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KBS 이병순 사장이 경영난 해소 명분으로 사내에서 가장 취약한 직종인 비정규직(방송차량서비스·고용형태:총괄도급)부터 대규모 해고통보를 해놓고 협상을 통해 임금과 수당을 삭감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단행해 언론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병순 사장, 방송차량서비스(손자회사) 비정규직 계약중단→정리해고 통보→임금삭감

   
  ▲ 서울 여의도 KBS본관 지하주차장에 있는 (주)방송차량서비스 사무실 내부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 서울 여의도 KBS본관 지하주차장에 대기중인 방송차량들을 타고 현장으로 나가는 조합원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KBS가 100% 출자한 KBS비즈니스가 다시 100% 재출자(손자회사)한 (주)방송차량서비스(사장 박성희)는 1일 2009년 예산 상황을 이유로 KBS가 자사의 지역차량운전원과 도급계약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함에 따라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사비정규지부 KBS분회(방송차량서비스 노조)와 △당일출장비(당출비) 지급제도 폐지 △2009년 임금 10% 이내 삭감 △누적적자 결손액 개선 협조 등에 합의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방송차량서비스는 KBS의 취재·제작 시 차량운전을 담당하는 운전기사들이 소속된 회사로 이들은 이 회사를 통해 KBS와 매년 일괄적으로 계약하는 방식으로 고용돼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KBS는 두 차례에 걸쳐 방송차량서비스에 회사의 예산사정을 들어 '내년 계약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할 수 없다' '지역(총)국을 제외한 본사와만 계약하겠다'는 공문을 보내 방송차량서비스가 지역운전원(언론노조 KBS분회 조합원) 151명에 해고예정통보서를 발송하는 등 교묘하게 노조를 탄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또 해고예정통보를 하기 이틀 전까지도 노동조합과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았다.

이병순 사장은 지난달 25일 방송차량서비스 사장 앞으로 보낸 공문에서 "2008년 업무위탁계약서에 따른 2008년 계약과 동일조건으로 2009년 계약을 자동갱신할 의사가 없다"며 "2009년 KBS 예산 상황이 매우 어려워 계약금 삭감이 불가피하며, 세부 금액의 경우 타방송 계약금 및 국내 운전업무 종사자 평균 임금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별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지역국 감사 결과 면허정지자가 계속 운전하다 적발된 것을 들어 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KBS 예산상황 어려우니 본사만 재계약하겠다" 통보하자 151명 해고예정통보서 전달

이어 이 사장은 같은 달 27일 보낸 공문 '2009 운전업무 도급계약 추진계획 통보'에서는 "2009년 공사 예산의 어려운 상황 및 지역(총)국 운전원에 대한 귀사의 관리 부실 등 제반 여건을 고려 지역국을 제외하고 본사만 재계약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방송차량서비스는 방송사비정규지부 KBS 분회장 앞으로 '지역차량 업무사업 축소에 따른 인력감출 선정기준 건 회신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내 KBS의 통보에 따라 부득이 인력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며 지역조합원 150명과 일반사무직 1명 등 모두 151명의 정리해고(인력감축)를 추진하겠다고 통보했다.

방송차량서비스는 이와 함께 노조에 △당일출장비 지급 제도 폐지 △임금삭감(15∼20%) △누적적자 결손액 3년 내 개선 협조 등의 합의서를 수용할 경우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KBS가 지역(총)국과 재계약할 수 있도록 추진해보겠다고 압박했다.

방송사비정규지부 KBS분회는 즉각 반발했으나 조합원 투표 결과 '사측요구 수용'(118표) 의견이 '전면 거부 및 투쟁'(112표) 보다 높아 집행부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되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결국 비대위는 1일 회사와 임금삭감 폭을 10% 이내로 한다는 구두약속(녹취)을 제외한 회사측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것으로 합의서에 서명했다.

노조 "싸우려 했으나 지방조합원 고용안정 위해 회사요구 수용"

   
  ▲ KBS가 지난달 28일 방송차량서비스 소속 지역운전원에게 보낸 해고예정통보서. 조현호 기자 chh@  
 
이에 대해 박우상 KBS분회 홍보특보는 "KBS가 겉으로는 '서민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대통령 연설을 방송하면서 속으로는 이런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국민의 방송이라 자처하는 KBS가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에 대해 '해고'라는 압박수단을 동원해 강제로 구조조정을 단행해 분노하고 참담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박 특보는 "당초 '싸우자'는 분위기가 높았으나 지방 조합원들이 모두 해고통보서를 받는 등 불안한 상황을 호소해 결국 이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들의 임금은 144만원이며, 시간외수당·특근수당·당일출장비를 모두 합칠 경우 승용차 운전원이 월 144~150만원, 승합차 운전 180만∼200만원, 버스차량 250만∼300만원 수준이다. 보직은 6개월∼1년 간 순환된다. 여기에 10% 이내의 임금삭감과 당일 출장비 폐지로 적게는 월 15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줄어들게 됐다.

"국민의방송 자처 달리 '약자'부터 정리…참담"

박 특보는 "당일출장비는 모든 KBS 직원에게 적용돼왔으나 이들 비정규직에 한해 폐지됨에 따라 앞으로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김성근 언론노조 조직쟁의실장은 "KBS가 구조조정의 첫 대상으로 삼은 것은 사내에 가장 힘이 약한 비정규직이었고, 이들에게 '정리해고'라는 칼날을 매개로 임금삭감을 수용토록 한 것은 치졸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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