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기자들은 17일 아침 동아일보가 "신동아 K씨는 가짜였다"는 내용의 사고를 1면에 내보낼 거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날이 신동아 3월호가 발간되는 날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한 기자는 전화를 받고 나서야 인터넷을 보고 확인을 했다고 했다. "월간지의 특성상 다른 기자들 기사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지만 이 사건에 쏠린 사회적 관심을 감안하면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이었다.

신동아는 "16일 동아일보 최맹호 이사를 중심으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출간 직전까지 오보 인정과 사과 여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고위 간부인 최 이사가 직접 진상규명위에 합류했다는 사실은 동아일보가 이번 사태를 심각한 비상 국면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신동아 편집장과 기자들이 K씨가 가짜라는 사실을 언제 알게 됐느냐로 집중될 전망이다.

복수의 신동아 관계자들에 따르면 처음 K씨와 접촉하고 기고문을 받아온 것은 송문홍 편집장이었다. 신뢰할 수 있는 금융권 인사를 통해 K씨를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송 편집장은 그가 누구인지 기자들에게도 밝히지 않았다. 송 편집장은 1월7일 진짜 미네르바로 추정되는 박대성씨가 경찰에 체포되고 난 뒤에야 K씨를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적어도 K씨가 100% 허구의 인물은 아닐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신동아 편집국에서 진행된 2월호 인터뷰에는 송 편집장과 2명 이상의 기자들이 배석해 K씨의 주장을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신동아가 K씨가 가짜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이 시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한 관계자는 "K씨의 신원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진짜 미네르바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말했지만 다른 관계자는 "기자들이 모두 K씨가 진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송 편집장은 2월호 발간 이후 기자들에게도 극도로 보안을 지켜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신동아에서 인터뷰 요청이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송 편집장은 "박씨에게 인터뷰 요청을 한 사실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진짜 미네르바를 접촉할 수 있는 1차적인 경로인 포털 사이트 다음을 통하지 않고 왜 굳이 사적인 경로를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진상 조사를 지켜봐야겠지만 2차례에 걸쳐 치명적인 오보를 낸 것으로 판명된 이상 송 편집장을 비롯해 책임자 중징계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송 편집장은 17일 미네르바 오보에 대한 경위를 묻자 "본사 경영전략실로 창구를 단일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돼 조사 중인데 결과가 나오면 공개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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