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속에 폐지된 KBS <미디어포커스> 대신 신설된 <미디어비평>의 첫회가 지난 21일 밤 방영됐다. <생방송 시사투나잇> 대신 신설돼 방영 첫회부터 거센 여론의 비난을 받았던 <생방송 시사360>의 예에 비춰 <미디어비평>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았다.

첫회 '프레스 프렌들리의 그림자' 편은 한마디로 밋밋하고 자기반성과 성찰에 필요한 핵심적인 내용이 너무 많이 빠진채 방송됐다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수많은 반발 끝에 입성한 이병순 사장이 최근까지 KBS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느냐에 대한 문제의식을 거의 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디어포커스 폐지뒤 신설 <미디어비평> 첫회, '프레스 프렌들리의 그림자'

   
  ▲ 지난 21일 밤 방영된 KBS <미디어비평> 첫회 '프레스 프렌들리의 그림자' 편  
 
미디어비평 첫회의 구성은 YTN 구본홍 사장 저지투쟁,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 과정과 정연주 전 사장에 세금소송 관련 수사에 대한 문제점, MBC 광우병 편 방송 뒤 검찰 수사 등 현 정부 들어 대표적인 언론탄압의 사례를 보여준 뒤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론을 장악하려했던 사례를 함께 제시했다. 또한 최근 KBS의 보수화된 뉴스의 경향과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연설 정기편성에 대한 사례도 소개했다.

무엇보다 가장 주목된 대목은 자사인 KBS에 가해진 권력의 칼날과 권력에 의해 임명된 새 사장이 벌이고 있는 KBS 재편작업 등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에 있다. 비평의 대상인 언론사로서 타 언론을 비평하기 위해서는 혹독한 자기비판과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KBS는 권력의 방송장악, 즉 이명박 정권이 어떻게 KBS를 장악했는지에 대해 사장 교체과정에서 그동안 촬영해뒀던 일부 영상을 비추고, 대통령 라디오연설 정기편성과 뉴스의 보수화되는 문제점을 전하는등 나름 노력한 흔적을 보였다.

그러나 비판의 대상에 이병순 사장이 빠져있다. 이병순 사장은 지난 8월27일 취임사에서 "지금까지 대내외적으로 비판받아온 프로그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변화하지 않은 프로그램 존폐 진지한 검토"를 천명했고, 3개월 만에 존폐대상인 <미디어포커스>와 <생방송 시사투나잇>이 폐지됐다.

YTN 구본홍 저지·감사원의 KBS 감사 문제·MBC PD수첩 검찰 수사 등 다뤄

   
  ▲ 지난 21일 밤 방영된 KBS <미디어비평> 첫회 '프레스 프렌들리의 그림자' 편  
 
미디어포커스가 지난 15일 밤 방송한 최종회에서 미디어포커스의 폐지과정을 다루면서 이 부분을 일부 언급하긴 했지만 새 매체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비평>의 첫회에선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KBS PD협회장이 <시사투나잇> 폐지에 반대하며 삭발까지 벌인 사실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시사투나잇 대신 지난 17일 처음 방송됐던 <생방송 시사360>('미네르바 신드롬, 왜' 편)이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해 여론의 지지를 받아온 한 인터넷 논객을 '거칠게' 찬반양론의 평가 틀에 가둬놓고 비판하려다 당사자로부터 "왜곡했다"는 반박을 당하고, "첫회부터 티나게 '땡이'방송하는 것 아니냐"는 누리꾼들의 호된 비판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미디어비평은 한줄도 거론하지 않았다.

또한 KBS 이사회의 탈법 편법적 사장 해임·임명제청 과정, 부당한 공권력의 KBS 난입, 이병순 사장 취임에 반대했던 사원들에 대해 이 사장이 취임 한달도 되지 않아 '핀셋으로 집어내듯' 뽑아내 보복인사를 단행한 사실과 곧이어 이들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해 곧 징계를 준비중인 사실 등에 대해서도 외면했다.

KBS <미디어비평>은 이병순 사장 취임 뒤 정권에 대한 뉴스와 편성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문제점을 소개했다.

이병순 사장의 KBS 재편 비판은 '밋밋'…프로그램 폐지·보복인사·시사360문제 외면

KBS는 뉴스의 보수화 경향에 대해 "미디어 비평이 지상파 방송 3사의 최근 두 달간 메인 뉴스를 자체 분석한 결과, 대통령 관련 보도가 리포트와 단신기사를 합해 KBS 9시 뉴스는 54건으로 MBC 뉴스 데스크 49건, SBS 8시 뉴스는 50건으로 나타났다. 양적인 면에서는 방송사간 큰 차이가 없었지만 KBS 보도가 정권이 바뀐 뒤 비판의 날이 무뎌지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민필규 KBS 기자협회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 지난 21일 밤 방영된 KBS <미디어비평> 첫회 '프레스 프렌들리의 그림자' 편  
 
"민감한 사안들이 소극적으로 보도되고 일부는 민감한 사안이 보도되지 않는, 기자들이 제작을 했는데도 보도가 되지 않고 누락되는 경우도 있었고, 전반적으로 볼 때 큰 흐름으로 봤을 때는 우리보도가 굉장히 소극적이고 약간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지 않느냐."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어떤 뉴스가 어떻게 누락됐고, 어떻게 처리됐는지 전혀 소개되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그냥 '민감한 사안들이 소극적으로 보도되고, 보도되지 않는다'는 말만으로는 그 실체를 알 수 없다. 방송의 미디어비평이 효과를 갖기 위해서도 자신들의 어떤 리포트가 누락됐는지를 지칭했어야 했다. 더욱이 이미 민필규 회장 뿐 아니라 사내 여러 기자들은 2주전에 구체적인 내용을 다 밝힌 바 있다.

"KBS 뉴스 비판의 날 무뎌져" 구체적 사례는 거론안해

-10월 한달간 대통령 관련 뉴스 MBC SBS에 비해 30%나 과다
-주가폭락 등 주요 뉴스가 있었음에도 지난달 22일 <뉴스9>서 톱뉴스가 '은행장 연봉 삭감 등 자구책 발표'로 보도
-같은 달 17일 <뉴스9>엔 '직불금 전 정권 의혹 한나라당 제기'가 톱뉴스로 보도
-지난 3일엔 대통령 라디오 연설내용의 리포트가 오전 <930뉴스>의 톱뉴스로 배치
-지난달 30일 아침 <뉴스광장>에 제공된 ‘동아투위’ ‘도로에도 직불금’ 리포트는 <뉴스광장>과 <930뉴스>에도 방송되지 않고 누락.
-지난 4일 에버랜드 공사인부 사망 단신 기사의 경우 야근기자가 용인까지 가서 취재했음에도 두 뉴스에서 모두 누락

   
  ▲ 지난 21일 밤 방영된 KBS <미디어비평> 첫회 '프레스 프렌들리의 그림자' 편  
 
이 내용은 KBS 기자협회가 보도위원회를 통해 보도본부 간부들에게 제기한 내용으로 <미디어비평> 제작진이 몰랐을리 없다.

권력의 주문→새 사장의 임명→새 사장의 KBS 재편의 흐름에 따라 KBS가 급격한 권위주의 시절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디어비평>은 이 중 현재의 KBS 사장이 KBS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에 대해선 애써 도마에 올리려 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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