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아고라 논객들 피난 행렬
“무서워…” 아고라 논객들 피난 행렬
게시물 삭제·해외 서버 이전 등…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도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로 추정되는 박아무개씨가 지난 10일 구속된 뒤 미네르바가 활동하던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경제 토론방의 이른바 ‘경방 고수’들이 게시물을 삭제하고 종적을 감추는 등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인터넷 프로토콜 주소를 우회하는 방법을 모색하거나 아예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사이트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다.

이름이 꽤 알려진 경제 고수 가운데 게시물을 모두 삭제한 누리꾼은 ‘필립피셔’와 ‘그럴수만 있다면’ 등이다.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경방 고수들이 사라지고 있다”, “필립피셔 역시 잡혀 간 것 아니냐”는 등의 우려 섞인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라진 글을 찾는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누리꾼 ‘상승미소‘는 “이것은 예측이고, 저의 분석입니다. 이것이 무조건 맞는다는 보장도 없고 항상 틀릴 수 있습니다”라는 추신을 붙이는 등 자기검열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Helena’ 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누리꾼은 “미네르바님의 구속이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필립피셔님, cosmic egg님 같은 분들이 동시에 사라진 것”이라면서 “이제 우리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바닥이라고 말하면 주식을 사야하고 신문에서 강남 집값이 오름세라고 하면 서둘러 집을 마련해야 하고 경제가 잘 회복되고 있다고 정부가 수치를 발표하면 박수를 보내는 마음 편하고 고민없는 백성이 됐다”면서 개탄했다.

‘임테리오훈꿍쓰’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미네르바가 독학으로 경제를 공부한 30대 백수라는 게 너무나 반가웠다”면서 “그가 50대 생선자판 아주머니라든가 40대 순대국밥집 주방장, 혹은 20대 편의점 야간 알바였다고 해도 반가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누리꾼은 “우리는 누구라도 미네르바가 될 수 있다”면서 “미네르바는 어떤 한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필요로 했던 현상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미네르바는 체포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고라에서는 여전히 이번에 체포된 박아무개씨가 진짜 미네르바가 아닐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네르바가 쓴 글의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나이가 최소 50대 이상일 것이며 금융 업종 종사자가 아니라면 독학으로는 알 수 없는 고급 정보가 많았다는 게 누리꾼들이 검찰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다. 정부가 일찌감치 지난해 10월 미네르바가 50대 증권 업종 종사자라고 밝혔던 것도 의혹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네르바를 국민적 스승으로 치켜세웠던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 역시 한 인터넷 언론과 인터뷰에서 “체포됐다고 발표된 사람은 내가 아는 미네르바와 매치가 안 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내가 읽은 미네르바의 글은 (금융) 현장에서 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쓸 수 없는 글”이라며 “30세 무직인 네티즌이 그런 글을 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 업계에서 10년 이상 일했지만 책 보고 공부해서는 쓸 수 없는 글”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도 핵심 인물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고급 정보들이라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진짜 미네르바가 따로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30세 젊은이가 독학으로 그 정도 통찰력을 가졌다면 그는 아마 천재임에 틀림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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