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23일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미 예고됐던 대로, 내년부터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이 공시가격 6억원 초과에서 9억원 초과로 높아져 종부세 납부 대상이 대폭 줄어들고, 현행 1~3%이던 세율은 0.5%~1%로 떨어진다. 9억원 초과 15억원 이하 주택도 종부세율이 재산세 세율과 같아져 사실상 내년부터는 주택 합산분 공시가액 15억 이상만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된다. 이렇게 개편되는 과세기준과 세율을 적용할 경우 공시가격 20억원짜리 주택의 내년 종부세는 애초 1600만원에서 290만원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사업용 부동산에 대해서도 현재 40억원 이상인 과세기준을 80억원으로 올리고 0.6~1.6%인 세율도 0.5%~0.7%로 내리기로 했다.

종부세 개편에 따라 올해 3조3천억원인 종부세수는 2010년엔 3분의 1인 1조1천억원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분배하는 부동산 교부세도 줄어들게 된다.

24일자 조간신문들은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 발표 내용을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다. 다음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청ㆍ각료ㆍ여의원 절반이상 수혜>
국민일보 <종부세 개편안 일부 수정될 듯>
동아일보 <"장성택이 가장 중요한 역할할 것">
서울신문 <내년 종부세 줄고 재산세 오른다>
세계일보 <'종부세 대폭 감면' 거센 역풍>
조선일보 <여 의원 92% "종부세 완화 필요">
중앙일보 <56개 '규제 그물' 경개도 옥죈다>
한겨레 <'공시가 15억이상'만 종부세 낸다>
한국일보 <대상그룹 주가조작 수사>

종부세 개정 최대 수혜자는 청와대·고위공직자·여당 의원

정부가 발표한 종부세 개정안의 최대 수혜자는 예고됐던 대로 '강부자'들이다. 특히 청와대 참모와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절반 이상이 종부세 감세로 인한 혜택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감세액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 9월24일자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한나라당 의원 172명,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수석 비서관 및 현직 장관급 공직자 33명 등 모두 205명으로 대상으로 공직자 재산 등록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청ㆍ각료ㆍ여의원 절반이상 수혜> 기사에 따르면,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현실화할 경우 정부 고위 공직자, 한나라당 의원 등 여권 고위인사 5명 중 3명은 ‘감세’ 혜택을 입을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은 "이에 따라 ‘부자 감세’ 논란에 이어 향후 국회에서 종부세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직무와 연관된 이해관계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경향신문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5명 가운데 모두 110명(53.6%)이 이번 종부세 완화로 종부세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거나 종부세 부담이 최소 70%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인의 경우 전국 가구의 1% 정도가 종부세 개편의 혜택을 입을 것으로 추산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 경향신문 9월24일자 6면.  
 
내각의 경우 부처 장관 및 장관급 인사 21명 가운데 14명이 종부세 완화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종부세 대상에서 빠지게 됐고 한승수 국무총리,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13명은 종부세액이 대폭 감면된다. 강만수 장관의 경우 1200만원, 한 총리는 580여만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590여만원, 백용호 공정위원장 역시 1400여만원의 세금이 줄어든다. 경향은 종부세액 추정치는 과표적용률을 80%로 반영해 과세표준을 구한 뒤 여기에 각각 해당 세율을 적용하고, 이미 재산세에 반영된 누진 부분을 뺀 액수로 추산했다.

청와대의 경우 이 대통령과 11명의 수석급 이상 참모들 가운데 9명이 종부세 감면 혜택 대상에 포함되고, 한나라당의 경우 전체의원 중 87명이 종부세 개편 수혜 대상이다. 

주택분 종부세 대상 금액이 가장 많은 김소남 의원의 경우 종부세 부담이 7900여만원에서 2600여만원으로 줄어 가장 큰 폭의 혜택을 보게 된다.

진보신당 "이 대통령 세금 2300만원 감면"

진보신당도 차관급 이상 정부 고위 공직자 52명, 국회의원 299명의 종합부동산세 완화혜택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진보신당에 따르면, 현행 종부세 대상자인 고위공직자와 의원들은 1인당 종부세 부담액의 73%인 690여만원을 감면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2327만원을 감면받을 것으로 추정돼 국회의원을 제외한 청와대 고위공직자와 각 부처 장관들 가운데 감면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내부 갈등'

정부의 종부세 개정안은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논란이다.

국민일보는 1면 <종부세 개편안 일부 수정될 듯…한나라 의총 찬반 팽팽> 기사에서 "한나라당은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에 대한 당내 반론이 거듭 제기됨에 따라 추가 당정협의를 통해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한나라당은 의총 결과 의견을 내놓은 의원 12명 가운데 6명은 반대 입장, 5명은 조건부 찬성 내지 찬성, 1명은 법률적 판단과 관련한 의견을 나타냈다. 실제로 의총 자리에서는 종부세 개편안에 대한 의원들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많았다. 정부안대로 종부세제를 개편할 경우 당초 예상보다 부자를 위한 감세라는 비판 여론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앞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안에 당이 전적으로 합의한 것은 아니다"며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황 원내부대표도 "정부안이 수정될 소지가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고 국민일보는 전하기도 했다.

정부 개편안이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논란이 되는 이유에 대해 중앙일보는 의원들의 '지역구'를 원인으로 들었다. 중앙은 3면 <지역구’ 입장 다르니 ‘종부세’ 입장 달랐다> 기사에서 "정부 입장에서 야당의 반대는 예견된 바"라며 "문제는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반대론이 요동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은 의총 토론 결과에 대해 "고흥길(성남분당갑), 이종구(서울강남갑), 고승덕(서울서초을), 유일호(서울송파을), 나성린(비례대표) 의원 등이 찬성 발언을 했"고 "반면 김성태(서울강서을), 김성식(서울관악갑), 이주영(마산갑), 유기준(부산서), 이명규(대구북갑) 의원 등이 반대했다"며 "면면에서 보듯이 종부세에 대한 지역구 내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이 확연하다. 발언하지 않은 의원들 중에서도 “지역구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시기가 안 좋다” “감세 폭이 너무 크다”고 당 지도부에 하소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9월24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가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도 이러한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조선은 한나라당 의원 172명을 대상으로 종부세 개편에 대한 의견을 조사해 1면 <여 의원 92% "종부세 완화 필요"> 기사로 실었다.

기사에 따르면, 전체 의원 172명 중 응답자 165명의 62%인 103명이 종부세를 완화하되, 정부 개정안은 다소 급진적이므로 일정 부분을 수정해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정부 개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자는 의원들은 30%(50명)였고,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4명이었다.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등을 겸하고 있는 전재희 의원 등 8명은 입장을 유보했다.

조선은 개정안을 수정해 통과시키자는 의원들은 "1가구 1주택자라면 몰라도 일괄 완화는 곤란하다" "2%를 위한 정책이란 비판을 고려해야 한다" 등의 입장을 밝혔고, 개정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응답한 의원들은 "종부세 도입 자체가 정치적이었고, 징벌적 과세이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한다" "소수를 다수가 억누르는 식의 사회주의적 제도인 만큼 폐지가 마땅하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정부 방향 잘못없다"는 국민일보

이날 조간신문들은 일제히 정부의 종부세 개편과 관련한 사설을 게재했다. 정부의 개정안에 대한 신문사 입장은 사설 제목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다음은 오늘자 종부세 개편과 관련한 각 신문사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차라리 종부세 당장 폐지하겠다고 하라> <종부세 완화가 '순수성'을 의심받는 이유>
국민일보 <정부의 종부세 개편방향 잘못없다>
동아일보 <헌재, 종부세 위헌 여부 빨리 결론내야>
서울신문 <종부세 완화, 상대적 박탈감 대책 있나>
세계일보 <종부세 완화 흔들림없이 추진해야>
조선일보 <종합부동산세는 재산세에 통합시켜야>
중앙일보 <종부세, 신중함과 지혜 필요하다>
한겨레 <정상사회의 기초를 허무는 종부세 무력화>
한국일보 <종부세 개편으로 투기 재발 안되게>

국민일보와 동아, 세계, 조선은 정부의 방향에 대체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동아는 "종부세수가 줄면 지방자치단체 교부금 재원이 부족해진다는 점"을 우려하며 "정부는 재원 보충을 위해 재산세율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 경우 일반 국민이 부담을 덮어쓰게 된다"고 걱정한다.

   
  ▲ 9월24일자 중앙일보 사설  
 
   
  ▲ 9월24일자 동아일보 사설  
 
종부세 개편과 관련해 폐지를 주장해 온 중앙의 사설이 이례적이다. 중앙은 "지방교부금의 차질을 우려하는 지자체의 반발도 당연"하고 "부동산 투기가 재연될지 모른다는 불안도 남아있다"며 "정부가 좀 더 치밀하게 종부세 개편안에 접근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중앙은 또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나 고령의 은퇴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고 "빠르게 진행돼온 시가 현실화를 감안하면 과세기준을 9억원으로 올린 것에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지만 "종부세 세율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내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종부세를 줄이는 대신 앞으로 재산세를 어떻게 손질할지도 확실하지 않다"며 "왜 정부가 미리 재산세 보완책을 마련한 뒤 종부세 개편안과 함께 발표하지 않았는지 아쉽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한나라당, 대표적인 보수신문 가운데 하나인 동아와 중앙의 충고를 정부는 과연 새겨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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