에나들이나 하는 비열한 짓거리이지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님은 죽은 권력입니다. 여사님과 아드님, 형님, 조카사위 등 가족은 물론 측근들까지 줄줄이 검찰의 소환을 받거나 구속됐고, 님께서도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듯 합니다.

하이에나들에게 생살을 뜯기는 아픔을 참지 못하시고, 몇 말씀 하셨더군요. 님의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글들을 봤습니다. 국민들의 분노를 듣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봉하마을 역시 청와대만큼이나 민심을 접하기엔 어려운 곳이긴 하지요. 먼저 저자거리에서 술꾼들끼리 나누던 이야기 하나 전해드립니다.

“노무현은 MB와 강부자의 프락치다.”

황당하게 들리십니까? 그렇다면 술꾼들이 나눴던 나머지 이야기를 전해드리지요. 도대체 노통(님을 이렇게 칭하는 건 알고 계시지요?)이 잘한 게 뭐야? 입에 달고 살던 도덕성, 청렴성은 완전한 위선이고 사기였잖아. 그러고 보니 MB 당선시키고, 강남 집값 몇 배로 올려놓고, 사설학원들 재벌 만들어준 일 빼놓고는 노통이 한 일이 없잖아. 왼쪽 깜빡이 넣고 우회전이나 하고, 사회 양극화도 최고조에 달했고….

어디 그 뿐입니까? 이제 그들의 말에 제 말을 보태겠습니다. 님께서는 퇴임 후에도 이명박 대통령을 가장 많이 돕고 있습니다. 시계바늘을 수십 년씩이나 거꾸로 되돌려 놓고 있는 MB 정부의 폭압정치에 항거해야 하는 이 중차대한 시점에 국민들의 시선이 어디로 쏠려 있습니까?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검찰의 시리즈물 ‘노무현 패가망신 잔혹사’를 구경하느라 온통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그런 사이 제2롯데월드 건설 허용과 신경민 문화방송(MBC) 앵커교체 등 재벌 특혜 정책과 언론장악 시나리오는 이때다 싶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도덕적 가치관과 사회정의에 대한 국민들의 냉소가 늘어나고, 거리의 촛불이 시들해 진 것도 상당 부분은 님의 책임으로 돌릴 수밖에 없겠습니다.

검찰이 박연차 태광실업회장 등의 입에서 나오는 확인도 안 된 피의 사실들을 언론에 마구잡이로 흘리면서 님을 압박하고 있는 듯합니다. 님께서 인정하신 사실이 무엇이었지요? 권양숙 여사께서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와 3억 원을 받았다고 했지요. 거기다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수감중인 형님 건평씨는 자신의 혐의를 상당 부분 시인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님은 이런 정도만으로도 유구무언이어야 합니다.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라는 변명은 일개 필부의 입에 올리기에도 부끄러운 말입니다. 님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세상에 나섰던 분입니다. 그런 분이 제가(齊家) 하지 못한 것은 내 죄가 아니라고 발뺌하셔서야 되겠습니까.

억울해서 못 참겠다고요? 지금 ‘노무현 패밀리’ 때문에 국민들이 받고 있는 분노와 스트레스, 충격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속된 말로 국민들이 열 받아 있는 상황에서 일국의 대통령을 지내신 분이 검찰과 티격태격, 갑론을박 다투면서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해서야 되겠습니까? 시시콜콜 따지는 건 법정에서 하면 될 일 아닙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님,

   
   
 
우리는 아직도 ‘바보 노무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5공 청문회 때 권·경 유착의 거대한 부패 고리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총선 때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안정권인 종로 대신 부산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고, 대통령 재임시절엔 야당의 탄핵 공세에 당당하게 맞섰던 ‘바보 노무현’…. 그 ‘바보 노무현’을 정작 본인만 잊어버린 겁니까?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 하십시오. 다 까발리고, 다 털어놓으시고, 용서를 구하십시오. 죽을 때 죽더라도 하찮은 하이에나 떼에 물려 죽지 마시고, 지도자답게 산화하십시오. 당신이 죽어야 이 땅의 민주주의와 사회정의가 부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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