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KBS 사장의 인사에 대해 내부에서 5공 당시 활동했던 인사와 경북고와 TK 출신 인맥으로 현 정권에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인사들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공동대표 양승동)은 9일 발행한 특보 ‘5공 후예+TK+뉴라이트, KBS를 접수하다’라는 글에서 이번 인사를 SNA(사회관계망분석)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5공 경력자들의 복귀 △경북 TK 편중인사 △(KBS내)뉴라이트 연합군 등으로 평가했다.

사원행동은 이병순(60) 사장부터 유광호(61) 김성묵(59) 부사장, 김종율 보도본부장·최종을 편성본부장·이동섭 경영본부장(각 55세) 조대현(56) TV제작본부장, 정종현 라디오본부장·김영해 기술본부장(각 57세) 등 모두 정년이 넘었거나 임박한 이들이라는 점을 들어 “이들이 보도하고 제작하고 송출했던 테이프들이 KBS 한 구석에서 맛이 가고 있는 것처럼 이들의 사고와 인지능력이 여전히 80년대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경북고와 TK 인맥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사원행동에 따르면 경북고 출신의 이병순 사장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한 법무장관, 김명식 대통령실 인사비서관과 동문이다. 김종율 보도본부장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김혜수 정무비서관, 박흥신 언론1비서관과 신일고 동문이다. 최종을 편성본부장도 배용수(56) 청와대 2부대변인, 어청수(54) 경찰청장과 진주고 동문이며 나이도 엇비슷하다.

또한 KBS 뉴라이트 세력을 자처한 공정방송노조, 수요회, PD협회정상화추진협의회 출신 인사도 중용됐다고 사원행동은 전했다. 이 사장이 지난 8일 발표한 팀장급 인사에서는 김인규 전 KBS 이사의 사장 옹립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진 ‘수요회’의 주도 인물이었던 고대영 해설위원을 보도총괄팀장에, ‘PD협회 정상화 추진협의회’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최철호 편성본부 외주제작팀 PD를 기획팀장에 임명했다. 최 PD는 지난해 이준안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집행부 때 부위원장 역할을 하면서 언론노조 회계부정 사건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반해 KBS 탐사보도팀을 만드는 데 가장 많은 역할을 했던 김용진 탐사보도팀장을 팀원으로, 김의철 사회팀장을 국제팀으로 전보했다.

사원행동은 특히 보도총괄·탐사보도·시사보도·사회팀 등 이번 팀장인사의 물갈이 대상이 된 부서를 들어 “그동안 정권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9시뉴스> <미디어포커스> <시사기획 쌈>을 만든 보도본부 내 핵심부서들”이라며 “정권 비판적 보도는 점점 사라지고 동시에 KBS 뉴스의 신뢰도는 서서히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원행동은 “(이번 인사를)이병순 사장이 취임사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낸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인다”고 규정하면서 “‘관제’사장의 사조직을 활용한 친 이명박 방송 만들기 시도와 사내 반대세력의 무력화 음모에 주목한다”고 주장했다.

KBS 노동조합도 8일 저녁 낸 성명에서 “쇄신 의지라고는 그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는 구시대적 인사에 조합은 분노를 넘어 절망을 느낀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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