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청자위원회(위원장 고현욱)가 이병순 KBS 사장 취임이후 열린 두 번째 회의에서 돌연 위원들에게 회의내용에 대한 함구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의 대표인 시청자위원들이 공식 제출한 자료조차 공개를 꺼리는 게 적절한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시청자위원들에 따르면 KBS 시청자위는 지난 20일 개최된 11월 시청자위원회에서 “KBS가 의견서를 회람한 뒤 이에 대한 KBS의 답변서를 공식 홈페이지에 함께 올릴 때까지 외부의 어떠한 언론에도 알리지 않기로 했다”고 결정했다.

이민규 위원(보도·스포츠분과, 중앙대 교수)은 “위원장을 비롯해 위원들 다수의 의견이 외부에 알리지 말자는 것이었다”며 “지난 10월 시청자위원회 관련 자료가 외부에 나가 보도되는 바람에 여러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느냐는 질문에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KBS의 공식절차를 존중해주기 위함“이라고 했다. KBS는 시청자위원의 회람을 마친 뒤 통상 2주 정도 뒤에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회의 과정에서 일부 위원은 시청자 대표로 시청자위원회에 참석하면서 KBS에 대한 시청자위원의 의견서를 신속히 알리지 않고, 한참을 기다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견을 제기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시청자위원의 의견서는 2주가 지나도 문구가 수정되는 등 내용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KBS가 땡전뉴스로 회귀한다는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다”는 요지의 보도·스포츠분과 의견서가 미디어오늘 등에 보도된 뒤 KBS 보도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졌던 것을 고려해 KBS 비판에 대한 여론의 확산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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