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오는 11월3일 이명박 대통령의 두 번째 라디오 정례연설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KBS 노동조합(위원장 박승규)이 20일 이런 방침이 강행된다면 일전 불사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KBS 노조는 이날 저녁 발표한 성명을 통해 한겨레 등 일부 매체 기자들에게 KBS 등을 통해 이 대통령의 11월3일 라디오 정례연설 방송 방침을 밝힌 것을 들어 "편성·제작의 자율성이라는 방송의 기본을 모르는 사람은 방송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며 "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그 어떤 경우에도 편성·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없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방송의 기본을 무시하고 방송사에 선전포고를 감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KBS 노조는 "청와대는 라디오 연설 방송과 관련해 아직까지 KBS와 구체적인 협의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며 "몇몇 실무진 간에 전화 한두 통 오간 것으로 방송에 관한 협의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형식적인 전화 통화 후에 마치 '협의'를 다 했다는 듯이 일방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청와대의 행태는 유치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KBS 노조는 "우리는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과 관련해 청와대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라디오 방송을 정권의 홍보도구 쯤으로 폄훼하지 않고서는 편성·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망발을 연일 쏟아낼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청와대가 이번 사태에 대한 유감 표명 없이 편성·제작의 자율성 침해를 강행할 경우 일전을 불사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천명했다.

KBS 노조는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강력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다음은 KBS 노동조합이 20일 저녁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일전(一戰)을 각오하며

청와대가 또다시 일방적으로 대통령의 라디오연설 방송 계획을 밝혔다. 한겨레신문은 오늘자(20일) 기사에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어제(19일) 이명박 대통령의 두 번째 라디오 정례 연설은 다음달 3일 방송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방송 채널은 KBS1라디오와 교통방송으로 사실상 확정됐다고도 했다.

기자에게 이 같은 망발을 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편성·제작의 자율성이라는 방송의 기본을 모르는 사람은 방송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 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그 어떤 경우에도 편성·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없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방송의 기본을 무시하고 방송사에 선전포고를 감행한 것이다.

청와대는 라디오 연설 방송과 관련해 아직까지 KBS와 구체적인 협의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 몇몇 실무진 간에 전화 한두 통 오간 것으로 방송에 관한 협의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형식적인 전화 통화 후에 마치 '협의'를 다 했다는 듯이 일방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청와대의 행태는 유치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과 관련해 청와대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라디오 방송을 정권의 홍보도구 쯤으로 폄훼하지 않고서는 편성·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망발을 연일 쏟아낼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청와대가 이번 사태에 대한 유감 표명 없이 편성·제작의 자율성 침해를 강행할 경우 일전을 불사할 것임을 경고한다.

청와대든 누구든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그리고 방송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도 피력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 여부는 오로지 뉴스 가치를 중심으로 방송사가 결정한다. 이것은 방송사의 자의적 판단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방송법에 보장된 것이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법으로 보장하는 이유는 시청자 권익 보호,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이다. 결국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법으로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청와대에 다시 한번 경고한다.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 진정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길은 먼저 잘못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강력하게 저항할 것이다.     

2008년 10월20일 KBS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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