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락 경찰청장이 13일 국회에서 '장자연 리스트'에 조선일보 고위 간부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찰이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관련 브리핑도 없이 실명 공개를 꺼린 것으로 드러나 수사 형평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강희락 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리스트에는 들어있는데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을 양해달라"며 "경찰이 이미 화제가 된 조선일보 고위 간부가 리스트에 들어있는지 알고 있는데 발표 안 하는지, 아직도 리스트 여부를 뚜렷이 판단 못 하는지" 물은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했다.

   
  ▲ 강희락 경찰청장. ⓒ연합뉴스  
 
신 의원의 질문은 "조선일보가 야당 의원 두 분하고 인터넷 언론대표를 형사 고소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를테면 리스트에 들어있느냐 안 들어있냐의 사실 확인 문제"라고 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강희락 청장은 "확실히 알고 있나"는 질문에 "그렇다"고 재확인했다.

강 청장은 또 "구체적으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 클리어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말씀 못하고 있다"며 "박연차 리스트도 경찰이 브리핑을 하고 있고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증폭시킬 수 있는 것은 중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왜 정리 못하나"는 질문에 답했다.

또 경찰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청장은 "지금은 사실 뭐 밖에서 인터넷으로 떠돌아다니는 것도 수사하면서 압수수색, 계좌추적, 통화내역 수사를 통해 조금이라도 의혹 있는 것은 수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조선일보 관련 수사를 하고도 밝히지 않은 배경에 대해 의혹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강 청장은 조선일보 간부를 비공개로 수사하는 것에 대해 "계속 접촉하고 있다", "리스트에 올라왔다는 이유로는 (사건에)연결됐다는 그런 것이 확인 안 되고 있다", "혐의를 완전히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간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혐의라는 게 드러나면 (공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왜 비공개 수사를 하고 봐주기 수사를 하고 거북이 수사를 하는지 다른 수사와 형평성을 따지기 바란다"고 질타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도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경찰이 매우 무책임하고 또 경찰의 수사지휘를 할 책임이 있는 검찰도 굉장히 무책임했다 본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움츠리지 말고 수사를 정정당당하게 제대로 했다면 이런 논란이 벌어질 이유조차 없다"며 "검찰이 제대로 수사지휘를 못한다면, 계속 머뭇거린다면 여기에 대해서 정치권이 뭔가 다른 방식으로라도 검찰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우선적인 문제"라며 특검 조사를 언급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도 이날 불교방송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정작 신문사 관련된 사실에 관해서는 아예 수사가 왜곡되고 있는, 지연되고 있는 것은 물론 거기에 관련된 사람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거론조차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것은 너무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14일 오전 10시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국민의 알권리인가? 명예훼손인가?'라는 주제로 '장자연 사건에서 바라본 국민의 알권리와 명예훼손' 관련 토론회를 열고 현 논란을 공개 토론할 예정이다. 

그러나 강 청장이 장씨 리스트에 조선의 고위 간부 이름이 들어있다고 밝힌 데 대해 조선의 한 관계자는 “어떤 경위로 장씨 리스트에 조선 특정 임원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해당 임원은 장씨와 김 대표(장씨 소속사 대표)를 만난 적도, 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강 청장을 향해 “수사를 질질 끌면서 애매한 답변만 늘어놓는 것은 중대한 직무유기이자 무능의 극치”라며 “경찰은 하루 속히 진실을 밝혀 무고한 사람이 장기간 명예훼손을 당하는 사태를 해소시켜야 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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