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가 친정부적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언론계에서 뿐 아니라 KBS 시청자위원회에서도 나와 주목된다.

21일 KBS 시청자위원회(위원장 고현욱·지난 16일 제출한 의견서)의 분석 등을 종합하면 KBS는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뉴스9>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동정 또는 발언을 주말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단독꼭지로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는 이 기간동안 ‘이 대통령, 외화 유동성 공급해 시장불안 막아야’(1일) ‘이 대통령, 초당적 협력당부’(2일) ‘이 대통령, 달러 사재기 욕심 가져선 안돼’(8일) ‘“모두 제역할 해야”’(13일) ‘공세적 대응 촉구’(20일) 등 모두 11건의 이 대통령 뉴스를 전했다. 공식활동이 없는 주말(6일)을 빼면 평일 14일 중 11일 동안 방영한 셈이다.

이밖에도 KBS는 지난 17일 <뉴스9>에선 쌀 직불금과 관련해 톱뉴스로 ‘전 정권 개입 의혹제기’를 다뤘고, 20일에도 지난해 국정상황실이 감사일정을 앞당길 것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네 번째 뉴스(‘직불 감사 청와대 개입했나?’)로 배치했다.

비판의 방향을 전 정권의 책임론에 두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 시청자위원은 “새 사장이 들어선 이후의 KBS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나 정책을 진지하게 성찰하거나 논의하기보다는 직접적·노골적·반복적으로 홍보하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이는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감을 사거나 부정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쌀 직불금 문제는 전 정권이나 현 정권의 책임탓을 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 지도층의 부도덕성을 드러냈다는 게 본질”이라며 “그러나 KBS는 직불금의 출발을 찾아내 마치 면피시키려는 듯한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KBS 시청자위원회는 지난 16일 열린 10월 위원회에서 반복적인 이 대통령의 발언 보도를 두고 “땡전뉴스의 회귀에 대한 우려가 단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며 “최근 경제위기 속에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많은 국민이 궁금해하고 관심을 갖겠지만 구체적인 대안제시가 결여된 대통령의 발언을 선전하듯이 매일같이 보도하는 것은 과거 ‘땡전뉴스’의 회귀에 대한 우려가 단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청자위는 이밖에도 최근 한창인 ‘2008 국정감사’와 관련해 “KBS 보도는 국회의원들 간의 정쟁을 부각하고 정부의 정책집행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덧씌우는데 일조했다”며 “싸우고 욕하고 질책하는 장면을 반복하는 등 국정감사에 대한 부정적 측면만 강조한 보도 프레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 결과 정부나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의 태도를 냉소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시청자위는 또 지난 2일 사망한 탤런트 최진실 사망 보도에 대해서도 △10월2일 5건, 3일 5건, 4일 3건, 5일 2건, 6일 1건, 7일 1건 등 지나치게 많은 시간 할애 △최씨의 기구한 인생 40년 조명해 자살 조장 △자살방법에 대한 사실적 정보를 반복적으로 제시 △자살원인에 대해 ‘악성 댓글’ 때문이라고 단정적 보도 등을 제시하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병순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보도 등이 양과 질적인 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며 “외부에서 저평가되는 부분이 있다. 타사보다 오히려 양도 더 적고 질적으로 보더라도 대통령을 옹호하는 게 덜하다”고 답했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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