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론이 정치권력으로부터는 이미 독립했고 자본으로부터 독립하는 길만 남았다고 믿었다. 그건 착각이었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이 26일 내린 대한민국 언론자유의 현주소에 대한 진단이다. 홍 위원은 이날 한겨레에 쓴 <언론 '정치 독립' 착각이었다>라는 글에서 이같이 규정하면서 우선 31일째 검찰의 부당한 수사방침에 반발하며 농성중인 MBC를 방문했던 내용을 적었다.

홍세화 "언론의 정치독립은 착각…PD수첩 PD들, 답답함·무기력함 속 자유의 소중함 절감"

홍 위원은 검찰의 PD수첩 PD 수사방침에 대해 "언론은 비판 대상이지 수사 대상이 아니다. 이 명제는 언론 자유, 언론 독립의 마지노선과 같다"며 "기자와 피디가 수사 대상이 돼 검찰, 경찰에 불려 다니게 되면 1970∼1980년대처럼 형사와 정보원들이 언론사에 상주하는 일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한겨레 9월26일자 12면  
 
김보슬 PD는 "수사 대상이 된 상황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자신들에게 출두해 조사를 받으라고 하는 조중동에 대해 "언론이라기 보다 정치집단에 가까운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홍 위원은 전했다. 홍 위원은 또 지난 2월 결혼한 이춘근 PD에 대해 "자주 아내가 면회오는 각별한 신혼 재미(?)도 있겠지만 답답함과 무기력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정신적 스트레스 속에서 자유의 소중함을 절감한다고 말한다"고 썼다.

매일 이들의 농성을 엄호하고 있는 MBC 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을 들어 홍 위원은 "언론자유와 독립은 누구보다 먼저 언론종사자들이 지켜야 한다. 특히 노조의 구실은 막중하다"며 "이 점을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에 KBS YTN MBC가 각기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를 보면 드러난다"고 밝혔다.

홍 위원은 "KBS에서는 정연주 사장이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불법적으로 쫓겨나고 새 사장이 취임한 게 이미 기정 사실이 됐다"며 "지금은 '사원행동'에 대한 보복인사, '사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시사기획 쌈' 등의 프로그램 편성 문제를 놓고 일부 종사자들이 어려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노조의 구실 막중한데…YTN 낙하산 사장 출근저지, KBS는?"

이어 홍 위원은 "YTN이 노조를 중심으로 70일째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를 벌여 관철시키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고 KBS 노조를 꼬집었다.

홍 위원은 "정권의 언론장악이 먼저 낙하산 인사로 경영진을 교체하고 새 경영진이 종사자들을 관리하게 함으로써 정권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순서를 밟는다"며 "현재 YTN은 첫 장에서 맞서고 있다면, KBS는 중간 단계와 마지막 단계가 함께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YTN도 첫 싸움에서 버티지 못한다면 거침없이 마지막 단계로 치달을 것이다. MBC는 어디쯤에 있을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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