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이 올해 정규사업으로 전환될 예정이지만 그간 시범사업을 해온 이들은 눈앞이 캄캄하다. 국회가 지난달 13일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예산을 전액 삭감한데다 출력을 높여달라는 사업자들의 목소리도 몇 해째 공허한 울림이 돼왔기 때문이다. 직접 주파수를 찾으며 공동체라디오의 확대만을 기다려온 21개 지역의 신규사업자는 방향을 잃었다. 이들은 끊임없이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의 로드맵을 요구해왔지만 번번이 무시됐다.

한국커뮤니티라디오협의회(회장 정용석 이하 커라협)와 전국공동체라디오협의회(이하 전공협)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출력증강과 공적지원’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7일부터는 방통위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를 하기로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시범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거쳐 정식 사업을 한다고 하더니 방통위는 1개월 동안 현장에 대한 조사도 없이 서면 인터뷰 하나로 종합적인 평가를 마쳤다”며 “출력증강과 지원정책, 신규 사업에 대한 계획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은 총체적인 정책 실종”이라고 비판했다. 정용석 회장은 “방통위는 현재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정책 로드맵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시범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도록 지원하고 그간 부족했던 점을 개선하는 게 방통위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박채은 전공협 운영위원은 “방통위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평가 연구결과에는 인터넷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시대에 라디오가 무슨 실효성이 있겠냐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송덕호 마포 FM 방송본부장은 “시범사업을 하는 동안 방송위와 방통위 담당자가 9번 바뀌었다”며 “그때마다 처음부터 공동체라디오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안병천 관악FM 방송본부장은 “시범사업을 시작할 때만해도 출력을 10와트(W)까지 올려준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이제 와 ‘1년 전 지원금 끊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말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본부장은 “신규사업을 준비해 온 이들은 한마디로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시범사업을 해온 공동체라디오 사업자는 8곳, 신규사업을 준비해온 곳은 21곳에 달한다. 전주에서 공동체라디오 신규사업을 준비해온 최성은 전공협 사무국장도 “방통위는 신규사업을 고려해보겠다고 말 할 뿐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1월중으로 공동체라디오에 관한 공청회를 열 계획이지만 이에 대해 박 운영위원은 “공청회마저 끝나면 방통위가 확정한 계획을 밀고 나갈까 걱정”이라며 “공청회가 요식행위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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