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동조합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라디오 연설 격주 정례화' 'KBS와 계약' 언급에 대해 16일 발언취소와 사과를 촉구하는 한편, 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병순 사장에겐 청와대의 방침이 불가함을 선언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KBS 노조는 이날 저녁 발표한 '격주 월요일 방송? 꿈도 꾸지 말라!'라는 성명에서 이 대변인의 '라디오 연설 격주 단위 방송' 발언에 대해 "KBS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면 이 대변인의 발언은 KBS에 대한 모독"이라며 "방송의 기본과 상식도 모르는 이 대변인은 더 이상 방송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하지 말라. 청와대는 관련 발언을 즉각 취소하고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KBS 노조, "이명박 연설 라디오 격주 방송" 언급에 발끈…"즉각 취소·사과하라"

   
  ▲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KBS 노조는 라디오 방송과 관련해 KBS와 청와대가 계약을 맺을 것을 검토한다는 이 대변인의 언급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KBS와 계약을 맺는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KBS는 청와대와 정권 홍보 계약을 체결할 생각이 추호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표명했다.

KBS 노조는 "(라디오연설의) 방송 여부는 오로지 뉴스 가치를 중심으로 방송사가 결정한다"며 "이런 전제 조건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절대 방송 불가다.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이런 방송의 상식을 직시하고 일방적인 격주 라디오 연설 계약 추진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KBS 노조는 이병순 사장에 대해 "우리가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회사의 무책임하고 비겁한 태도"라며 "청와대가 공공연히 KBS를 모독하고 있는데도, 사측은 아직까지 청와대로부터 연락받은 바가 없다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이 전부다.…이는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병순 사장 태도도 무책임·비겁…방송 불가 선언 안하면 강력투쟁"

KBS 노조는 이어 "이병순 사장에게 엄중하게 경고한다"며 "청와대의 일방적인 라디오연설이 공영방송 KBS에서 방송될 수 없음을 당장 선언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조합은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KBS 노조가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연설 방송 방침에 대해 16일 저녁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격주 월요일 방송? 꿈도 꾸지 말라!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가 지난 13일 한 차례 라디오 전파를 탄 이후 청와대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며 자화자찬하고 나섰다. 국민들은 무엇이 성공적이라는 것인지 청와대의 자평을 이해할 수 없다. 8분 30초간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만 쏟아낸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듣고 짜증이 난 국민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이라며 자아도취에 빠진 청와대 때문에 오히려 더 '불편해진' 국민들이 늘어났다.

급기야 청와대가 이성 상실의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동관 대변인이 어제 기자 간담회에서 라디오 연설을 격주 단위로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밝힌 것이다. KBS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면 이 대변인의 발언은 KBS에 대한 모독이다. 방송사의 제작 자율성 훼손, 편성?제작권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 방송의 기본과 상식도 모르는 이 대변인은 더 이상 방송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하지 말라. 청와대는 관련 발언을 즉각 취소하고 사과하라.

이 대변인은 또 특정 방송사와 계약을 맺어 방송을 전담하도록 하겠다는 말도 했다. 청와대가 KBS와 계약을 맺는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KBS는 청와대와 계약을 맺고 대통령의 연설 보도자료를 대신 방송해 주는 홍보매체가 아니다. KBS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그와 반대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이다. KBS는 청와대와 정권 홍보 계약을 체결할 생각이 추호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어떠한 경우에도 방송사의 제작 자율성, 편성·제작의 독립성은 지켜져야 한다. 방송 여부는 오로지 뉴스 가치를 중심으로 방송사가 결정한다. 이런 전제 조건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절대 방송 불가다.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이런 방송의 상식을 직시하고 일방적인 격주 라디오 연설 계약 추진 방침을 철회하라.

지금이 어떤 때인가? 경제가 너무도 어려워 모든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 실업자들이 늘고 있다.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르는 서민들도 있다. 이처럼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청와대가 진력해야 할 일은 라디오 연설 방송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국민 경제를 살리는 실질적인 작업에 힘을 모아도 부족할 때다.

청와대는 매주이든 격주이든 라디오 연설 방송에만 신경쓰지 말고 진정 국민들의 민생고를 해결하는 일에 매진하라. 제작 자율성, 편성·제작 독립성을 침해한 어떤 형태의 일방적 라디오 연설 방송은 불가하다. 만일 이런 원칙을 무너뜨리고 방송이 강행된다면 심각한 파국을 맞을 것임을 경고한다.

우리가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회사의 무책임하고 비겁한 태도다. 청와대가 공공연히 KBS를 모독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측은 아직까지 청와대로부터 연락받은 바가 없다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이 전부다.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데, 직접 연락을 받지 않았다면서,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수 없다는 말이 도대체 가능한 것인가! 이는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병순 사장에게 엄중하게 경고한다. 청와대의 일방적인 라디오연설이 공영방송 KBS에서 방송될 수 없음을 당장 선언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조합은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투쟁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08년 10월 16일 KBS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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