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연설을 방송한 것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지난 2003년 이전 정부와 동일한 사안을 두고 내세웠던 원칙을 부정하면서 스스로 편성권을 침해한 것 아니냐는 데 있다.

▷“5년전엔 대화형식 제안하더니”=KBS의 대통령 라디오 연설 방송과 관련해 지난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편성권 침해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5년 전 노무현 대통령 당시 청와대가 ‘노변정담‘을 추진하며 사전 녹음된 대통령 연설을 그대로 방송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당시 KBS가 대담 형식으로 자체 제작하겠다고 제안해 결국 불방된 사례를 제시하며, KBS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했다.

KBS가 이 대통령 연설 뒤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의 인터뷰를 반론형태로 방송한 데 대해서도 섭외와 내용의 적절성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서갑원 민주당 의원은 “전날 새벽 1시에 나와달라고 하고 그것도 일반 시사프로그램에 나가서 인터뷰하듯 해놓고 문제되고 논란이 되니 그걸 반론권으로 갈음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병순 사장은 “대통령 연설이 8분30초이고, 김진표 최고위원의 인터뷰가 8분50초 가량”이라며 “김 최고의원이 관련 내용을 충분히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국민들을 향해 라디오 연설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나 연설을 했을 때 언제 야당에 반론권을 준 적이 있느냐”고 말했다.

▷MBC SBS 잇단 불방 결정= MBC는 애초 대통령 라디오 연설을 방송하기로 했다가 안팎의 거센 반발이 일자 12일 방송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MBC 보도국 쪽은 12일 오후 에디터 회의를 통해 논의 끝에 “뉴스가치가 있어 방송을 하기로 했으나 라디오편성PD들도 반대하고 사내 반발 의견이 많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성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특별한 현안에 대한 생중계도 아닌, 청와대에서 읽고 만든 녹음테이프를 라디오로 틀라는 것은 이명박의 정국 안정화에 MBC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BS는 민영방송이 나서서 대통령 연설을 방송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애초부터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

▷알맹이 없는 내용도 문제= 금융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신뢰를 주문한 이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대해서도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세균 대표는”어떻게 해서 이런 상황이 이뤄졌고 지난 7개월간 경제운용을 잘못한 부분에 대한 특히 고환율 정책을 쓰고 과도한 성장위주의 정책을 쓴 것에 대한 반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경제실정에 대한 반성은 생략된 채 감성에만 호소한 알맹이 없는 신변잡기에 불과했다”며 “국영방송인 KTV에서 방송할 수준의 내용을 갖고 공중파를 아깝게 낭비하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류정민·조현호·최문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