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에서 열린 KBS 국정감사에서는 KBS 이사회의 지난 8월8일 사전 경찰 투입 계획 및 요청, 그에 따른 경찰의 진입,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에 대한 감사 요구, <생방송 시사투나잇> 폐지 개편안 등이 도마에 올려져 11시간 동안 논쟁을 벌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같은 의혹을 감싸기에 급급했다.

▷KBS 이사회, 경찰난입 사전계획…경찰서장 “요청 없이도 투입“ 도마= KBS 이사회가 지난 8월 KBS 사옥에 공권력 난입을 사전 계획했다는 정황이 제시됐다. 이날 최문순 의원이 공개한 영등포 경찰서의 근무일지에 따르면, 8월8일 오전 9시34분에 ‘경력(경찰력)동원’이 완료됐다. 그러나 유재천 이사장은 ‘사원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9시45분쯤 영등포 경찰서장에게 신변보호를 요청했다”고 밝혔었다. 최 의원은 감사장에서 당시 상황을 촬영한 디지털 카메라의 시간을 보여주며 “9시5분에 이미 (경찰이 KBS로)진입을 하고 있었다. 9시40분에는 상황이 정리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13일 국회 문광위에서 열린 KBS 국정감사에 양승동 KBS사원행동 공동대표(사진 오른쪽)와 이철성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이 증인으로 출석하여 지난 8월 8일 KBS 경찰난입 사건에 대한 증언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또한 서갑원 의원은 “사원행동이 경찰투입을 요청한 이사회와 경찰책임자(영등포경찰서 소속)를 검찰에 고발했더니 검찰이 되레 이틀 만에(8월20일) 사건을 고발대상자인 영등포서에 이첩했다”며 “고발대상에게 수사를 맡긴 것은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당시 이사회 요청에 따라 병력을 투입한 이철성 영등포경찰서장은 “당일 이사회 자체가 사장 해임을 논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사장이 요청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고…”라고 밝힌 뒤 ‘그걸 경찰서장이 판단하느냐’고 따져 묻는 이용경 선진과창조의모임 의원의 질의에 “임명 제청권을 가진 이사회가 요청했기에…경찰 업무의 집행을 위해 필요하다면 이사회 요청이 없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은 “중대한 발언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진 천 의원의 질의에 이 서장은 “유재천 이사장이 신변에 심각한 위해를 느껴 이미 (사내에 있던) KBS 담당 정보관에게 권혁부 이사를 통해 경찰을 불러달라고 해서 부른 것”이라며 “상부에는 (경찰력이) 들어가면서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KBS 이사장이 ‘이사회 질서유지를 위해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이사회의 장이 질서유지권을 갖고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며, 개인적으로도 신변보호할 수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정연주 당시 사장이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덮어씌우기도 했다.

▷이사회 사원행동 감사압력도= 이사회가 KBS 사원행동 관련 감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문순 의원이 공개한 지난 8월21일 KBS 591차 임시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변원일 감사는 이사회의 감사요청에 대해 ‘감사내용의 추상성’, ‘수사기관에서나 할 수 있는 부분’, ‘감사범위 축소 필요성’등을 주장하며 감사에 대한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최 의원은 “감사를 거부하는 감사한테 (이사회가)강압을 사용해서 사장 인사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폐지·사원행동 징계안 확정여부가 기밀?= 15일 보고할 예정인 가을개편안·조직개편안·사원감사결과보고서 내용의 공개여부를 놓고 민주당 의원과 고흥길 문방위원장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오는 11월3일 <생방송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폐지키로 했느냐’고 묻자 최종을 편성본부장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가 ‘15일 이사회에 보고할 게 아직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지자 “결정돼있지만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바꾸기를 했다.

질의가 끝난 뒤 고흥길 위원장이 “최 의원도 알겠지만 편성에 관한 것은 극비의 사항으로 돼있지 않느냐”며 “대외적으로 외부에 알릴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거들어 야당 의원들의 격렬한 반발을 샀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가안위에 해를 끼치거나 기밀이 아닐 경우 증인들은 답해야 한다는 국회 증언법을 근거로 고 위원장에 대해 “국회법 위반을 조장하느냐”고 항의했다.

▷권혁부 이사 “KBS 허니문 없나” = 서갑원 의원이 공개한 지난 3월13일 574차 임시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권혁부 KBS 이사는 정연주 당시 KBS 사장에게 “걱정이 좀 돼서 여쭤보려고 하는 것인데, KBS는 허니문이 없는가? 정권이 출범하면…밀월기간이라고도 하는데”라며 <뉴스9>의 보도태도를 문제삼았다. 권 이사는 또  “정권 조지는 게 빈도수 면에서 조금 지나치다” “원치않는 반작용을 불러올 여지가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 의원은 “이사의 권한을 넘는 월권행위일 뿐 아니라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발언”이라며 “도덕적, 법률적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조현호·최문주·최훈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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