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미디어포커스> 폐지를 강행한 뒤 신설한 <미디어비평>의 첫회 방영분과 관련해 담당 간부가 방영된 내용 전체에 동의할 수 없다며 보직사퇴서를 제출하고 보직사퇴가 수리될 때까지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KBS의 신설 <미디어포커스>와 <시사기획 쌈> <취재파일 4321> 제작을 총괄하고 있는 이세강 시사보도팀장은 <미디어비평> 첫회 ‘프레스 프렌들리의 그림자’ 편의 제작과정에서 제작진과 시종일관 마찰을 빚다가 방송이 나간 21일 아침 보직사퇴서를 냈다.

이 프로그램 첫회는 권력의 언론장악 또는 언론탄압이라는 주제로 현 정권이 YTN KBS MBC <PD수첩>에 대해 장악기도를 하고 있는 내용과 과거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 최근 KBS 보도의 문제점, <미디어비평>에 거는 언론학계의 당부 등을 다뤘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세강 팀장과 첫회를 직접 제작한 오세균 기자는 YTN KBS MBC에 대해 현 정권이 대처한 상황을 권력의 방송장악으로 봐야할지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이들은 당초 <미디어포커스> 폐지 조건으로 ‘제작자율성을 보장한다’고 합의함에 따라 <미디어비평> 첫회는 수많은 회의를 거쳐 제작했다.

결국 제작진 회의 결과 모아진 의견에 따라 첫회를 제작하는 것으로 결정되자 이 팀장은 “더이상 보직을 수행할 수 없다” “이 원고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힌 뒤 사퇴서를 냈다. 이 팀장이 동의하지 못한 이유는 “현 정권의 YTN KBS MBC에 대한 대응을 방송장악이라고 볼 수 없고”, “정부 비판의 강도가 너무 세다”고 보고있기 때문이라고 제작진이 전했다. 이에 대해 이세강 팀장은 “말하고 싶지 않다” “나중에 얘기하자”고 밝혔다.

오세균 기자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미디어비평> 기자들은 “왜 팀장이 보직사퇴까지 하려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통상 팀장 등 간부에 의해 팀원의 의사가 묵살돼 반발하는 경우는 있지만 팀원이 제작한 프로그램에 반발해 팀장이 사퇴하겠다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첫회의 경우 미디어를 비평하는 프로그램으로서 KBS 자기 자신에 대한 비판과 이병순 사장에 대한 비판에는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음에도 오히려 정반대의 시각에서 후배의 프로그램을 부정하며 팀장이 사퇴하겠다고 나선 것이 과연 적절한 태도라고 볼 수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BS 내부에선 “이 팀장이 초강수를 뒀다” “뭔가 다른 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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